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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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대 지촉인 좌락, 실험에 동의하십니까? … 좌락은 제 손에 들린 종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설명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들었고 눈앞의 종이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지만 깨알같은 글씨로 한가득 적힌 약관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압박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쉐이. 염국의 안녕. 영원한 평화. 대정벌……. 좌락은 마른 침을 삼켰다.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급할 것 없다. 천천히 내어오거라. 유교에 귀인으로 뫼시는 분인데 그럴 수야 없지요. 변변찮은 대접이라 죄송합니다. 탁자 위로 백색 주전자며 다완이 놓였다. 노자는 그것을 가만히 쳐다보다 다식을 내어오려는 맹자를 손짓으로 제지했다. 되었다, 이 정도면 이런 시대엔 진수성찬이지. 너는 들지 않고? 손님 앞에서 주인이 음식을 탐하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지 않
겨울의 눈가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왈처가 숨을 삼켰다. 푸른 눈꺼풀 위에 서리가 내려앉고, 좀체 붉어질 일이 없는 눈가가 더 창백하게 물든 것은 겨울이 심기가 불편함을 의미했다. 들고 있던 마른 나뭇가지가 얼어붙어 깨지려 들자 왈처가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당신을 위해서도요!" "… 그게 왜 날 위해서가 되는 건데." "겨울이 오래 지속되어봐야 당신에게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지, 알하이탐 서기관. 정말 동행할건가?” “벌써 세 번째 물어보고 있다만, 그래. 갈 거야. 타이나리에게 부탁받은 일도 있고.” 사이노는 마뜩찮은 낯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이 이상 설득이 무용하다는 것은 그 스스로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챙겨온 가방에 수통을 집어넣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어색한 침묵 사이를 깨트리듯 울렸다
이제 책을 읽을 순 없겠구나. 에젤은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 그런 같잖은 생각을 했다. 멍하니 올려다본 회색 하늘에서 희멀건 것이 에젤의 피부 위로 나풀나풀 내려왔다가, 곧 녹아 사라졌다. 그는 이대로 있다간 저 희멀건 것이 제 피부에 닿아도 녹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러면 완전한 종말인 것이다. 가열된 탄피가 총신에서 분리되며 땅에 떨어져 생기는
관리자이담관리자 / 410 Gone(*HTTP 오류 410, (파일이) 존재하였으나 사라졌음.) 아, 이건 텄군. 그의 손이 발할라의 한구석을 툭 짚었다. 지상과 접촉하는 걸 막아둬야 했을까? 하지만 카페 에티카 프로젝트도 있었고, 철학자들 중에 인류애와 연관 없는 이도 없었고…. 철학 폴리스에서 퍼진 그 역병같은 것은 눈 깜박할 새 다른 폴리스를 넘보고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와타나베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다. 군대는 전시 외의 살인을 용인하지 않았으나, 다음 세 가지 상황에서는 살인자를 포용했다. : 배신자를 처형하는 것, 퍼니싱에 감염되어 예후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의 요청, 다수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수를 죽이는 것. 차라리 배신자를 사살했다는 명예로운 일이었다면 좋았을테다. 그는 와타나베가 오
“눈 내려요, 선생님!” 장지문이 벌컥 열린다. 하곡은 반사적으로 안쪽에 잠들어있는 양명의 기색을 살폈다. 그는 여전히 조용했고, 바깥은 이미 눈이 소복히 쌓여 문틀 너머로 들어오는 빛이 새하얬다. 하곡은 그의 자리와 양명의 이부자리를 가르는 천을 내려두고는 바깥으로 나왔다. 한껏 상기된 얼굴의 아이가 뺨을 동그랗게 부풀리며 작은 눈사람을 건네주었다. 눈
노자가 그를 찾았을 때 구는 어린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날 때부터 기감이 민감하던 치였다. 구는 돌아보는 대신 거센 바람에 펄럭거리는 왼소매를 갈무리해 겉옷 안에 밀어넣었다. 이담이 환자의 행동에 간섭하지 않음을 알아서 하는 행동이었다. 노자는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다가 돌길을 터벅터벅 내려와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조금 더 아래, 누가 일부러 만들어
오, 지난한 세월과 문드러진 영광이여! 시라쿠사의 이름 중 가장 반짝이고 가장 영예로웠으며 가장 비극적인 그 이름, 텍사스…. 우리는 그 이름의 오래된 역사와 영광, 몰락과 재건을 알아야만 한다. “최악이군.” “마음에 안 들어?” “라이타니엔의 오페라 곡조를 그대로 가져다쓰고 있잖아. 시라쿠사는 이미 독립된 악장일텐데.” “…….” 위치킹도 그렇게 말
많은 일을 겪으면서 흠집이 났지만, 여전히 강하고 평범하게 깔끔하다. 평화로운 이곳은 처음보다 훨씬 더 떠들썩해졌다. 인간은 가방 안에서 ‘폭풍우’를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방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주기적으로 안정적인 피난처로 돌아가야 한다. 그림으로 변신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지만, 이 현상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변화무쌍한 황무지의 날씨 덕
빛은 사람의 심리를 조절할 수 있다. 나부 뒷골목에 의도적으로 운기군의 정복 색과 비슷한 조명을 달아둔 이유기도 하다. 경원이 집권하고 나서부터 추진했다는 정책을 어렴풋이 떠올린 블레이드의 시선이 앞서 걸어가는 시왕사의 판관에 가 닿았다. 목 언저리에서 비녀로 묶어 단정히 정리한 회백색 머리카락이 걸을 때마다 앞뒤로 흔들렸다. 그 위로 채도가 낮은 백열등의
*츠빌링슈튀르메의 가을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있나? 비르투오사 개인 파일에서 몇 문장 인용했습니다. *로도스 사내복지 선동과 날조 *전문 약 4500자 비단을 닮아 부드럽게 늘어지는 검은색 머리카락, 이지를 머금고 반짝이는 검은 눈, 빛을 받으면 어둑하게 빛나는 광륜과 날개, 가느다랗고 곧은 손가락, 올곧은 자세, 아담한 체구, 상냥한 목소
봄바람이 불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연경 지휘관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럼요, 설마 나부의 검수가 이것 하나 못 할까." "안전 절차상 확인하는 것이니 대충 넘기지 마세요." "네, 네… 제가 지금껏 베어온 풍요의 흉물만 일만 마리가 넘어갑니다. 설마 제 검술 실력을 의심하시는 것은 아니실 거고." 부현의 옷자락에선 언제나 복숭
*2.2 메인스토리 완결 이후, 스톤하트 자리에서 내려온 어벤츄린이 열차의 무명객으로 합류했다는 가상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날조했습니다…. 열차 교량 문제라던가 *결제칸 아래는 후기입니다. 별 건 없고 비정기적으로 뭔가 할 말이 생길 때마다 추가됩니다. *퇴고 안 함… 펜슬은 맞춤법 검사기 기능을 추가하라 추가하라 “방이 없다구요?”
