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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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근데 스칼렛, 브라이언 생일에 라운지에서 케잌 자를땐 누구 생일이냐고 그랬으면서! 진짜 너무하네. 송이사님이 무섭긴 한- 아 죄송… - 틀린말도 아닌데요 뭘. 근데 그건 아니고, 두 분이 아-주 각별하셔가지고. 아- 각별하시구나. 곧이곧대로 고갤 끄덕이는 아라의 그 젼혀 알바가 아니란 무관심한 말투가 아니었어도, 가경은 심사가 뒤틀린걸 꾹
생일 턱이라고 신경 깨나 쓴 모양이지. 가경이 빠지는 경우 둘이라면 종종 어울려 다니던 노포나 고깃집, 혹은 상차림이 알차게 구성된 한식 내지는 횟집 같은 곳이 아닌 양식당, 그것도 파인 레스토랑에서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고 온 길이 노곤노곤 했다. 직접 주고 싶었는데, 부피가 커서 집으로 배송시켰다던 생일선물이 말마따라 문 앞에서 제법 존재감
라운지를 지나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넓은 사무실 중 왼편. 넓직하고 듬성듬성, 빈책상을 두고 여유롭게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던 프로덕트실은, 이젠 사람이 자꾸자꾸 늘어 꽤나 빽빽했다. 구성원들이 개인적인 선호나 친분, 기타 등등의 이유에 따라 방랑자 마냥 자리를 옮겨다니던 때는 젊은 애들은 원래 저러는가 싶었는데 이젠 찾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
술자리가 생각보다 길어졌고, 집에서 마시다보니 차라리 자고 가라는걸 거절하기도 뭣해서 그렇게 되었단 설명을 현은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허점이 가득한 변명일텐데 으레 돌아왔어야 마땅할 의문들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사소한것부터 시작해, 이 관계 전체가 뒤흔들릴 만큼 거대한 것도 있었으니
남들 클 때는 뭐하고 그렇게 콩알만하냐고, 그렇게 놀려먹을 땐 재밌었지만 물먹은, 아니 술먹은 콩알의 무게는 발걸음마다 그 콩알 하나 만큼 정도씩 무거워지고 있었다. 을지로를 지나 명동, 때가 때이니 만큼 늦은시간에도 오며가며 재잘대는 사람들 틈바구니를 지나치느라, 지나가겠다 연신 꾸벅여댄 목덜미는 뻐근하고 타미의 허벅지를 받쳐든 팔엔 힘줄이 돋았다.
아무래도 멀쩡하게 생긴 애가, 옷차림도 멀쩡하게 잘 차려입고 호텔 로비 근처에서 질질 짜고 있으면, 원하든 원치않든 꽤나 이목을 모으기 마련이다. 게다가 겉모습으로만 치자면, 남의 눈에 눈물 깨나 뽑을 것 같은 상인 애가 저렇게 서러워 죽겠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더욱이나. 맘 같아선 이 모든 드라마에서 모르는척 거리를 띄우고, 안락한 집으로 복귀해 조
어우 부지런도 해 진짜. 하품하느라 눌린 눈물샘 때문에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기지개를 킨 타미는 드레스룸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향수를 고르고 있는 현의 등을 가두듯 안아 뺨을 붙였다. 금방 준비를 했는지, 뜨끈한 몸에서 나는 바디샤워 향이 섬유에 덧대여 안락하고 기분좋은 체취가 풍겼다. 차현아- 안은 팔에 힘을 주자, 복근에 가볍게 힘을 넣고 좌우
전화가 오지 않았다. 진동음에 부리나케 화면을 켰다가 [22일에 제가 한국으로 가는데 그때 괜찮으시면-]으로 시작하는 공항에 마중을 나오라는, 하필이면 이 빌어먹게 시기적절한 스팸 문자를 마주했을 땐 손에 들린 글라스잔을 벽때기에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현이답지 않았다. 적어도 벌써 몇시에 올건지, 정말 데릴러가지 않아도 좋을지, 내일
🧡 오랜만이네. ? 뭐야. 아무리 짝퉁 의사라지만, 돌아올 진짜 머글의사를 위해 매일매일의 진료는 열심히(?) 보고 있는 최빛. 다음 환자분 들어오신단 말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쳐들었다가 멍하니 정지해, 뒤에서 손을 미친듯이 흔들고 있는 여진 쪽을 스캔해. 이게 지금 무슨..? 🧡 하필 여기 있다는건,
귀국일을 확정하지 않은 해외출장. 합병사의 실사가 포함된 일정이니 당연히 프로덕트 헤드인 타미가 동행해야지 않겠느냔 현의 제안은 서운했고, 겸사겸사 같이 가서 둘이 얘기 좀 해보라며 현의 등을 떠미는 타미에겐 얼떨결에 자존심을 세웠다. 그런 의미가 아닌줄을 알면서도, 내가 알아서 해. 쏴붙이는 듯한 대꾸에 타미는 눈썹을 올려보였다. ‘선배가 뭘 알아서
또라이 같은 부사수. 팀의 중추를 담당할 뿐더러 머잖아 자기가 임원을 달게되면, 곧 차기 팀장에 이름을 올릴 유니콘 리더풀의 인재. 그 둘이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 안에 쑤셔박혀 있는 야무지고 이상한, 집요하기가 이를데 없는 애인. 적당히해? 경고에 가까운 가경의 으르렁거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심지어는 꽤나 표독스러운(그래봐야 똥그레진 눈이 미치게
[동기야 그냥] [그냥? 그냥 동긴데 무슨 사인줄 아느냔 소리가 왜 나오지?] [걔가 원래 좀 오버 하는 ㄱ] [ㄱㄱㄱㄱ] 이사람이 진짜 장난치나. 모니터를 향해 전투적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던 고개를 번뜩 쳐들자 파티션을 건너 건너 대각선 왼쪽, 저 안으로 집어던진 시선 끝에 걸린 얇은 어깨가 비죽 솟아나와 있었다. “네. 그건 또 고민을 해봐야죠.
