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週日)의 말미가 되면 우리 셋은 따로 약속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퍽 당연하단 듯 내 집에 모이곤 한다. 나는 이 암묵적 만남에 앞서 짧은 모험을 마무리 짓거나, 대학으로부터 온 논문 검수를 끝내고 홀로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한다. 이어 점심이 되기 전까지 서재에 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서, 집필 중인 모험기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벽
*하얀♡지아 첫만남 날조 소설 (5편 안에 완결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얀이의 보호자들이 비중을 꽤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나있는 것을 숨길 줄 모르던 청소년 하얀이(대략 16세 즈음) LA에 방문한 지아와 만납니다! *하얀이가 확실하게 지아임이 특정되지 않는 상대를 짝사랑하는 묘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메인스트림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드디어 지아가
*하얀♡지아 첫만남 날조 소설 (5편 안에 완결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얀이의 보호자들이 비중을 꽤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나있는 것을 숨길 줄 모르던 청소년 하얀이(대략 16세 즈음) LA에 방문한 지아와 만납니다! *하얀이가 확실하게 지아임이 특정되지 않는 상대를 짝사랑하는 묘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메인스트림은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그러나 이미
눈은 하늘이 내리는 기적이라 했던가. 신이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기적이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하늘 위의 존재가 누군가를 애정하는 만치 차갑게, 눈송이가 대기를 얼렸다. 세계가 잿빛에 잠겼다. 그러나 세상에 유일한 것 하나는 온전히 제 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다. 만물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자연. 시린 계절이 굽이치는 세월까지 얼리지는
찬 겨울바람이 네 아픔을 다 싣고 날아갈 수 있기를. 흰 눈송이 소복이 길가에 얹힐 때마다 네 추움 옅어지길. 어둠 내려앉은 밤거리에 붉고 푸른 조명이 반짝이면 네 기쁨 또한 배가 되기를. 나는 몇 번째인지 모를 기도를 올리며 잠든 너에게 체온이 스며든 손을 얽었다. * 한겨울의 매서운 비명이 창밖을 메웠다. 내일이면 신의 아들이 이 땅에 축복으로서
봄을 머금은 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었다. 꽃바람이 불었다. 햇볕이 머리 위로 쏟아져 빛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렸다. 그만큼 따사로운 날이었다. 계절을 닮은 화창한 날씨가 머리 위를 장식했다. 이내 맞이한 봄을 품은 화사한 표정으로, 럭키가 진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기야.” “...네, 선배.” 그런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당신다웠다.
신이 울먹이기라도 하나. 울상인 하늘을 힐끗 올려다본 E의 감상은 그러했다. 나름 감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실은 흐린 날씨에 대한 애먼 원망에 가까웠다. 그는 신을 믿지 않았으므로. ─경찰청 차장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A 조직에 잠입할 것. 물론 직접 E에게 내려진 명령은 아니었다. 전달되고 전달되어서 E가 있는 밑까지 하달된, 그저 그런
시작은 큰 이유가 아니었다. 나는 학교와 가정에서 받는 교육을 제외하면 자주 바깥을 나돌아다녔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집에 남아있는 시간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혹은 내게 시간이 남는 것을 못 견뎌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누군가가 계속 염원했을 시간이라는 것을 지워내지 못했기에, 나는 매 순간 할 일을 찾아 헤맸다. 어떤 날은 그것이
* 옛날옛적에 쓴 자컾 연성222. 얘도 손질해다가 이쪽으로 옮깁니다. * 원래 <검은 장미>하고 쓰인 시점도 완전 제각각인데, 이제와서 보니 저 글의 화답글이 이거구나? 싶어져서. 이 아래 애를 읽고 오시면 더 좋을 겁니다. 아마도() 클라디야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늘 지나가던 길가에 눈길을 끄는 게 있어서다. 원래 빈 자리였던 곳에 간판 하나가 놓여있
