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愛

6. 정리

죄책감에서 벗어나 앞을 보도록 하자

유지는 고죠로부터 오컬트 동아리 선배 둘은 무사하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 주령에게 머리가 씹혀 직접적인 상해를 입은 이구치의 경우, 주술고전 소속의 주술사들이 다녀가 주령이 남긴 저주를 해주하고 돌아갔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다만, 특급 주물을 노리며 모여든 거라 두 사람을 습격한 주령들 중에 위험한 녀석들도 몇몇 있었는지, 그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유지가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면서도, 좀 더 일찍 구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유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곤란하기 짝이 없는 유언을 들은 뒤였기 때문에 더더욱. 센다이로 돌아온 유지는 제일 먼저 이구치가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장기간 입원을 했던 병원이라 가는 길이 익숙하면서도, 병문안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어색함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라, 고.’

병실 문앞에서 문득 떠오른 유언이 발목을 잡았다. 손을 머뭇거리다가 뻗어 병실 문을 열었다. 벽의 절반이 창으로 되어있어서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4인실 병실, 그중 창가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사사키가 그늘진 얼굴을 한 채로 침대 앞에 서있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이구치는,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안색으로,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사사키 선배”

“이, 타도, 리…?”

유지의 목소리를 들은 사사키가 고개를 돌렸다.

“무사해서…다행이예요.”

유지의 위로에 사사키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내려앉은 그늘이 더욱 어두웠다.

“그리고 미안.”

“…”

“내가 그런 걸 주워서 선배에게 주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어.”

그러니까 미안.

사사키에게 다가간 유지는 진심으로 말했다.

“……이타도리 군 잘못이 아냐.”

“…”

“내가, 내가 함부로 부적을 푼 탓이야…내가 함부로 행동해서 부원을 위험에 빠뜨리게 만든 거야……!”

그러나 진심어린 위로도 사사키가 짊어진 죄책감을 덜어내기에는 부족했기에. 참았던 눈물이 끝내 흐르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던 유지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이구치를 바라봤다. 동시에 유지는 이상함을 느꼈다. 저주가 해주되었고, 그래서 안색도 나쁘지 않는데,

‘저 검은 건 왜 아직도 있지?’

어째서 ‘다른 것’이 보이는 걸까?

特愛(특별한 사랑)

6. 정리

그런 이야기가 있다.

5세 이하 아이들 중에는 동물의 소리를 이해한다던가,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던가, 심지어 뱃 속에 있었을 때를 기억한다던가 등등 어른들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다가 자라면서 잃고, 잊어 버린다는 그런 이야기.

유지 또한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기억이 희미한 5살 이전 때부터 이상한 걸 봤다고 할아버지가 그랬으니까.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유지는 최근까지도, 가끔 이상한 것을 봤다. 고죠나 후시구로가 말한 주령이라던가, 저주같은 류의 무언가가 아니었다. 만약 학교에서 봤던 그런 끔찍한 생김새였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그것은 전조 없이 어느 시기가 되면 사람의 얼굴 곳곳에 나타났다. 나타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달랐고,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것이 나타난 사람은 큰 사고가 있었거나, 크게 아팠거나, 뭐 그런 식으로 몸이 좋지 않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예 나타나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집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경우, 가까운 시일 내 항상 곡소리가 났던 것을 기억하니까.

……이번에는 그 사람이 할아버지가 되었을 뿐.

‘저주가 다 해주되지 않은 건가?’

유지는 이구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이구치의 숨소리는 미약했다. 건강 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 이미 전달받은 내용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저주가 아직 남았거나,

‘……설마 이구치 선배가’

유지의 할아버지처럼, 과거의 곡소리가 울렸던 집들처럼, 이구치에게 느닷없이 찾아올 비극이 유지 앞에 나타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지는 이구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었다는 자각도 없었다. 유지의 눈은 이구치 얼굴을 덮은 검은 것에만 향하고 있었으니까.

손을 뻗었고.

손끝이 검은 것에 닿았다.

그리고,

“─에?”

유지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났다.

“……이타도리 군?”

그 소리에 사사키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았다. 무슨 일이야? 사사키가 유지에게 다가갔다. 유지가 당황하며 손을 허우적거렸다.

“으……”

사사키의 걸음이 멈췄다.

“사사, 키? 이타, 도리?”

의식이 없던 이구치가 눈을 떴다. 사사키는 크게 놀라 두 눈이 커졌다. 유지는 의사를 부르겠다며 다급히 병실을 뛰쳐나갔다. 몇 분 뒤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구치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유지는 복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병실에서 사사키가 나왔다.

“이구치 선배는 어때?”

“으응, 괜찮아. 이구치 말로는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대. 지금 진찰 중이라 잠깐 나왔어.”

사사키는 다 닦지 못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까까지 보였던 그늘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안심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유지도 따라서 웃었다. 잠시나마 둘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던 중, 사사키가 느리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 이타도리 군.”

“네?”

“아까 내가 너무 바보 같았지…? 이제야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사사키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날 있었던 일들은……내 잘못도, 이타도리 군 잘못도 아니야. 무, 물론 멋대로 부적은 푼 건 내 잘못이지! 수상한 물건을 주운 이타도리도 조심했어야 하는 부분이고!”

“…”

“그래도…그렇다고 해도, 그날 나와 이구치가 겪은 일은 우리들 잘못이 아니야. 아닐 거야……”

다시 사사키의 얼굴 위로 그늘이 졌다. 잠시 말을 잃은 유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사사키에게 말했다.

“선배 말이 맞아.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냐.”

정말로 주령이 나타난 건 사사키의 탓이 아니다. 후시구로의 말이 맞다면, 언젠가 사람들 눈앞에 나타났을 것들이었다. 스쿠나의 손가락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고 유지는 생각했다. 저주나 주술에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부적을 풀었다는 이유로 괴물이 나타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사사키 선배, 고마워”

“어? 뭐, 뭐가?”

사사키는 얼떨떨하다는 얼굴로 유지를 바라봤다.

“선배 덕분에 생각이 정리 됐거든.”

“생각? 뭐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아까 한 말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마!”

“으응, 다른 거야.”

“…그래?”

“응. 다른 거지만, 그래서 더 정리가 안됐거든.”

유지는 제 손을 펼쳐 바라봤다. 아까 이구치에게 손끝이 닿았던 그 짧은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사사키는 보지 못했지만, 유지는 분명히 보았다. 이미 본 것이기도 했다.

후시구로에게 손을 뻗었을 때 봤던 그 빛을.

그 빛이 번쩍이자 검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유지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사사키의 말을 듣고나니 유지를 괴롭히던 고민들 중 하나가 해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할아버지.’

저주처럼 남은 유언이 귓가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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