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IN
총 30개의 포스트
에필로그 나 좀 잡아줘. 네가 그렇게 말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인데 감정들은 신중하다. 고요하게 흐른다. 왜냐하면 이 말을 너에게 들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 모든 섬세한 감정들이 이제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주 입에 담는 단어는 본인에겐 무거워지고 타인에겐 가벼워진다. 그러므
경고문: 캐붕이 심합니다 이거뭐야? 싶으면 레드썬! 해서 잊어주세요. 알레한드로를 아는 사람: 알레한드로와 상성 되게 나쁜 사람이 적으로 걸렸을때의 캐해석 에유로 생각해주세요. 요한을 아는 사람: 요한이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캐해석 느낌으로 읽어주십시오. 둘다 아는 사람: 캐붕을 용서해주십시오. 알레한드로와 요한은 ‘한 명을 죽이지
오빠는 그 마지막 메시지 이후 일주일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어요. 모르는 번호였지만 오빠라는 걸 저는 한눈에 알아보았어요.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어요. 무섭기도 했고, 동시에, 동시에……. 뭐였을까요? 저는 그때 오빠가 절 부르는 걸 듣고 있었어요. 오빠는 일방적 메시지밖에 남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너머의 저를 알고 있었어요. 저는 오빠가 제 이름을 부
콘텐츠 워닝: 유혈, 잔인한 살해에 대한 간접적 묘사 은퇴를 앞둔 오르테가 경찰서장이 세상에서 가장 경멸하는 류의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에두아르도 베가 몬테로 같은 부패경찰이었다. 카르텔에 굽신거리며 뇌물을 받고는 떵떵거리는 족속들. 피 묻은 검은 돈을 좋다고 받아서, 피와 눈물을 짓밟고 일어서서 부자가 된 부류들. 따라서 오르테가가 그자의 아들 알레한드로
[20:42]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삐— (헛기침) 마리아나? 나 오빠야.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는가보구나. 선생님이 숙제를 많이 내 주시니? 이거 들으면 전화해주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단다. 가능하다면 네 얼굴을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었고, 돌아가면 분명 그리할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허락하지 않
안녕하세요! 저는 마리아나에요. 전 어제부로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했어요. 지금은 유일한 가족인 오빠, 알레한드로와 함께 살고 있지요. 이번엔 오랜만에 고향인 시우다드후아레스로 왔어요. 사실 저는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어요. 일단 시우다드후아레스가 마음에 안 들어요. 그곳에선 너무 끔찍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부모님도 거기서 참혹하게 돌아가셨으니까요. 하
!주의!: 고어한 장면이 많이 나오니 감상에 유의해 주십시오. 리우진 글 커미션Y님께 드림공백 포함 6,209자[2024.08.28.수] 료헤이가 더는 태양 아래 서지 못하게 된 지도 꽤 됐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를 침울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태양의 수호자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는 이제 태양이 자취를 감췄을 때 사냥했다. 그날 밤은 하늘이 맑고 하현달
리우진 글 커미션D님께 드림공백 포함 3,117자2024.08.15 상실 나는 추워서 깼다. 이전보다 특별히 더 추워진 것도 아닌데 왜 잠에서 깼을까. 무심코 옆으로 손을 뻗어 더듬다가 빈 허공을 만지고 이유를 알았다. ‘그’가 없었다. 늘 옆에서 같이 자던 한 사람분의 체온이 사라져서 나는 이전보다 더 추웠다. 그 체온은 영영 사라졌다. 나는 숨이 멈
솔트는 바리케이드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저격은 솔트의 주특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못할 짓은 아니었다. 지금 솔트를 괴롭히는 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이 아니라 이렇게 몸을 구겨넣고 있자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특수부대 시절 동료들과의 추억이었다. 오래된 추억이었다. 솔트가 보는 앞에서 괴이에게 다 잡아먹힌 녀석들. 혼자 살아남은 자신. 그리고 자신이 진짜로 괴이
엔젤은 있는 힘껏 달려서 솔트가 있는 층까지 올라갔다. 솔트 방이 어디었더라? 찾아갈 일이 있어야 알지! 엔젤은 복도에서 솔트의 이름을 외치며 잠긴 호실들이 가득한 문들 사이를 내달렸다. 다행히도 솔트의 방은 이름칸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엔젤은 솔트의 방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솔트? 솔트! 거기 있어요? 나와봐요! 지금 큰일났어요!!” 문이 부서져라 두
예약은 다이스가 잡았다. 처음에는 다음 예약까지 1년을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다이스가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30분 뒤에는 내일 약속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대체 무슨 짓을 했나 궁금해서 대화내역을 보려던 트로이는 실수로 다이스의 인스타 페이지로 들어가버렸고 가명을 쓴 다이스가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 인증샷을 업로드한 것을 보고 인상을 팍 구겼
그들은 지부에 돌아왔고, 빙의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엔젤이 본인 단말기를 조작해 데이터베이스를 불러오더니 결론을 내렸다. “이거, 빙의체 맞아요. 예상이 맞다면 이건 고스트66B라고 분류된 빙의체예요. 특징으로는 인간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이고 싶어하죠.” 트로이는 벌써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엔젤이 설명을 이었다. “희귀하게 생성되
그리하여 트로이는 대체 엔젤의 주의사항은 뭐였을까 하는 찝찝함을 가슴 한 구석에 품은 채 인원들을 소집했다. 트로이가 런던의 Zone 3 구역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다이스와 솔트는 익숙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스가 말했다. “또 총기난사네요.” 그러자 엔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이스를 바라보았다. “당신 미국인이에요?” 사실 총기난사 같
! 이전 시리즈 Welcome Home 에서 이어집니다 ! 일리야 그레이야드, 그러나 언제나 코드네임 ‘트로이’로 불러야 하는 한 뒷세계 특수요원이지만 결국은 한낱 직장인에 불과한 그는 씨발, 돌아버릴 것 같았다. 팀 인원을 증원해달라 요청했는데도 상부에서 기각했기 때문이다. 기각 사유도 터무니없었다. ‘현재 인원으로 충분함.’ 장난하나? 뭐가 충분해?
