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다 좋은데 영 빈틈이 안 보인단 말이야. 그냥 달려들기엔 진짜 내가 죽을 거 같고. 내버려두자니 괜히 불안하고. 그냥 차라리 듣지 말 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아무리 수상해봐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인간도 아닌데 그냥 즐기기나 할 걸. “요 며칠 왜 자꾸 힐끔힐끔 쳐다봐?” “잘생겨서요.” “그건 나도 아는데 거짓말 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
부족한 작은 아이의 이야기 - - - - - 밴드광 꼬마도련님 . . . 원 외관상 13~17세로 보이나, 나이 측정 불가 성인 XY 158cm 저체중 (36~39kg) 종족미상 인외 백발 핑안 • 헤어피스 핑크 입 안 흰색 • 혀 핑크 송곳니 아래로 내린 꽁지머리 ⊙ 모양 특이동공 캐릭터 기준 오른눈 위 밴드 다리에 총 네 개의 밴드 신발 대신 붕대
아, 사람에게는 소유격을 붙일 수가 없습니까? 미안합니다. 나의 당신. 나, 나의 몸, 나의 생각, 나의 방, 나의 복도, 나의 격문, 나의 정원과 나의 바이옴과 나의 셔틀은 가능한 말이지만 나의 당신은 불가능하단 뜻이군요. 그러나 저번에 접했던 예외적 허용을 적용한다면, 당신은 나를 ‘나의 비늘’ 이라고 불러줘도 좋습니다. 당신은 비늘이 없지만, 당신
시각 정보 없는 기록이라 당신의 겉모습을 잊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이에 남깁니다 : 나보다 한 뼘 반 작은 키(내 손으로 말입니다), 뿔 없이 매끈하고 둥근 이마, 혈관이 비쳐 보이고 비늘 없이 부드러운 살갗(당신이 오랜 우주 생활의 결과라 말했던 것), 밟아 녹은 눈처럼 질척한 회청색 홍채, 휘지 않은 콧대, 미미한 헤모글로빈의 색이 비치는 입술. 나의
“어, 왔냐?” 이래저래 소원 이뤄주기 위해선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기에 정보를 물어다줄 탐정, 그러니까 흥신소 친구를 찾아왔다. 참 여러모로 유능한 친구라,죽을때까지 친구하다가 마지막에 영혼을 꼭 얻고 싶다. 만약에 멀어진다 싶으면 그냥 내가 죽여서라도. “최근에 나 인간 하나 키우고 있는 거 알죠?” “어어, 알지. 안 그래도 묻겠다 싶어서 미리 조사해놨
2번 염수 탱크의 필터를 수리하고 왔습니다. 따지고 보자면 이 정보는 서사 없는 기록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할 터이나, 오늘 기록의 서두와 맞닿아 있기에 기입합니다. 필터를 수리하다 손을 다쳤습니다. 그 바람에 손등에 자라고 있던 얇은 비늘 세 개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비늘의 유무로 동족을 차별하던 모성의 그치들을 닮고 싶지는 않으나, 손등의 살갗이 근질
…. …. ….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쓰는 것이 옳은 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무언가를 남겨야 한단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당신과 나의 목적 없는 항해이자 온난한 표류가 끝나는 날이 오거든, 멸망 앞에서 포옹하는 연인처럼 듣고 끌어안을 실체 있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좌표와 기록 이상의 이야기 말입니다. 당신이 이야기해주었던 머나먼 과거의 서사시처럼
벌써 먹을 게 다 떨어졌네. 보자~ 근처에 잡을 만한 건 다 잡았고. 좀 나갔다 와야 할 거 같은데. 이 인간을 믿고 내버려 둬도 되나… 괜히 사고치지는 않겠지? 얼추 손님 접대는 잘 하는 거 같은데 간혹 이상한데서 핀트가 나간단 말이야. 단골이라도 잃으면 안 되는데. “할 말 있어?” “제가 잠시 가게를 비워야 하는데… 가게 볼 수 있겠어요?” “왜? 사
[실험체 기록] 실험체명: 린켈러스(Rinkellus) 신장: 측정불가. 헬멧과 제어구 착용시 165cm 내외 체중: 측정불가. 어느 체중계에서도 ERROR 표기 성별: 알 수 없음. (체형과 목소리는 여성에 가까움) 해당 실험체는 온 몸이 일정하지 않은 색의 가스와 같은 형태를 띈다. 손으로 만져보면 농도가 짙은 기체를 만지는 듯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
“저기 있잖아.” “왜 그러세요?” “원래 이렇게 3일 연속으로 아무것도 안 팔려?” 갑작스런 정곡에 넘기던 차를 다시 뿜을 뻔 했다. 흠흠, 질문이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것도 그럴께 이 가게는 딱히 돈 벌려고 차린건 아니니까. 엄마가 공간만 차지하는 이 쓸데없는 것들을 좀 버리던지 팔라고 해서 골동품 가게를 차리기는 했지만 엄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