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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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이요?” “네, 팔라딘은 이멘마하를 수호하는 기사를 의미합니다. 물론 그 취지만큼 완벽한 집단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리 접촉한다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비상 상황에 어느정도 대비가 가능하니까요.” 현명한 타르라크의 조언이라면 마다할리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팔라딘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요청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에게서 이윽고 그
“드디어 돌아왔군.” 바리 던전에서 나오니 깜깜한 밤이었다. 시간을 셈했지만 감각이 엉망이라 지금이 낮을 기다리는 새벽인지, 밤이 막 시작된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반호르는 평소의 망치질 소리도, 노가 작동하며 내뿜는 빛도 없이 평온하고 적막했다. 우리는 그 고요함을 벗삼아 말 없이 걸었다. 등에 매인 마우러스의 시체는 갈수록 무거
“오…. 이게 누구야. 모리안 여신이로군.” “제 모습을 빌어서 거짓된 행동으로 인간의 세상을 교란시킨 것... 복수의 여신으로 그 댓가를 요구합니다.” 키홀과 모리안이 대치했다. 까만 날개를 단 흰 여신과 흰 날개를 가진 까만 속내의 신. 그 대비되는 색은 두 신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 듯 강렬했다. 그동안 나는 쓰러진 마우러스를 살폈다. 뛰지
“따라 가볼까?” 들어온 길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 계속 뒤를 돌아보는 나에게 블래시가 물었다. 하지만 선뜻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마우러스의 다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보다도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르나의 상황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전에 본 검은 갑옷의 마족…, 글라스 기브넨만 산이 아니었
그제야 나는 실수했음을 깨닫고 침묵했다. 죽어도 된다, 라는 안일함은 같은 밀레시안인 이들에게 무례였다. 내게 해당되는 말이면, 당연히 이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시드스넷타에서 마지막으로 타르라크를 보고 돌아오는 길.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내 목숨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
“알베이 던전 입구.” 나는 먼지가 붙고 낡아서 바스라져 가는 표지판을 읽었다. 바위 틈에 숨겨진 던전은 알비 던전과 정말로 흡사했다. 그렇다면 여기는 우리의 추측대로 정말 티르 코네일의 다른 모습일 확률이 높다. “들어가 볼까요?”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던전 내부는 알비 던전과는 사뭇 달랐다. 가운데에 여신의 제단이 있는
우리는 도우갈의 인사에 한 박자 늦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한 마음이다. 인간이 살만한 곳이 절대 안 되는, 마치 지옥이라도 되는 이 땅에 홀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의 태도 때문이 더 컸다. 사람은 자신을 향하는 감정에는 예민하기 마련이다. 도우갈이 보내는 시선에는 인간을 만났다는 반가움 한 톨 없을뿐더러, 과장
시간은 앞으로만 향해 간다. 나는 보다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다. 무기도, 포션도, 그리고 단단하기 위해 애쓰려는 마음도. 이 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결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오늘. 블래시와 엔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지금 내 심장박동은 조금씩 두근거렸다.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지. 자기 위로를 하면서 발로 땅을 짓이겼다. 지나가는 면면에서
시드 스넷타를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나는 한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품에 있는 타르라크의 로켓을 건네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눈길은 험하고 너무 춥다. 결국 난 건네는 건 나중으로 기약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미약하게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과연 내가 잘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그건 어느새 연기처럼 내 속으로 스며들어 폐부 깊숙히서 간지럽
“쿨럭, 쿨럭. 아…, 오셨군요.” 기침을 하던 타르라크가 다가오는 날 반겼다.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안색이 훨씬 파리했다. 걱정이 들어 물었다. “몸이 안 좋아졌나요?” “이곳은 항시 추우니 감기일 겁니다. 걱정하진 마세요, 익숙한 일이니. 그보다 알아낸 게 있습니까?” 익숙한 일이라고 주제를 돌리는 타르라크에게 나는 복수의 서
“응? 책을 찾으신다구요? [복수의 서]?” “네.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런 이름의 책은 없을 텐데…, 제가 웬만한 책들은 다 이름을 기억하거든요.” 나는 내가 가진 1권의 원서를 보여주었다. 아이라는 읽지 못할 언어로 써진 책을 의아하게 보다가 내가 마족의 언어로 쓰여진 것이라 덧붙이니 경악했다. “세상에, 그런 책은 여기서는 당연히
“번역은 끝났어요. 다만 책의 뒤 부분에 내용과 관계없어 보이는 글이 있더군요. 혹시 몰라 그것도 번역해두었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크리스텔에게 받은 번역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복수의 서. 저자는 마우러스 구이디온. 분명 타르라크가 말했던 그의 스승의 이름이었다. 이 책을 발견한 곳을 생각하면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
메모리얼 아이템은 물건에 깃든 기억을 읽게 해준다. 아이템을 통해 환상에 빠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와 사뭇 다른 풍경을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로 보고 있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그 기억의 주인인 타르라크와 일체가 된 나는 던전에 진입하기 전 여신상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던전은 지하에 만들어놓은 거대한 구조물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타르라크에게 그러한 결론을 내린 계기는 스스로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을 듯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 완전히 동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여신이 인간을 배신했다는 증거를.” “좋습니다. 이 통행증을 반호르의 바리던전 제단에 바쳐보시지요. 제가 이 말을 하게
꿈의 시작은 저번과 같이 르나의 시점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금발을 지닌 남자였는데, 음울함이 담긴 그의 얼굴은 언뜻 보면 병자 같기도 했다. [ 메이븐 사제님이 이야기 해주신 모양이군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 그는 낮게 웃더니 시드 스넷타의 밤이 어떠냐는 실없는 이야
※ 이 글은 마비노기 팬픽션으로 메인스트림 등의 마비노기 컨텐츠를 참고하여 쓰여졌습니다. 공식 설정 개변이 있습니다. ※ 오래된 게임이고, 제가 그만큼 오래 플레이한 게 아니라 과거의 사소한 설정들까지 고려하지 못했습니. 유의해주세요. ※ 타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하얀 머릿결의 여자가 눈앞에 서 있다.[ 안녕하세요. 르나..., 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