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콜라제국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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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집에 가던 길이었다. 항상 걷는 그 길목에 항상 지나는 그 공공 놀이터. 우연찮게 들은 아기 울음소리가 근처 편의점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바람에 그는 화장실이 보이는 그네에 앉아 하릴없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발을 굴렀다. 뜨거운 햇빛이 달갑진 않았지만 불안이 해소될 때 까지는 그 자리를 벗어날 수도 없어서 그저 그 소란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잭은 날 때부터 배우지 않은 언어를 듣고 말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에야, 사람들이 신동이니 뭐니 칭찬해대기 일쑤였다만, 언젠가부터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말을 걸고 그것을 듣자 이상하다, 괴물이라며 손가락질해댔다. 그는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언젠가는 이 마을을 나가겠다 다짐했다. 실제로 집에 잘 들어가지 않기도 했다. 애초에 집에 그 말고는 아무
비아체 유리는 의사다. 매일같이 병원에 출근해 매일같이 전쟁터를 누비는 것처럼 응급실을 누비며 환자를 본다. 하지만 그도 사람, 쉴 때가 필요했던 그는 며칠 전부터 계획했던 휴가를 냈다. 공휴일이 낀 연휴에 가족 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그는 눈을 뜨자마자 기분이 좋아 잘 자고 있던 아내에게 입을 맞췄다. "유리……." "좋은 아침, 자기. 잘 잤어?"
사람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어떤 것일까. 누군가에겐 행복할 수도, 누군가에겐 불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라임에게는 그렇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기억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기다려, 그 한마디 때문에 라임은 그 여름을 잊을 수 없다. * …때는 어느 여름. 하루에도 수십명, 수백명이 서로를 지나치는 그런 큰 거리. 라임은 그 거리에 덩그
둔탁한 충격이 복부를 강타해 온다. 플리베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쥔 채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그는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벌리는 것이다. 싸움이라면 퍽 자신 있었는데 이렇게나 밀리다니, 자신의 형님들이 안다면 혼쭐이 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냐. 벌써 항복이냐?” 킥, 앳되고 짧은 웃음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나 그럼 전에 만나서 풀었던 이능력 구룡성채 배경에 주제는 폭주 < 에다가 사장님 맘대로 센가 추가요~ 낡은 벽, 언제라도 열리고 닫힐 것 같은 고장난 문. 이 집에 들어온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웃기는 일이지, 줘도 안 가질 집에 월세가 있다는 게.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 돈, 그놈의 돈을 벌기 위해서다. “아.” 어
전쟁은 끝날 기미 없이 진행되고, 형제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이 전투에 임하고 있는 윈에게 어느 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부족해. 너한텐… 간절함이 없어.” “지금 간절한 걸로는 안 돼?” “어, 안 돼. 그러니까 천천히 하란 거다.”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지고, 우리의 집은 부서지고, 많은 가족들이 쓰러져도 우리의 대장은, 나의 동생은 구했으니
벌써 이런 시간이 됐나. 어둑어둑해진 바깥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병원 내의 카페조차 셔터를 내린 지 오래인 시간에 비아체 유리는 그제야 책상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다차선 도로에는 빠르게도 내달리는 시내버스도, 그 흔한 차 하나도 없이 멀끔했다. “이런. 오늘은 차를 두고 왔는데…….” 숙직실을 빌려야 할까.
흙 먼지 사이. 바람을 타고 비릿한 피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다 못해 뇌 속으로 파고든다. 라임은 그 기묘한 긴장감에 몸을 바로 세우고 숨을 내뱉었다. 아― 짜증나게 굴고 있어. 긴장을 풀어내듯 하는 말이 그것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어떻든 라임은 자신의 무기, 니들을 쥐고 금방이라도 뚫어낼 듯이 두 사람을, 아니 자신이 잡아먹어야 할 상대들을 하나
한적한 날이었다. 따뜻하고, 하늘이 높고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제이는 그런 한적한 거리를 휘적, 휘적.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평화로운 거리였다. 제이 또한 그 거리의 일부처럼 일상을 즐기는 듯 보였다. 본인 또한 일상이라고 생각했을테다. 귀에 꽂아넣은 이어폰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ー그래서 여기 진짜 깜짝 상자가 있는 건 맞
그 지독한 루프에서 벗어나 드디어 바깥, 안에서는 수없이 많은 밤이 지나갔건만 바깥은 이제야 하루가 지난 모양이었다. “아—. 사바세계의 공기는 참…….” 별 거 없네. 중얼거리던 그는 밝은 햇볕을 피하려 후드를 푹 눌러 쓰고 인파 사이로 파고 들었다. 각자 갈길을 가는 사람들, 도로의 차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그렇게 걷다보면 골목이 나오겠지. 그늘진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봐. 볕이 잘 드는 창가 근처의 책상에 엎드려 있던 아이가 눈을 비비적 부비면서 일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얀, 얀 프로이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하 얀, 이라고 불리던 아이가 왜 이름을 바꾸었는가. 이유는 애석하게도 간단했다. 1년 전 복합주택에서 일어난 화재로 일가족 중 혼자만이
