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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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에서 돌아가는 길. 왔을 때와 달리 돌아가는 길은, 찬바람에 배일 것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추워! 추워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도달한 역 앞에서, 추위도 잊게 할 만큼 환한 불빛들이 나를 멈추게 했다. "예쁘다..." 역 근처의 백화점에서부터 거리를 장식하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을 보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는 별개로
"레이쨩, 이것도 부탁해" "응, 이리 줘." 보고 있던 문서를 자료실에 두고 오려고 일어나자 옆자리에 있던 나츠메군이 파일을 건네온다. 나는 가는 김에 두고 오지 뭐, 그런 생각으로 그 파일을 가볍게 받아 왔는데――... "대체 어디에 두면 되는 거야...?" 나츠메군이 건네준 사건 파일의 색상, 년 도와 색인은 아무리 확인해봐도 이곳의 자료가 아닌
퇴근 후, 시간 어떠냐는 하토리씨의 연락에 찾아온 바. 마침 마시고 싶었던 기분이라 흔쾌히 찾아온 평소와 같은 바에는, 하토리씨는 커녕 '왜 왔어'라며 맞아주는(?) 카구라씨가 혼자 있었다. 먼저 제안했는데 늦어질 것 같아 미안하다는 연락을 준 하토리씨에게 답장하고, 카구라씨의 옆에 앉아 마시고 싶었던 술을 주문했다. 카구라씨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어색하
"일부러 이러는 거지" "...이것도 안 되나요?" "절대 안 돼" 계속해서 돌아온 '안돼'라는 말. 카구라씨의 집에서 자고 가는 날, 나름 신경 써서 챙겨 온 잠옷들은 입어보기도 전에 모두 퇴짜 놓아졌다. 이럴까 봐 세 벌이나 가져왔는데... 좀처럼 맞출 수 없는 카구라씨의 취향에 막막함이 든다. 애초에, 잠옷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어차피 입고 잘
띵동. 퇴근 후 수사 협력의 답례품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 한 마코토씨의 집.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미리 온다고 연락은 했는데, 소리도 못 들을 만큼 집중하고 있는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겨본 문은 손쉽게 열렸다. "실례합니다..." 들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말을 하며 조심스럽게 들어선 집안은 현관 등이 꺼지자마
평일, 대휴를 받아 방문한 마코토씨의 집. 모처럼 느긋이 마코토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내 생각과 달리 지금 내 눈앞에는, 최대의 문제가 놓여있었다. 눈앞에 놓인 그것을 노려보길 몇 분째. 내 옆의 마코토씨는 나를 보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정말로 안 먹을 건가" "............네" "그런 것 치고는 대답이 느리다만" 바
" 레이씨, 내 사인 안 필요해? " 문득 쿄스케군이 그런 얘기를 꺼낸 건, 답례품 전달 차 쿄스케군의 집에 방문해 있을 때였다. 쿄스케군의 사인인가... 몇번인가 팬심에 사인을 부탁한 적도 있지만, 쿄스케군과 친해지고서는 말하지 않아도 시사회에 초대해준다던가, 사인 된 DVD를 준다던가 했기에 따로 부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연인이 된 지금도
"여기서 끊다니...! 다음 주는 어떻게 기다리지?" "하하, 푹 빠진 것 같네" "그야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난 거잖아!" 보고 있던 TV 화면에 광고가 흐르자,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품에 안고 있던 쿠션을 더욱 꼭 안으며 얘기했다. 오늘은 쿄스케군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함께 보는 날. 누가 먼저 제안하거나,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둘의 시간
업무차 방문한 히야마씨의 사무실에서 용건을 마치고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방을 둘러보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어떤 상패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가벼운 주제로 호기심에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입을 열면, 히야마씨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답해주었다. "도내 지역 경제 활성 공모전에서 시상 받게 되었어." "그거 엄청 대단한 거 아닌가요!? 우와....
히야마 저택에 도착하고 바로, '아가씨만 피곤하지 않으면' 라는 히야마씨를 따라 정원으로 나왔다. 꽃과 나무에 둘러싸이니 청량감이 들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정원 안쪽으로 들어서 다다른 테라스에는 미리 준비한 듯한 작은 화분들이 늘어서 있었다. 뭘까 궁금하지만 우선, 히야마씨가 물 흐르듯 꺼내준 의자에 감사하며 앉았다. "귀여워라. 허브 인가요?" "아
"아..." 가방을 열자마자 쏟아져 나온 탄식. '망했다'라고 생각하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가방에서 꺼낸 초콜릿 막대 과자는 막대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만날 수 있을 때 직접 주고 싶어서 챙겨온 건데, 가방에 넣은 채 너무 뛰어 다녔나... "...? 왜 그러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맞은편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히야
접대 회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스마트폰을 확인하자, '기다릴게요'라는 레이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그래, 오늘은 레이가 오는 날이었지. 피곤함을 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집. 레이가 있을 방문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서, ...를..." "......?" 누군가와 통화 중인 건가? 통화의 방해가 되지
"지금이에요!" 내 목소리에 휙. 하고 공중에 던져진 팬케이크가 빙글빙글 돌아 정확히 팬 위로 착지한다. 놀라움에 자신도 모르게 박수 치며 '대단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히야마씨, 대체로 모든 걸 잘 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것 까지 잘 할 줄이야. 적당한 갈색으로 노릇하게 구워진 팬케이크가 겹겹이 쌓여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가 되었다. ".
