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닉스
총 31개의 포스트
매듭이 돌이킬 수 없이 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베르다미어는 대성화를 손에 들고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균열에 뛰어들 때마다 어지러워지는 머릿속이 달갑지 않았다. 엔야가 건네준 조각에서부터 읽어낸 기억이 요동쳤다. 서약, 시험, 표식, 피와 기다림.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무엇을 표시했을까. 그 피는, 분명히… 그는 욕지기가 치미는 듯 해서 고개를 숙
- 오리지널 밀레시안 묘사 주의. - 카즈밀레지만 커플링 요소는 상당히 소프트합니다. - 쓰다가 한번 날려먹은 걸 꾸역꾸역 다시 쓴 거라서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흐릿한 붉은 눈동자에 느릿하게 빛이 들었다 사라졌다. 벌써 몇 시간째의 교전인지 알 수 없었다. 시체들은 끝없이 땅에서 솟아났고 눈 먼 사도는 주인 없는 비석을 세웠다. V는 주변의 소리
- 틸밀레의 신념이나 생각, 주밀레의 이야기 위에 서 있는 밀레시안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나는 글이기에 백업합니다. - 대충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정도로 보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베르다미어의 평소 신조 중 하나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을 생각하면 미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몸뚱이에 비해 자신의 정신머리가 얼마나 유약한지를 깊이 알고 있었
- 오리지널 밀레시안 묘사 및 설정 주의 - 밀레시안이 되기 전의 전생을 이야기합니다. 밀레시안들은 다난처럼 본격적인 사회나 구조 따위를 형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연결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이를테면 앞 농장 사는 밀레시안과 안면을 트고 지낸다든가, 던전을 갈 때에는 꼭 같이 가는 사람이 있다던가. 밀레시안들은 자주 마을 한쪽에 친밀한 상
Verdamir 베르다미어. 베르, 벨, 혹은 당신이 부르는 대로. 마비노기 주인공 밀레시안 밀레시안 서사 외, 약간의 독자적인 서사와 설정이 있습니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배경과 이야기는 마비노기의 주인공 밀레시안을 따릅니다. 밀레시안, 꿈을 꾸는 별, 영혼의 강에 몸을 맡긴 여행자. 길을 잃어버리는 드림워커. 인간, 아마도 검을 다루기 위해서
※ 초대 단장 x (여)밀레시안 ※ 밀레시안이 초대 단장과 교감하고, 신의 기사단을 마무리한 이후 모종의 사유로 과거로 날아갔습니다. 초가 밝게 타오른다. 고대의 에린은 양초에 조금 다른 재료를 쓰는 모양이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밀레시안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단장실의 온도는 싸늘했다. 촛불이 곳곳에서 방을 밝히고 있긴 했지만, 제 주인을 닮은 방은
- 그러게나 말입니다. - 트위터에서 타래로 작성한 바 있는, 어째서 카즈밀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페어의 이야기는 어떠한지를 정리해서 옮긴 포스트입니다. - G25까지의 스포일러 주의. - 오리지널 밀레시안 설정 주의. 헤드 캐논 주의. 개인 드림 서사 주의. 아무튼 다 주의. - 그러게나 말입니다... 0. 서문 시작하기에 앞서 왜
당연스럽게도 G20 성역의 문 스포일러 주의. 하 나는 성역의 문 클리어할때마다 아 드림 관둘까 라는 마음에 사로잡혔다가도 쟬 사랑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성역의 문은 전체적으로 과거 - 현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있던 것들, 과거의 이야기들,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남겨진 것들이 지금의 기사단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야기의 골자가
왜 이렇게 된 거지? 베르다미어는 숨이 턱에 닿도록 뛰며 생각했다. 분명 좋았잖아. 해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꽤 괜찮았잖아! 페라 화산의 열기가 그의 걸음을 가로막으며 춤을 췄다. 그는 목구멍이 바싹 마르는 걸 느끼며 헐떡였다. 그는 얼마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냄비를 붙들고 한 절기가 다 가도록 요리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
- 가내 더지의 데드엔딩 이후 아스타리온을 묘사합니다. - 비승천 아스타리온 - 캐붕주의 어느 따스하고 화창한 여름날, 아스타리온은 꿈을 꾸었다. 꿈? 아, 그래, 엘프는 꿈 같은 거 안 꾸지. 정확히 말하면 '그러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기억 속 편린이라기엔 지나치게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므로, 꿈이 맞다. 해무처럼 짙고 방향 모를 꿈
베르다미어는 앞서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네 명은 조장, 다른 한 명은 조원. 듣기로는 조가 세 명으로 구성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 이렇게 젊단 말이야? 아니면 세대교체가 최근에 된 건가?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전투조에 몽땅 차출된 거면 다음은? 아니면 그 윗선은? 원로회 같은 게 있는 건가? 얘들도 훈련생 같은 게 있나? 궁금한
