동거 세계관, 트윗 기반 치치미즈 어느 날 요괴병원 원장은 유령족 사내와 그의 반려 인간을 만났다. 그들의 아들이 독립한 후로는 처음이었기에 원장은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반려 인간 미즈키는 어째선지 혼란스러워 보이는 표정이었고, 게게로는 그의 기분과 상관 없이 내심 들떠 보였다. 원장은 인간 기준에선 불행할지도 모르는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앗.” 미즈키는 별 생각없이 마루를 걸어다니다가 뒤꿈치가 꺼지는 감각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무릎을 구부리고 자세히 보니 뒤꿈치가 닿은 자리가 푹 꺼져 땅이 보였다. 하마터면 걸려서 뒤로 자빠지거나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그러고 보니 수리한 지 꽤 시간이 지났지. 미즈키는 구덩이를 피해 건너가면서 생각했다. 헤이세이 시대 개막을 기념해 게게로
약 치치미즈 환생 AU 처음 그 남자를 그린 것은 여섯 살 때였다. 그가 다니던 유치원에는 낮잠 시간 후 그리기 시간이 있었다. 4인 1조가 되어 크레파스나 색연필, 파스텔 등을 나눠 쓰면서 각자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미즈키는 첫 그리기 시간에 그 남자를 그렸다. 파란 유카타에 흰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남자. 선생님은 미즈키의 그림을 보
아무래도 식당을 폐업해야 할 것 같았다. 미즈키는 책상 앞에서 자판기를 두드렸다. 원래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였으나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쓰러지신 후부터 미즈키가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물려받았다. 병간호로 오픈하는 시간과 날짜가 불규칙했음에도 단골손님들 덕에 연명해 온 가게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단골 손님만으로 겨우 명줄을 붙들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미즈키는 여름이 싫다. 살갗에 들러붙는 습기며, 그늘도 소용없을 만큼 내리쬐는 뙤약볕, 에어컨을 틀지 못하면 잠들지 못하는 밤과 온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 여기저기에서 앵앵대는 모기와 맴맴대는 매미. 안 그래도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면 물에 적신 손수건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지금 더 신경
제가 살고 있던 동네에는 수상한 소문이 붙은 책방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있던 그 책방은 가뜩이나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탓에 어두침침하고 스산한 분위기의, 마치 뭐랄까요. 그래요, 유령의 집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였을까요. 동네 아이들은 그 책방을 사람 잡아먹는 유령 책방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그 책방에 들어간 사람이 없어졌
“미즈키군, 자네 잠깐 나 좀 보고 가게나.” 6시 정각, 칼같이 퇴근 준비를 마친 미즈키가 사무실을 떠나는 것보다 먼저 누군가 그의 발걸음을 강제로 멈추게 한다. 미즈키는 속으로 혀를 차고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방을 든 채로 자신을 부른 부장을 따라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런 미즈키를 흘긋 바라본 남자는 그의 앞에 종이가 끼워져 있는 파일을
다정한 거절 본디 인간이라는 생물은 다 이런 것인가. 게게로는 자신의 품에서 연신 기침을 해대며 피를 쏟아내고 있는 남자의 등을 계속 쓸어내리며 생각한다. 알고 지내는 인간이라 봤자 기껏해야 눈앞에 있는 남자 한 명이 전부인데 어찌 인간에 대해 논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 숨이 먼저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싶던 남자는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켜고는 찐득하게
“미즈키, 자네는……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 있는가.” 오늘도 텐구에게서 좋은 술을 얻어왔다네, 하며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자신을 초대한 이가 자못 진지한 표정을 하며 묻는다. 그런 표정을 할 때의 그는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껏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표정을 살피고 분위기를 읽는 것만큼은 제법 특기라고 자부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