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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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오섬의 지하. 아르는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물의 정령다운 신비로운 외양과는 다르게 아르는 아이처럼 신나서 네일과 자신의 근황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았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나는 말을 막지 않고 경청했다. 한참을 즐거이 떠들고 나서야 제 행동을 깨달았는지 아르가 멋쩍게 웃었다. “어머, 들떠서 너무 말이 많았네요. 어떤 용건으로 오셨는지…?
이멘마하는 영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온했다. 나는 아침부터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다니다 델이 주는 일감을 받고 서문으로 향했다. 꽃 밭에서 알록달록한 꽃송이를 채집한 후, 나는 주위를 살피다가 그대로 벌렁 누워버렸다. 마감 시간까지는 시간이 얼추 남았으니 이정도 땡땡이는 괜찮겠지. 오늘따라 이멘마하 호수를 감싼 흐린 안개도 사라져 유난히 하
루에리는 쓰러진 리안을 안고 모르간트와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그를 그토록 잔인하게 몰아세운 에스라스에게는 시선 한 줌을 던질 뿐 해코지를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자신만이 알겠지. 남겨진 나는 묵묵히 에스라스를 결박했다. 뒤늦게 프라이스가 던전에 도착하자 에스라스는 정신을 차렸다. “하하하….” 실성한 것 같은 웃음이었다. 모든 걸 앗아가는 자
흔적은 바리 던전으로 이어져 있었다. 던전에 들어간 우리는 빠르게 방을 거쳐갔다. 에스라스는 던전의 끝에서 우릴 맞이했다. “잽싸기도 하셔라.” “리안은 어디에 있지!?” 루에리의 외침에 에스라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렇게 보고싶으시다면야, 보여드리죠.” 에스라스가 힘을 모으듯 합장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불길한 기운이 몰리기 시작했다.
루에리와 합류한 나는 프라이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 내게 프라이스는 지인에게 받았다며 책을 건네었다. 마족의 언어로 쓰인 책이었다. “내가 아는 고블린에게 이 책을 번역해달라고 했는데, 인간의 언어가 서툴러서 그런지 번역이 영 쉽지가 않더군. 그래도 확실한 건 골렘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었다는 점일세.” “이 책은 제게 맡기세요. 번역할 수 있는
루에리와 타르라크의 재회는 조용히 이루어졌다. 루에리를 발견한 타르라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다가, 헛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루에리.” “못 본사이에 안색이 많이 안 좋아졌네. 타르라크.”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요란스럽지 않은 그들의 반응은 마치 당연하게 만난 인연처럼 느껴지게 했다. 내친 김에 나오까지 불러 잠깐
“동료인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서신철을 인벤토리에 넣고 이동하던 중, 루에리가 물었다. 그 전까지 침묵을 유지했던 터라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그를 보았다. 루에리가 말하는 이가 엔더라는 걸 한 박자 늦게 깨닫고 나는 답했다. “응. 예전에 같이 여신을 구출했던 일행이야.” “여신이라면, 모리안?” 루에리가 의아함과 약간의 불신을 담고 되물
눈물이 멎고 가슴이 진정되니 졸음이 쏟아졌다. 눈을 뜨려했으나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그 덕에 나는 속절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여지껏 그래왔듯이, 익숙한 영혼과 몸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 …. ] [ 어째서! 어째서냐…! ] 르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편의 남자는, 그러니까 루에리는 내게 매서운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
감옥에 얼마나 더 갇혀 있었을까. 창이 없는 지하는 시간 개념도 어그러지게 만들었다. 일주일이 흘렀을 수도 있고 단지 하루만이 지나갔을 수도 있다. 톡톡,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떴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철창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횃불이 아른거리며 빛과 그림자를 만들었
이로써 묘한 대치상태가 되었다. 남자는 마족 여자아이, 그러니까 트리아나를 뒤로 물리고 나와 팔라딘을 경계했다. 그덕에 나는 그 사이에 껴서 두 쪽을 견제하느라 눈을 굴려야했고. 팔라딘 측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꿈 속에서처럼 당황했다. “영주님과 똑같은 얼굴…! 도플갱어인가!” 남자는 그런 팔라딘을 보곤 코웃음을 치더니 내게 물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알고 있다고 해서 내게 행위의 정당성이 부여될까? 꿈을 꾸고나서 처음으로 생각해본 문제였다. 아마 크게 틀어질 일이 없다면 내가 봤던 장면은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다. 팔라딘 수련생들이 그 마족 여자아이를 해칠 가능성은 농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고. 그러므로 미래를 안다는
델에 말에 따르면, 내 이름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중이란다. 아무래도 저번 글라스 기브넨 사건 때문인 것 같은데 따로 단속을 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 알고들 있는 건지…. 다행히도 소문에 빠삭한 사람이 아니라면 평범한 민간인들은 관심이 없어보였다. 생계를 꾸려나가는게 더 바쁜 이들에겐 오래된 신화나 전설은 와닿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실 좀 떨떠름했
“팔라딘이요?” “네, 팔라딘은 이멘마하를 수호하는 기사를 의미합니다. 물론 그 취지만큼 완벽한 집단은 아니지만…, 어쨌든 미리 접촉한다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비상 상황에 어느정도 대비가 가능하니까요.” 현명한 타르라크의 조언이라면 마다할리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팔라딘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요청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에게서 이윽고 그
“드디어 돌아왔군.” 바리 던전에서 나오니 깜깜한 밤이었다. 시간을 셈했지만 감각이 엉망이라 지금이 낮을 기다리는 새벽인지, 밤이 막 시작된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반호르는 평소의 망치질 소리도, 노가 작동하며 내뿜는 빛도 없이 평온하고 적막했다. 우리는 그 고요함을 벗삼아 말 없이 걸었다. 등에 매인 마우러스의 시체는 갈수록 무거