새롭게 태어난 주신의 검에게. 톨비쉬의 말에는 기묘한 힘이 있었다. 그의 어조는 평이했고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스민 결의와 믿음은 몇백 년을 벼려 온 곧은 검에 비할 수 있었다. 베르다미어는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조금 웃었던 것 같다. 오랜만의 웃음소리였다. 스스로 ‘오래되었다’라고 헤아릴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멘 마하의 뒷골목에
베르다미어는 황망하게 소년을 바라보았다. 막 성인이 되었을 깨끗하고 어린 얼굴이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냅다 존경한다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버린 기분을 아는가? 베르다미어는 지금 그 기분을 자의와 전혀 상관없이 생생하게 체험 중이었다. 있지, 미안한데 내 인권 같은 건 어디 간 거야? 내 수치심 같은 건 전혀 배려를 안 해주는 거야? 그는 입을 뻐끔거리다 겨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자리엔 고요가 머물렀다. 모리안은 셰익스피어를 데리고 사라져 버렸고 에레원은 대관식 준비 때문에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왕성으로 돌아갔다. 다음부터 에일리흐를 구한 영웅으로 대접해 주겠다는 얘길 들은 것 같긴 한데, 별 관심은 없었다. 네 일이나 잘해, 라고 말했더니 에레원이 어떻게 곧 여왕이 될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
베르다미어는 고개를 들어 포도주 빛 하늘을 보았다. 그의 손에서 신들의 검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별안간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바깥의 혼잡스러움과 제 마음에서 들려오는 불평을 견디지 못해 그림자 세계로 뛰어 들어온 참이었다. 그림자 세계의 검은 태양이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란 적 없어.” 지금까지의 총평이었다. 종말의
베르다미어는 티르 코네일 광장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붉은 두 눈동자와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이전과 같았지만 달랐다. 그는 빛의 기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자면 혀끝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복수와 상실, 거짓의 맛이었다. 그때 왜 에스라스의 말에 바로 반박하지 못했을까?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정령의 힘이 발현해 그
“삼하인에요?” 크리스텔은 베르다미어에게 통행증을 건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의 얼굴엔 걱정하는 표정과 감사함의 미소가 뒤섞여 있었다. “네, 그때는 에린과 마족의 세계가 연결되는 절기... 삼하인이 되면 바리 던전에 제가 드린 통행증을 바치세요. 그러면 티르 나 노이로 가실 수 있을 거에요.” 마족의 세계라는 말이 신경 쓰였지만, 베르다미어
베르다미어는 시드 스넷타에서 걸어 나오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걸 본 트레보가 ‘하하, 그렇게 한숨 쉬시다간 빨리 나이를 먹는다고요? 핫하!’라고 말해도 그리브를 찬 정강이를 뻥 차지 못할 만큼, 그는 힘이 쭉 빠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타르타르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는 그가 여신을 구하거나 티르 나 노이로 가거나 하는 일들을 하지 않기를 바라
카즈윈은 이번엔 좀 더 높은 곳을 택했다. 그는 게이트 건물의 기상천외한 곳을 잘 알았다. 예를 들면 아직 보수공사가 끝나지 않은 서까래 위, 나무 기둥을 엉성하게 괴어 놓은 반쯤 허물어진 벽돌벽 근처 같은 장소. 그곳엔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았고, 그의 조용한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카즈윈은 한쪽 다리를 허공에 쓱 늘어트리고 천천히 흔들었다. 오늘은
나무 인형에 목검이 부딪쳐 딱, 하는 소리를 냈다. 베르다미어의 앞에 있는 나무 인형은 묶어둔 짚이 너덜거려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인형의 몰골은 어디서 많이 두들겨 맞았군, 하는 생각을 겨우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인형이 얼마나 가엾은 모습으로 서 있거나 말거나, 그는 숨을 들이켜고 다시 목검을 휘두르며 생각한다. ‘정확한 자세’가 정확히 뭘까?
흰 눈밭 위에 붉은 핏자국이 번진다. 어린 손은 여기저기 까진 채였고, 나무 막대기는 반이 부러져 제 효용을 다하지 못한 지가 벌써 몇십 분쯤 되었다. 베르다미어는 긁힌 뺨에서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다시 닦았다. 코요테 서너 마리가 그의 주변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나 한계에 부딪힌 숨이 하얗게 흩어지고, 그는 짐승들이 언제쯤 달려들지를 가늠하며 천
이름 잃은 혼백이 허공으로 헤엄쳐 나온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무엇이었던 건지도 모르는 순진하고 깨끗한 혼은 정처 없이 우주의 틈새를 유영한다. 여러 우주가 그를 선뜻 스쳐 지나가는 감촉을 기꺼이 여기며 묶인 곳 없이 자유함을 기쁘게 만끽하던 영혼은 찰나 어떠한 세계를 본다. 혼들이 스며들 틈이 찢어져 있는 곳, 희끗희끗한 강이 틈을 따라
1. 2023 포스타입 작심삼월 참가 포스트입니다. 2. 마비노기 카즈윈과 밀레시안이 엮이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 집 밀레시안 이야기가 많을 예정입니다. 3. 저만 아는 저희 집 자식 이야기지만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4. 흔히 상단에 붙는 '오리지널 밀레시안 주의' 표시는 붙이지 않습니다. 5. 13주간 잘 부탁드립니다.
