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자연
총 27개의 포스트
38주차 주제 : 이건 분명 악몽일 테니까. 목표 글자수 : 4195/3000 이건 분명 악몽일 테니까. 탄창 빈 총에서 들리는,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들리는 틱틱거리는 소리. 비릿한 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두께 얇은 금빛 머리카락이 손에 감겨오고, 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아 그러나 분명 그의 것이 분명한 불규칙한 숨소리가 귓전을 메웠다.
28주차 주제 : ㅇㅈ(오직) 목표 글자수 : 3043/3000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연량은 그것이 무엇인지 끝없이 자문했다. * * 도깨비蜽가 그럼 그렇지 뭐. 무엇을 가질 자격도, 아낄 자격도 없음이 분명했다. 그의 삶은 오롯이 무고한 피와 생명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길을 걸을 것이 자명하므로. 천살성. 태
18주차 주제 : 온통 붉은색이었다. 목표 글자수 : 5300/5000 온통 붉은색이었다. 하늘 위, 기울어지는 붉은 노을 탓에 세상은 종말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지. 이는 종말이라 부름이 옳았다. 인간 같지 않은 무공을 휘두르는 천마, 쏟아지는 마교도들과, 불타는 세상, 산처럼 쌓인 시체들……. 시산혈해라 하는 옛말이 멀리 있는 것
14주차 주제 : 종소리가 들렸다. 목표 글자수 : 5005/5000 종소리가 들렸다. 한번, 두번, 세번……. 길고 끝없이 이어지는 종소리의 울림을 들으며 목윤은 멍하니 그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버석한 흙이 발끝에 밟힌다. 비릿한 혈향과, 불어오는 먼지. 죽은 이 또한 향을 맡을 수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영혼으로 느껴지는 것? 끝없이 탑을 돌
2021년에 진혼기 앤솔로지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샘플로 나온 부분 밑으로는 유료결제를 걸어두라는 공지가 있으셨기에 일단 걸어두고 재업합니다……. 밤이 깊었다. 보통은 집 밖으로 나왔다가도 들어가는 시간임에도 적련은 굳이 검을 챙겨서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검이나 더 연마해보고자 하는 심산이다. 제 집안의 사람들도 저를 두려워하며 피하는 와중에, 집안에서
6주차 주제 : 함박눈 글자수 : 5134/5000 새하얀 작약이 피었다. 가장 곱게 핀 것을 꺾으며 어떤 여인을 생각했다. ** 진성이 도사로서는 걸맞지 않은 마음을 품은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었다. 자각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한창의 나이대를 생각하면 꽉 막힌 도사에게도 봄이 찾아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라. 음, 진성은
“아니, 진짜로 제가 교장 선생님을 쓰러트린 건 아니라니까요? 지금 제가 여기 온 건…….” “저, 저는 에인로가드의 전 교장이신 고나달테스 님만큼의 성취감은 없으실 겁니다!” “……이보십시오, 교장 선생님…….” “히이이익! 살려주십시오! 투서, 폐하께 투서 보낼 겁니다!” “하…….” 이한 워다나즈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니, 팔자에도 없는 교장직
5주차 주제 : 극야 목표 글자수 : 5018/5000 정오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하늘은 어슴푸레했다. 아주 흐릿한 별이 반짝이고, 맑고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가득 채웠다. 검푸른 하늘 아래로 쌓인 눈이 희미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조의신은 몇 차례 호흡했다. 겨울 특유의 내음이 호흡 위로 쌓인다. 이런 곳으로 여행을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4주차 주제 : 골목 목표 글자수 : 8191/5000 적호는 어둠 속에서 어딘가로 달리고 있었다. 빠른 발걸음 소리가 귓가로 들렸다. 분명 자신의 발걸음 소리다. 그 소리가 마음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어디로 가고 있지? 나는 왜 달리고 있지? 적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계속 해서 목적지 없이 내달렸다. 어두운 골목으로, 골목 안으로……. 기약 없이
햇살이 상처를 헤집어 따갑게 느껴진다. 붉은 노을이 세상을 전부 붉게 물들여서 마치 피가 세상을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생각해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로군. 그 시산혈해 속에서 유독 눈에 박히는 존재를 청명은 본다. 녹색이었던 장포에는 보기 싫은 붉은 물이 들었다가, 이젠 검게 굳어가고 있었다. 제게 당부하며 들썩거리던 몸은 움직임 없이 고요
[자하설영]잊힌 이들의 겨울上 https://pnxl.me/s00a1c 얽힌 숨을 생각했다. 주체할 수 없이 아린 애정과 함께 기어이 그를 옭아매었던 그 날의 입맞춤을. 시린 겨울 공기가 무색한 온기였다. ** 기이한 온기, 충동.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고 술렁이는 감정. 설영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얼굴을 굳히고 자하를 밀어냈다.
진혼기가 완결나기 전에 쓰던 글입니다. 양해하고 읽어주세요. 정말이지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눈 한 송이 내리지 않고 메마른 겨울, 추위로 살아있는 것들이 숨을 죽인 어느 겨울밤. 새하얀 달이 가만히 비천택을 비추다가 꾸물거리며 몰려오는 어둠에 자취를 감추었다. 온갖 번뇌와 고독, 고민이 가득한 밤이 슬그머니 비천택을 기어간다.