“오…. 이게 누구야. 모리안 여신이로군.” “제 모습을 빌어서 거짓된 행동으로 인간의 세상을 교란시킨 것... 복수의 여신으로 그 댓가를 요구합니다.” 키홀과 모리안이 대치했다. 까만 날개를 단 흰 여신과 흰 날개를 가진 까만 속내의 신. 그 대비되는 색은 두 신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 듯 강렬했다. 그동안 나는 쓰러진 마우러스를 살폈다. 뛰지
“따라 가볼까?” 들어온 길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 계속 뒤를 돌아보는 나에게 블래시가 물었다. 하지만 선뜻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마우러스의 다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보다도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르나의 상황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전에 본 검은 갑옷의 마족…, 글라스 기브넨만 산이 아니었
그제야 나는 실수했음을 깨닫고 침묵했다. 죽어도 된다, 라는 안일함은 같은 밀레시안인 이들에게 무례였다. 내게 해당되는 말이면, 당연히 이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에. 시드스넷타에서 마지막으로 타르라크를 보고 돌아오는 길. 분명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내 목숨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
“알베이 던전 입구.” 나는 먼지가 붙고 낡아서 바스라져 가는 표지판을 읽었다. 바위 틈에 숨겨진 던전은 알비 던전과 정말로 흡사했다. 그렇다면 여기는 우리의 추측대로 정말 티르 코네일의 다른 모습일 확률이 높다. “들어가 볼까요?”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던전 내부는 알비 던전과는 사뭇 달랐다. 가운데에 여신의 제단이 있는
우리는 도우갈의 인사에 한 박자 늦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한 마음이다. 인간이 살만한 곳이 절대 안 되는, 마치 지옥이라도 되는 이 땅에 홀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의 태도 때문이 더 컸다. 사람은 자신을 향하는 감정에는 예민하기 마련이다. 도우갈이 보내는 시선에는 인간을 만났다는 반가움 한 톨 없을뿐더러, 과장
시간은 앞으로만 향해 간다. 나는 보다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다. 무기도, 포션도, 그리고 단단하기 위해 애쓰려는 마음도. 이 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결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오늘. 블래시와 엔더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지금 내 심장박동은 조금씩 두근거렸다.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지. 자기 위로를 하면서 발로 땅을 짓이겼다. 지나가는 면면에서
시드 스넷타를 완전히 벗어나고서야 나는 한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품에 있는 타르라크의 로켓을 건네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눈길은 험하고 너무 춥다. 결국 난 건네는 건 나중으로 기약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미약하게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과연 내가 잘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그건 어느새 연기처럼 내 속으로 스며들어 폐부 깊숙히서 간지럽
“쿨럭, 쿨럭. 아…, 오셨군요.” 기침을 하던 타르라크가 다가오는 날 반겼다.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안색이 훨씬 파리했다. 걱정이 들어 물었다. “몸이 안 좋아졌나요?” “이곳은 항시 추우니 감기일 겁니다. 걱정하진 마세요, 익숙한 일이니. 그보다 알아낸 게 있습니까?” 익숙한 일이라고 주제를 돌리는 타르라크에게 나는 복수의 서
“응? 책을 찾으신다구요? [복수의 서]?” “네. 혹시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런 이름의 책은 없을 텐데…, 제가 웬만한 책들은 다 이름을 기억하거든요.” 나는 내가 가진 1권의 원서를 보여주었다. 아이라는 읽지 못할 언어로 써진 책을 의아하게 보다가 내가 마족의 언어로 쓰여진 것이라 덧붙이니 경악했다. “세상에, 그런 책은 여기서는 당연히
“번역은 끝났어요. 다만 책의 뒤 부분에 내용과 관계없어 보이는 글이 있더군요. 혹시 몰라 그것도 번역해두었어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크리스텔에게 받은 번역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복수의 서. 저자는 마우러스 구이디온. 분명 타르라크가 말했던 그의 스승의 이름이었다. 이 책을 발견한 곳을 생각하면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
메모리얼 아이템은 물건에 깃든 기억을 읽게 해준다. 아이템을 통해 환상에 빠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와 사뭇 다른 풍경을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로 보고 있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누군가의 기억. 그 기억의 주인인 타르라크와 일체가 된 나는 던전에 진입하기 전 여신상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던전은 지하에 만들어놓은 거대한 구조물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타르라크에게 그러한 결론을 내린 계기는 스스로에게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을 듯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 완전히 동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여신이 인간을 배신했다는 증거를.” “좋습니다. 이 통행증을 반호르의 바리던전 제단에 바쳐보시지요. 제가 이 말을 하게
꿈의 시작은 저번과 같이 르나의 시점이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구불거리는 금발을 지닌 남자였는데, 음울함이 담긴 그의 얼굴은 언뜻 보면 병자 같기도 했다. [ 메이븐 사제님이 이야기 해주신 모양이군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 그는 낮게 웃더니 시드 스넷타의 밤이 어떠냐는 실없는 이야
※ 이 글은 마비노기 팬픽션으로 메인스트림 등의 마비노기 컨텐츠를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메인스트림 개변이 있습니다. ※ 오래된 게임이고, 제가 그만큼 오래 플레이한 게 아니라 과거의 사소한 설정들까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유의해주세요. ※ 타 사이트에서 연재했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하얀 머릿결의 여자가 눈앞에 서 있다.[ 안녕하세요. 르나..., 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