리우진 글 커미션A님께 드림공백 포함 2,022자2024.08.15 혁명이 끝나고 A가 위험해졌다고 하자 나는 기꺼이 그의 증인이 되겠다고 나선다. 그 사람은 누구보다도 혁명을 위해 애쓴 사람이에요, 이중 첩자로서 누구보다도 혁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요. 이게 그를 돕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의 반응이었고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
리우진 글 커미션 Y님께 드림2024.08.13.화요일분량: 6,163자 이 글은 챕터별로 시간이 역순으로 진행됩니다.현재에서 과거로, 더 먼 과거로.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이 시작된 때까지. Chapter 1 쿠데타는 언젠가 벌어질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고 승리의 여신은 독재의 손을 들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가 바랐다. 모두 알았다. 오직
글쓴이: 리우진 공백 포함 11,362자 미하일로 니코이치가 전장에서도 유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의 말을 경청했다. 지휘관 자리에 선 내가 상대해야 했던 그 어떤 남자들과도 다른 점이었다. 사석에서도 그는 나에게 친절했고 말하던 도중 내 말을 자르고 들어온 적도 없었다.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다. 공적인 영
다이스는 위험에 처한 사람치고는 상당히 침착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다이스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매일의 소소한 행복이 아니라 극도의 희열이나 절망, 혹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그것들 아니면 죽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삶이었다. 그래서 다이스는 패닉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기분나쁜 미소를 실실 흘리고 있었다. 그것이 상대를 자극할
데이메어는 상실과 그리움을 매개로 환상을 보여주는 괴물이다. 숙주가 상실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순간 접촉한 사람들이 ‘곁가지’가 되고, 곁가지들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본체보다 더 열화되고 끔찍한 환상을 보게 된다. 어쩌면 총을 난사해서라도 방어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무언가를 보게 되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는
깜짝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트로이는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이었으므로, 화들짝 놀라는 대신 화를 냈다. “하, 왜 거기 있었지?” 캐비닛이 있는 곳부터는 나름대로 보안구역 중 하나였다. 날카로운 질문에 솔트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우연히.” “우연히 보안문을 뚫고 기밀서류함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고?” “우기는군.”
그들은 난사범을 만날 수 있는 예상 경로로 뛰기 시작했다. 최단 경로이자 가장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경로였다. 그러나 아무도 안 만날 수는 없었고 그럴 때마다 솔트가 고스트탄을 쏴서 그들의 기억을 지우고 갔다. 그때마다 프리드먼의 탄식 소리가 들렸지만, 어쩌겠는가. 달리는 동안 브리핑은 다이스의 몫이었다. “데이메어에게 영향받은 사람은 자신을 쫓아오는 끔찍
CDG에서 지급해준 특수 총기는 구조상 거의 일반 총기와 똑같았고, 쓰는 탄만 달랐다. 이 총알은 가끔 표면이 흐릿하게 사라질 듯이 일렁이는 것 말고는 특정 회사의 탄환들과 비슷했는데, 권총용으로는 매그넘탄과 유사한 구경으로 나왔고 총도 데저트 이글과 흡사한 구조였다. 이 유령처럼 일렁이는 모습 때문에 다들 고스트 탄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고, 심지어 정식
이게 게임이라면 망겜이다. 일리야 그레이야드, 그러나 반드시 ‘트로이’라고만 불려야 하는 한 특수요원은 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세상 일에는 대개 포지션이 있기 마련이었다. 게임을 해 본다면,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탱, 딜, 힐, 서폿의 조합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실 세상의 임무를 위한 ‘포지션’은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세
방 안에는 혈향이 가득하였다. 리암 오코너는 잘 나가는 외과의였을 적부터 이 냄새에 아주 익숙하였다. 비록 지금의 그는 사람 셋을 죽인 수배범이었으나 리암의 죄악이 의학적 식견과 수술 집도 실력을 무디게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의사 선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익숙한 삶과 익숙한 일상은 이어진다. 설령 그가 얼마나 막대한 어둠에 흠
셰퍼드 “솔트” 포스터는 처음으로 손안에 쥔 이 망할 약을 먹을지 말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건 흰색이었고 모양은 양옆으로 긴 장방형의 조그만 알약이었다. 알약들은 처방 약들이 늘 그렇듯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오렌지색의 원통에 우르르 들어있었으며 흰 안전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원통의 옆면에 붙은 스티커에는 약의 이름인 ‘스틸녹트(Stil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