약간의 유혈묘사가 있습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청명이 꽃잎을 토했다. 짙은 매화 향을 풍기는 꽃잎이다. 입 안쪽에서 뭉그러지고 타액에 젖어 형태를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향으로 보나 색으로 보나 매화인 것은 확실했다. 청명은 멍하니 그 꽃을 보았다. 덜그럭, 소리를 내며 현실 감각이 흔들린다. 햇살은 달큰한 꽃내음을 풍기며 일렁거리고, 청명은 전각 앞
인사반파자구계통 외전인 "죽지사"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그는 실로 귀공자의 표본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걸음마다 기품이 넘쳤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그의 아름다운 외형에 더해 반짝거리며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마족 특유의 외모 또한 그러했다. 그처럼 격조 높은 이는 마계와 인세를 통틀어도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그는 세상물정 몰라 소석안에게 손
플마고 날조……. 충동의 심해 https://pnxl.me/mr3sjh 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보지 않으셔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원우야.” “응?” “입 맞춰볼래?” 그 충동적인 말이 도원우를 잡아끌었다. 그러나 도원우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다. 그는 차라리 자신 또한 끝도 없이 심해 속으로 잠기기를 바랐다. ** 머리가 조금 아팠다
때때로 그런 사람이 있다. 현실을 직면할 수가 없어서 차라리 미치는 사람이. 유상희는 적어도 스스로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자신은 직면할 수 없어서 미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현실을 직면했기에 미친 것이다. ** 크게 뜬 눈으로 유상희는 제 입을 맞춘 남자를 보았다. 차가운 물속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자니 기묘한 안온이 찾아
사실 그들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영원을 사는 악마와 인간. 비록 신의 사도이고, 그렇기에 낙원에서의 영원이 약속되어 있다고 하나 문솔라는 결국 인간이었다.나는 불행한가? 아가레스는 자문했다. 시선 끝에 걸리는 자신의 연인이. 눈을 감고 따뜻한 숨 한번 내뱉지 않는…무정한 껍데기를. 아가레스는 솔라를 사랑했다. 솔라가 점차 나이 들어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오마주입니다 *신국이라는 명칭이 나오긴 하지만 신라가 아닌 가상의 국가로 생각해주세요 어째서 나를 보지 않은거야 요카난? 나를 보기만 했더라면, 나를 사랑했을거야. …오! 죽음보다 위대한 사랑의 신비여, 우리는 오직 사랑만을 바라보아야 할지니……. -오스카 와일드 <살로메> 中 추운 겨울이다. 적련은 가만히 옷깃을 여미
비록 태어나기는 한 때에 태어나지 못하였으나, 죽음만은 함께할 줄 알았다. 적련은 생각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혼인해야겠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 기쁘게 사는 거야. “아이를 가졌어.” 적련은 그 말에 뺨을 붉히며 기쁘게 웃는 목윤을 보고 저도 남몰래 웃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그들은 혼인할 것이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그런 확실한 미래였다. 우리는
[잔향上] https://pnxl.me/grtduv [잔항中] https://pnxl.me/djwtp8 20. 충동이다. 그저 충동이었다. 설영은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팔로 제 얼굴을 가렸다.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다 보니, 절로 입술로 손이 갔다. ‘아니야.’ 설영은 변명했다. 환자와 입을 맞추다니. 정말로 비난 받아 마땅했다. 게다가 그것이 제 까마득한
[잔향上] https://pnxl.me/grtduv 11. 愛라는 글자의 열세 획을 썼다. 평소의 유려한 글씨체는 간데없이 먹물이 번져 형체를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의 사랑마냥 형편 없는 꼴이었다. 12. 사랑은 사람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을 두려워했고,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머저리들이나 할 법한 짓이
꾸었던 꿈 내용 기반!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이성적으로 사랑하게 되면 점차 죽어가게 되는 세계입니다. 아직 진혼기가 완결나기 전에 완성된 글을 이쪽으로 백업한 것이라 지금과는 캐해석이 많이 다릅니다 양해하고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00. 꿈을 꾸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죽는 꿈이었다. 01. 죽음은 사람들의 발 뒤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와도
명려님( @hsgh_bright )의 썰을 기반으로 한 글입니다. 자하의 숨이 멎었다. 잠이 들듯이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끝이다. 초옥인은 가만히 자하의 머리맡에 앉아서 그의 이마를 쓸었다. 살아있는 이의 것이 아닌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감겨든다. 닫힌 눈꺼풀이 열리지 않음에, 초옥인은 실감했다. 아아, 이것이 세 번째구나.
그날은 간만에 찾아온 소혜와 진성이 대련을 주고받은 날이었다. 후기지수들 중에서 그와 검을 맞댈 수 있는 이가 몇 없었기에 그는 간만에 검을 섞을 상대를 만나 조금 들뜬 상태였고, 그것은 당소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지고 만 소혜는 지쳤는지 자리에 주저앉아서도 기분 좋게 활짝 웃었다. “이제 곧 있으면 정말 제가 진성 도장을 이기겠는데요?
가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전투 중 입은 부상 때문에 세상이 빙글 도는 것만 같았고, 와중에도 자신들을 따라오는 소리가 있을까 하여 신경이 머리 끝까지 곤두섰다. 바스락거리면서 풀잎이 옷자락에 스치우는 소리. 어두운 밤이라 비척거리는 발걸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머리 아플 정도로 지독했던 피 냄새가 이제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아 소혜의 표정은 펴
이한 워다나즈가 사라졌다! 별안간 들린 소식에 에인로가드가 발칵 뒤집힌 것은 개학한 지 만 하루 만의 일이었다. 작년에 졸업 학년이었던 이한이 내년에는 정말로 5학년 확정이라는 것은 해골교장도 알았고 교수들도 알았고 학생들도 알았고 데스나이트도 알았고 황제도 알았고 관료들도 알았고 과장 조금 보태 대다수의 바깥사람들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