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의 대가들은 기록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예컨대. 서녘 하늘에서 처음으로 달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가리키며 틸리온의 이름을 말한 것은 켈레고름이었다. 그와 틸리온을 친구라 하기는 어려웠으나 그들 둘은 오로메의 사냥 부대에서 같은 피를 마시고 사냥감을 나눈 바 있었으며, 천상과 대지 사이의 거리마저도 켈레고름의 예리한 감각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했
“아이가?” 네르다넬은 흠칫하며 되물었다. 여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혈색이라곤 없이 창백한 안색이었다. “네르다넬 님, 저는…… 감당할 수 없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엇지만, 네르다넬의 귀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네르다넬의 주의는 여자의 품 안에 안긴 아이에게 못박여 있었던 까닭에. 아주 갓난아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저녁의 티리온은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민돈 엘달리에바 꼭대기를 태양의 배가 스치고 지날 때쯤 피나르핀은 마지막 접견자를 물렸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알현실에는 까마득히 높은 천장 아래, 늘어선 열주의 기다란 그림자뿐이었다. 금빛으로 물든 대리석을 한 발짝씩 디디며 피나르핀은 조용히 알현실을 가로질렀다. 세상에 빛이 돌아온 이래 닫힌 적 없는 문을 지나
청색산맥 기슭에서 일몰을 기다리던 중, 잉귀온은 지루한 시간을 흘려보낼 화젯거리라도 내놓듯 말했다. 머잖아 이 산맥이 가운데땅의 서쪽 경계가 될 거라더군요. 이쪽에는 해안만 좀 남기고요. 과연, 본인의 심성이야 어떻든 엘다르의 영원한 왕자란 화술을 공부할 필요는 없는 법이었다. 당장 피나르핀조차 저 말에 뭐라고 해야 부드러운 대답이 될지 머리를 쥐어
포스타입 남자는 초겨울 어느 해질녘에 성문을 두드렸는데, 그 직전까지도 망루를 지키던 경비병들은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병사들이 한바탕 발칵 뒤집히고 그들의 주군이 다급히 불려오고 군식구 애들까지 슬쩍 소동을 구경나온 뒤에야 비로소 문이 열렸다. 엘론드는 마글로르의 등에 반쯤 몸을 숨긴 채 남자를 지켜보았다. 아몬 에레브에 이방인이 방문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