휴버트는 창문 밖을 보며 책을 덮었다. 한적하게 실내에서 듣는 빗소리는 좋지만, 으슬으슬하니 뒷덜미가 서늘해서 몸을 일으켰다. 벽난로에 장작과 함께 불을 지피고, 차를 우리기 위한 물도 끓이고, 책장 쪽 작은 테이블에 두 개의 찻잔을 준비했다. 지금,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이른 오전부터 나갔다. 계속되는 비로 초코보 우리에 문제가 생겨서 도와달란 의뢰
* 옛날옛적에 썼던 자컾 연성, 살짝 손질해다가 여기로 재업(얼마나 옛날이냐면, 17.04.03에 썼었네요) * 우리집 애들의 외관은 멀쩡한데 같이 두면 뭔가 어라?싶어지는 이 포인트가 너무 좋아…! 모험가들 사이에 올드로즈 키우기가 유행을 타고 있었다. 당장 부대 집에도 몇 개의 화분이 놓여있었고, 각자 개인실에 둘 거라며 자그마한 화분 한둘을 사서 들고
※ 성관계 묘사가 있습니다. ※ 손의 자컾 연성입니다. 벌써 연말이다. 희오는 책상 위의 달력을 무심코 쳐다보다, 1월에 있을 자신의 생일을 떠올렸다. ‘올해는 좀 다르려나.’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려던 펜을 잠시 손가락 사이로 빙글 돌렸다. 이미 희오의 눈에 서류 내용은 한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급한 거였으면 누나에게 바로 올라갔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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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바탕에 빨간색과 갈색, 파란색의 선이 가로질러가는 테니스 스커트. 리안이 입고 있는 교복 끝이 나풀댔다. 리안의 시선 끝에는 은영이 아른거리고 있다. 언뜻 보기에 서늘한 느낌이 드는 얼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리안은 알고 있다. 일전에 잠시 마주친 기억을 더듬어보노라면, 은영과 보낸 시간은 퍽 재미있었다. 리안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되기에
─ 탕, 탕! 힘 있게 코트를 내리치는 소리가 체육관 전체를 가득 채웠다. 농구부로 꽤 잘 나가는 학교인 만큼 농구부의 인기는 무시할 수 없었다. 코트 바깥 자리에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농구부 학생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꺅꺅대는 소리를 응원삼아 연습경기를 진행하던 순간,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나 선배! 파이팅!” 떠오르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 대저택. 5월을 맞이해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정원사는 손을 다치지 않게 장미의 가시를 하나씩 톡톡 다듬고 있었고, 많은 하녀들은 머리수건을 뒤집어쓴 채 계절에 맞게끔 집안의 장식을 바꾸고 있었다. “얘, 오늘 새 하인이 온다지 않아?” “아마 지금쯤 집사님이 도련님께 소개해드리고 있을거야. 남자애라 잘됐지.” “안 그래도
* 거래(https://glph.to/wrylxy)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코이즈미와의 거래 아닌 거래를 하게 된 지도 어언 1개월. 연구소 내부를 탈출하게 도운 대가로 얻게 된 것은 부자유였다. 사토 유즈루는 연구소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처지에 놓였다. 당연했다. 피실험체의 도주를 돕는 연구원이라니. 그 연구소의 규칙대로 ‘처리’ 당하지 않은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사토 유즈루는 울컥 올라오는 피 섞인 타액을 억지로 삼키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흐린 시야를 붙잡으려 애쓰며 쓰러진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그마저도 움직임을 봉쇄당했다. 어깨를 밟고 있는 다리 힘이 너무 억센 탓이다. 고개를 비틀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영을 역으로 올려다봤다. “...하하.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어.”
한낮의 청명한 하늘에 사이렌 소리가 높이 울려 퍼졌다. 동백의 예민한 귀가 쫑긋거리며 소음을 예민하게 잡아냈다. 이 나라의 대표가 습격당했다는 중대한 경보였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물밀듯이 밀려오는 불안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어느 누가 나라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평온하게 있을 수 있을까. 동백은 하던 뜨개질을 멈추고 흔들의자에서 벌떡
산명수려한 풍광 속 못 위로 꽃잎이 하느작거리며 내려앉는다. 그 가운데 부드러운 빛의 머리칼을 붉은 끈으로 질끈 동여맨 어느 소저 하나가 중심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못 위에 떠 있는 팔각정자 안 쭈그려 앉은 채 무릎을 끌어안고서. 그리고 그사이에 고개를 묻고 있다. 연분홍 꽃잎 흩날리듯 무게감 없이 나풀거리는 계절과는 맞지 않게, 소산의 기분은 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