※ G25까지의 메인스트림 및 G22 리플레이 강스포일러 주의. 사랑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이를테면 마을 바깥으로 한 번도 나서 보지 않은 이에게 머나먼 동쪽의 나라로 여행할 의지를 주기도 하고, 가을의 낙엽처럼 떠돌던 이가 한 곳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리도록 하기도 한다. 사랑 앞에서 ‘절대’나 ‘결코’ 같은 말은 금세 제 빛깔을 잃고 마는 것이다.
- G25 스포일러 극 주의 - 잔열 속의 밀레시안 사랑은 승리하지 않는다. 불타는 평원의 환상 속에 선 자는 결론을 내렸다. 실상 그것은 그의 것조차 아니었고, 지금은 사라져버린 누군가, 혓바닥을 바싹 마르게 하는 열기, 매캐한 연기의 자취와 호흡을 사르는 불꽃의 주인이 그에게 내린 형벌에 가까웠으나, 어쨌든 그는 그 속에서 결론지었다. 사랑은 결코 승
- 카즈윈 x 밀레시안 - HL 드림요소 있음 - 트위터에 이미지로 올렸었는데... 이 길이면 그냥 게시글도 괜찮겠다 싶어서요. 밀레시안은 풀잎이 뺨을 간질이는 감촉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느리게 깜박이다가, 멍멍한 귓가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 반짝 정신을 차린다.난 분명히 그냥 성역을 지나가려고 했었
※ 카즈윈 혼자 나옵니다. ※ 카즈윈이 기도를 합니다. (저도 낯선 듯... 아무래도 그런 듯...) 살아가는 데에도 유불리가 있다면 다난의 몸은 살아있는 것 중 유리한 축이었다. 발달한 지능과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손마디, 영토를 지배하는 결집력에 질기게 달라붙은 목숨. 하지만 그것도 별에서 온 자들을 살피자면 '조금'에 불과했다. 그만큼 별의 육신
※ G25까지의 강력한 스포일러 주의. ※ 컷 로그 콘티 삼아 써내려가던 것이라 기존 글과는 다소 형식이 다릅니다. 톨비쉬는 자신의 손안에 작은 영혼이 놓인 걸 본다. 그 속에서 휘몰아치는 폭풍과 영겁을 지난 듯한 흔적들과 이제 본래 어떤 모양이었는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오래된 본능과 생생했었을 호기심을 본다. '육체가 없어도 알아봐
※ G20, 나의 기사단 영입 이후 ※ 둘의 사이는 동료. ※ 오리지널 밀레시안의 묘사가 나옵니다. 주의. ※ 〈게이트에 내리는 비〉 밀레시안 시점입니다. 오늘따라 날씨가 흐리다 싶더라니, 결국 손가락을 적시는 비가 내렸다. 가방 속의 물건들이 젖지 않게 단단히 단속하고 농장 식구의 이마를 쓸어주며 아마 지나가는 소나기일거라고 말했다. 농장엔 굵직한 눈이
※ G20, 나의 기사단 영입 이후 ※ 둘의 사이는 동료. ※ 오리지널 밀레시안의 묘사가 나옵니다. 주의. 비가 내렸다. 아발론 게이트의 타일들이 제각기 물을 먹어 미끌거렸고, 알터는 견습 기사들에게 바깥에 내놓은 물건들을 안쪽으로 정리해 두라고 외치는 한 편 그들을 도왔다. 아침부터 구름이 짙게 끼이는 걸 본 아벨린이 미리 대비를 해 두어 망정이었다.
가내 타브와 그의 회차별 연인들의 이야기가 올라오는 컬렉션입니다. 가내 타브 소개 이름은 세멜레. 그로신의 그 세멜레 맞습니다. 제우스 때문에 아름다운 미모와 단명을 얻게 된 여성들의 이름을 자주 쓰는 편입니다. 다크 어지 서사를 메인으로 해요. 위 사진도 안 그래보이겠으나 사람 하나 담근 뒤입니다. 직업은 위더스의 축복으로 그때그때 다릅니다. 이것저것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