조직폭력배는 항시 남을 위협하고, 위협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플리베가 보고 있는 조직폭력배는, 세상은 그러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이렇게 차가운 병원 바닥을 구르고 있는 것이겠지. “끙… 이거, 체면 구기는구만.” 몸을 다시 일으키려 하면 여지없이 발길질이 내리꽂힌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제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비아체 마이는 인간과 인어의 혼혈이다. 물 속에서는 어인처럼 피부색이 파랗게 변하고 아가미도, 갈퀴도 생기지만, 공기에 닿으면 그 특징은 서서히 사라졌다. 보통의 인간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드넓은 바다에서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사랑이 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인섬의 아이들은 그가 인간처럼 보인다며 그를 배척하기 일쑤였다. 그
나는 말단이다. 할 줄 아는 건 많다고 자신해도, 지금은 커피 타는 게 일상이요, 선배의 심부름이나 하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오늘 또한 그랬다. “이 거래 내역 말이야— 네 파리 목숨보다 중요한 거니까 잘 가져다 놔라~. 알겠냐?” “예에.” 그렇게 중요한 거면 지가 가져다 두지. 나는 투덜거리면서 두터운 장부를 들고 장부보관용 서랍으로 향했다. 이
그 날은 하늘이 우중충하고 습기때문에 불쾌지수가 슬슬 기어 올라가는 날이었다. 아주 뭣같게도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제기랄……. 마지막 한 개비라고.” 편의점이나 가야겠군. 현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으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우중충한 하늘 아래를 걸었다. 5분만 지나면 이 꿉꿉한 기분은
고립되었나.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저 멀리에서 자신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해적들을 보며 나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이미 밖으로 뛰쳐나가 한바탕 일을 벌였겠지만…. “많이 다쳤습니까, 아르타?” “많이는 무슨. 지금 대련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 시야가 좀 흐리긴 하지만 오른 팔도 움직이고 걸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무모한
과거에, 어느 치기 어린 소년이 있었다. “나는, 꼭… 강하고 멋진 해적이 되어서. …꼭 너한테 고백할 거니까 말이야!” “정말로?” “거짓말이겠나? 나는 말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거짓말 안 해.”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은 당당하게도 말하며 어여쁘게도 곱슬진 벚꽃색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수줍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허락 없이 감히
그 절망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약 10년 전. 평화롭던 어느 여름섬. 유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형제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며 느긋하게 하품이나 하고 있었다. “유—리. 그렇게 졸리면 가서 낮잠이나 자지 그래?” “이봐, 이봐, 피피……. 원래 이런 나른한 날엔 몸을 움직여서 잠을 깨워야 하는 법이라고—?” “참 성실하시구만. …어?” 피피라고 불린 형제
“누가 내 집 앞에서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나 했더니.” 돌로 장식된 길 위에 구둣발 소리가 맴돈다. 그 목소리에 아이작은 놀랍지도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일어나 옷을 털고 웃었다. “네 집이자 내 집이죠.” “십수 년전에 나갔지 않은가. 이름과 함께 전부 두고 가길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집사를 데리고 대동한 은발의 청년은 아이작과 비
“과자 먹을래?” “오늘은 뭔데?” “감자칩!” 늘 물어오는 질문에 늘 같은 대답을 해도, 너는 늘 해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더웠던 어느 여름 날에도. “과자!” “뭔데?” “음……. 오늘은 새우깡!” 할 말이 없었던 가을의 어스름에도. “음… 그러니까… 있지, 아현아!” “말 해. 괜찮아.” “헤헤……. 오늘은 칸쵸야!” “그럴 줄 알았어.”
어항. 명사. 물고기를 기르는 데 사용하는, 유리 따위로 모양 있게 만든 항아리. 어항의 사전적 의미는 물고기를 기르거나 잡는데 사용하는 것이라 한다. 사전은 인간들이 쓰고 정리한 것, 아마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거의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나는 사전을 덮었다. “어항이라…….” 어느 둥근 모양의 유리를 떠올린다. 그 안에 있는 것은, 과연 단순한
바람에 갈색 머리칼이 흩어졌다. “오늘은 생각보다 서늘하구먼…….” 그에 따라 흩어지는 목소리의 주인은 시야와세, 여기서 조금 떨어진 해변가 식당의 사장이자, 직원이자, 홀서빙 아르바이트였다. 뭐, 그래. 직원을 구하지 못해 전부 맡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직 할부가 남은 자신의 애마에 꼼꼼하게 산 짐을 넣고 있다가 고개를 주억
그 날도 평범한 여름 휴가철의 하루였다. “아~ 이번 여름 휴가에서 제일 잘 한 건 이 가게 온 거라니까요? 여기 이렇게 맛있는데 왜 인기가 없대?” “개장한지 한달 밖에 안 됐고― 이런 시골꺼정 누가 온댜?” “에이, 그래도!” 시야와세는 손님인듯한 여자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배낭여행을 온 여행객으로, 길을 잃어 우연히 가게를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