피곤하다. 일하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이 잡혀 저녁 시간도 놓치고, 터벅터벅이라는 말 그대로 힘없이 역을 향해 걷는다. 거리의 화려한 입간판들을 볼 기력도 없어 전부 지나치다 문득, 한 곳에 발을 멈췄다. 지금, 쌓여있는 피곤을 덜어내고 싶은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다! 싶어서 나는 남은 힘을 끌어 목적의 가게를 향했다. "윽..." "마치 벌레라도 본 듯한
똑똑.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을 오피스에 노크 소리가 울린다. 문가에 시선을 두지 않고 '들어와'라고 말하자, 문이 닫히는 소리와 이어지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에 상대가 책상 앞까지 다가온 걸 알았다. "무슨 일이야" "...저" 건조하게 내뱉은 말에 돌아온 작은 대답. 하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린 나는, 퍼뜩 고개를 들어 상대를
"어서 오세요, 주인님!" "어라." "...누나?" 나는 기세 좋게 인사를 꺼내자마자 굳어버렸다. 도쿄의 인구수는 약 1,500만 명. 그 중 도쿄에 있는 카페는 약 7,000개. 많고 많은 날 중 내가 딱 하루 일하게 된 날에 아는 사람이 찾아올 확률은 몇 일까. 오랜만의 대체 휴일로 쉬게 된 평일, 아는 동생에게서 하루만 '카페 알바'를 대신 해
"핼러윈 하면 역시 마녀 아냐?""레이쨩이 마녀... 응, 귀여울 것 같네. 그렇지 아라키다군?""...... 나한테 묻지 마""이즈미, 마녀 옷을 입을 건가?" 유이씨의 물음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27세의 네 사람.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아라키다씨와 선약이 있어서 하토리 씨의 만나자는 제안을 거절한 것뿐인데. 물러서지 않고 '그럼 모르는 사이도 아
띵동.조용한 호텔 복도. 연보라색 구름무늬의 원피스 잠옷 위에 담요를 두른 채 우두커니 서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 후 문이 열린다. '어서 와, 레이쨩.'이라고 웃으며 나를 맞아준 하토리 씨는, 귀여운 병아리 무늬의 잠옷 차림이었다."... 잠옷이 상당히 귀엽네요.""하하, 고마워. 레이쨩도 무척 귀엽네."안으로 들어섰지만 '내가 왜, 여기
자료 전달 차 경시청으로 향하는 길, 점심을 먹은 직후라 따스한 햇빛을 받으니 나른한 기분이 든다. 너무 좋다...평화로운 이 순간이. 어쩐지 들뜬 기분으로 도착한 수사 1과의 문을 열자마자 내가 본 것은――아무도 없는 1과에, 몸이 밧줄로 꽁꽁 묶여 바닥에 쓰러져 있는 스가노군이었다. "...스가노군, 괜찮아!?" "아, 레이. 큰일이다. 꼴사나운 모습
소파에 기대 휴대폰을 보고 있던 중, 재밌는 것을 발견한 나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하루군을 불렀다. "하루군" "응?" "하루군은 왜...매일 같은 티만 입어?" "...뭐?" 내가 묻자마자 '설마...'하는 표정을 짓는 하루군. 이 표정은 이미 알고 있는 건가? 어차피 하루군이 놀란다거나, 웃는다거나, 그런 반응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실제
마키군 집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장시간 소파 위에서 쪼그려있던 탓에 발이 시려 슬리퍼를 신으려 했다. 그런데 방이 어두운 탓인지 바닥을 더듬던 발은 자신의 슬리퍼를 신은 게 아니라 옆에 앉아있던 마키군의 발을 밟는 게 되어서... "! 미안해" "아니... 괜찮은데." 깜짝 놀라 사과하자 마키군은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영화에 집중해야지 하고
수사 협력의 자료를 받으러 카구라씨의 아틀리에에 방문 한 날. 나는 커다란 짐 박스를 옮기고 있는 카구라씨에게 '의외로 힘 쓰시네요'라는 말을 꺼냈을 뿐인데... 왜 이런 흐름이 된 걸까. "내가 너 하나도 못 들것 같아?"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방금 그 말로 대답 들은 것 같아서 짜증 나는데" 나를 노려보는 카구라씨의 시선에 '먼저 물어
주말. 쇼핑을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던 중, 저 멀리서 걸어가는 스가노군을 발견했다. 반가움에 말을 걸려 다가간 순간, 인파 속에서 나온 귀여운 여자애가 스가노군에게 팔짱을 껴오더니―― "......"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 그대로 다가가던 걸음을 멈췄다... 스가노군, 여자친구가 있었구나. 일로 알게 된 사이지만 그래도 아주 친해
휴일 아침. 눈을 뜨자 창밖의 세상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평일이었다면 오랜만에 내린 눈에 들뜨기보다 출근길부터 걱정했겠지만, 오늘은 하루군과 함께 쉬는 휴일이니 기분이 더욱 들떠간다. 뽀득뽀득,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겨본 지가 언제인지... 하루군에게 외출하자고 해보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직 하루군이 자고 있을 침실로 향했다
"레이말야―― 오늘 좀 귀엽지 않아?""어?""아니 뭔가. 그쵸, 소세이씨?""......날 끌어들이지 마" 청사를 방문한 1과 사람들과 회의를 시작하기 전, 스가노군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귀엽다니... 오늘은 평소와 같은 정도로, 다른 게 있다면 마키군에게 받은 귀걸이를 한 정도인데. 쑥스러우면서도 귀걸이가 나한테 어울려 보였나보다 하고 기쁜 나는
"절~~~대 싫.어.""어떻게 안될까요?""싫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거야?""그건 아는데요.........""...잠깐, 왜 갑자기 축 처지는 건데"오늘은 카구라씨가 우리 집에 자러 온 날. 잠옷만 입는 것도 춥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니 커플로 입고 싶어 눈사람 스웨터를 준비했다. 카구라씨를 위해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다니며 제일 귀여운 걸로 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