베리타스 레이시오는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스타피스 컴퍼니에서 살인하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은 피어포인트가 위치한 은하계에서 컴퍼니가 개척하지 않은 행성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베리타스 레이시오는 첫 살인의 경험을 기억한다. 피가 튀었던가? 그의 성격상 교살했을지도 모른다. 교살은 총격에 비해 피도 튀지 않고 살인자도 더럽히지 않는다. 그의 말이
아비의 시신에서는 짙은 매화향이 났다. 아마도 아비가 이설의 기억 내내 붙들고 있었던 검법 때문일 것이라고, 이설은 막연히 생각했다. 광기에 절은 사람처럼 꼭 매화를 피워야한다고 되뇌이던 자가 아니었던가. 지학도 지나지 않았던 유이설은 움직이지 않는 아비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다가, 어디서 보았던 절차대로 아비의 장례식을 어설프게 올렸다. 헤진 이불을 덮
묵맹 의 연성 문장 이 다음엔 꼭 나로 인해 울어야 돼. #shindanmaker 인생을 안다면 신선이라 어찌 사람이겠소 [ 경 발할라에서 제일 인간같지 않은 사람 : 동양 사상 편 : 묵적(묵자) 축 ] 이담이 혀를 찼다. 인간이 없는 곳에서 인간다움을 논하니 이런 결말이 나는 게야. 장주가 동조했고 양주와 열어구는 뒤에서 고개만 끄덕였다. 현
리 - 초각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혹시 연 만드는 것에 관심 있어? 어렸을 때 한 번 만들어 봤는데 안타깝게도 머레이가 그때 다른 아이들처럼 마음대로 바깥에서 뛰어다닐 수 없었어요. 이곳에 와서 많은 재료와 샘플을 보니, 갑자기 예전이 그리워지네요. 지휘관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으세요? 전 괜찮은데, 요즘 공중 정원에 계속 눈이 오고 있어서, 연
* 길면 3개월입니다. "3개월, 말이지요." 노직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자유와 정의에 대한 정의도 변한다. 눈앞의 관리자는 짐짓 안타까운 얼굴로 -새였지만- 어깨에 앉아 그의 셔츠깃을 부리로 잡아당겼다. 발할라에서 지낸 지 어언 백 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한참 목깃
I. 차징 팔콘 소대는 여름을 닮았네. 지휘관은 아무 맥락 없이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걸 카무가 들었다. 대검이 침식체의 머리를 꿰뚫을 때마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신경 네트워크 회로를 타고 흘렀다. 카무는 신경질적으로 대검을 내던져 멀리서 총을 겨누는 침식체의 머리를 반으로 가르고, 그대로 도약해서 뒤에서 포격을 준비하는 근위병을 걷어찼다. 주변에 스
*캐붕 있음 *공허 운명의 길 선동과 날조 *미래 스토리 선동과 날조 *사망 요소가 존재합니다... *경원 과거 날조 "그래서, 경원은 좀 어때?" "어떠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아직도 열이 나." "해열제는?" "이 정도는 기합으로 나아야지." "아직 어린애거든?" "그 어린애도 너보다 나이가 많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약이랑 죽 사왔어. 백주
──────귀한 분이시구려. 머리에 붕대를 몇 바퀴나 감았는지 알고 하는 말인가. 이담은 사내를 내려다보았다. 이 자는 초면에 쉽게 귀인이라는 말을 꺼내는 성정이었다. 태생이 다정한 탓일지도 모르고, 그의 사상 자체가 인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지금의 공구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고목을 닮은 긴 머리칼이 물결져 선이 두꺼운 얼굴 위로 그
"귀신?" "요괴도 있는 마당에 귀신이 무서울까요." "그건 그렇긴 하지만 너 의외로 그런 걸 믿는구나." "귀신은 사람이 가장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 않습니까." 야에는 그 뒤에 숨겨진 말을 안다. 서른 줄의 후반에 접어든, 유연하나 그 심지는 떡갈나무를 닮은 남자의 염원은 흐릿해진 이십여년 전 기억의 파편일 것이었다. 야에 미코가 감히
사실 응성은 경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있어봐야, 뭐, 백주의 친구? 백주의 행동 하나에 죽고 못 사는 여자? 검수대인? 뭐 그런 것들. 장수종과 단명종의 차이는 하늘과 땅보다 컸으며 경류의 행동 하나하나를 응성이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일어나." 원죄와 속죄 앞에선 모든 것이 공평해진다. 응성은 새까맣게 죽은 피를 목구멍으로 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