어느시점 쯤에 개입을 해야할까, 혹은 아주 하지를 말아야 하는걸까. 평소에 비해 조용한 라운지 한구석, 슬슬 여름으로 접으들기 시작하는 계절상 매번 블라인드가 내려가 있던 통창 근처엘 자리잡은 타미는 꾸물꾸물 어두워지는 창밖의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는 쉽사리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대한 공식화를 미루자는 타미와, 임직원
굳이 차를 몰아 출근하기엔 지나치게 가까운 길, 처음 오던 날엔 그렇게 스산하게 앙상한 가지만 흔들고 있더니 지금은 잎파리 방울방울 어제의 밤 비를 똑똑 흘리고 있는 파랗고 쨍한 초록의 길을 빛은 느긋하게 걸었다. 주머니에 쑤셔 넣어둔 고양이 간식봉투를 톡톡 건들이며, 누가 보면 산책 나온듯 어슬렁 어슬렁. 아직은 아침나절엔 걸을만한 온도인게 다행이었
허벅지를 쓰다듬는 느릿하고 규칙적인 박자감이 나른하고 미적지근한 실내의 온도와 맞물려, 도로 막 졸음이 밀려들랑말랑 눈꺼풀이 무거웠다. 어우 진짜 졸려 죽겠는데. 딱히 뭘 같이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예민한 고양이 같은 송가경은 주말 오후에만 만끽할 수 있는 달디달고 달디단 낮잠 좀 한숨 때려보려고 하면 괜시리 심술을 놓았다. 그러고보니 헤어진 동안에 그
이 동네뿐 아니라 건넛동네, 그 건넛동네까지. 여느 체육관에 견주어보아도 규모에선 밀리지 않을 만큼 넓은 축에 속하는 ‘대우주짓수’ 한켠. 좀 사이코 결벽증 기질이 있는 편이라, 운동시간 사이사이 오픈짐마다 찍찍이며 소독제가 든 분무기와 밀대를 밀고 다니는 김관장 매의 눈도 피해간 좁은 구석탱이. 평소라면 존재하는지 인지도 못했을 그 공간과 공간 사이,
입을 다문채로 꼬고 있는 다리를 가볍게 흔들면서 현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타미를, 가경은 옆눈으로 살피며 업무수첩에 무의미한 줄을 몇 개 더 그었다. 생각보다? 예상외로? 아니. 어떤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그다지 잘 어울리진 않을터였다. 일하는 현의 ‘스칼렛’ 본업 모먼트 같은 것을 자기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입사 초
쨘!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세월이 막상 코앞으로 훅 다가오자 향수에 젖은 옛기억이 밀려들었다. 현의 손에 들려 흔들흔들 앙증맞게 출렁이는 모양새는 지나치게 낯익더라도, 분명 그게 자기 것일린 없을텐데. 들고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고개만 돌렸던 몸을 아예 현쪽으로 마주한 가경은 손을 뻗어 매끈한 옷의 질감을
평소와 다름없이 느즈막히 퇴근해, 현의 정성이 가득 담긴 저녁을 함께 먹고, 각각 설거지며 식탁을 치우고 씻고 나와 각자 할 일을 하는 일상적 풍경은 딱히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그 안에서 잘게잘게 느껴지는, 신발 속 모래알 같은 어색함의 균열 같은 것이 가경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게 저 혼자만 느끼는 어색함일까, 아님 실존하는 문제가 까슬하게
아무리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지만. 안그래도 침묵에는 좀 약한 편인 브라이언은 멀뚱멀뚱 자길 보면서 물음표를 띄워보이는 옛 동료들을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두 분은 어디까지 알고 있느냔 질문에 대고, 저희 서류에 싸인만 안했지 NDA(비밀유지계약) 체결한거 아니었던가요. 싱긋 웃으며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송대표가 이토록 원망스러울 수가
어색해. 위자료 계산하고 남은 자투리로 치라길래 받은 집 안, 남의 집 방 한 칸에 눈치보며 숨어살던 시절에도 쓸데없이 호사스럽게 꾸몄던 잔잔바리들이 한가득 가경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그런 용도로 쓴거 아니니까 부담없이 받으래서 받기는 했다만, 이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 자꾸만 상기시키는 과거로 뒷목이 뻐근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어
차검과 배변호사 단편의 프리퀄이긴 한데, 살짝 설정이 바뀐 점은 그냥 대충 그러려니 해주세욬ㅋㅋㅋ 그땐 프리퀄 같은걸 쓸줄은 몰랐지.. 아 글쎄 내가 얼마 안남은 이 황금연휴에 고작 이런 곰팡내 나는 지하 술집에나 끌려와야 겠느냐 짜증내던 현은, 어쨌거나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들어가보자 달래는 이가 밀어놓은 문을 어깨로 기대며 안을 향했다. 어서오란
발단은 브라이언에서 시작됐다. 그놈의 일하기 싫어 타령이 바로의 OST로 깔리는걸로 모자랐는지, 전문 경영인을 두고 바지사장을 자처한 대표님이 바로에서 R&D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일하기가 너무 싫은 나머지, 타임머신을 개발하겠다는 가열찬 꿈에 바로의 임직원들은 그냥 콧방귀나 뀌고 말았다. 우리 대표님 이제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셨고, 돈도 벌
제정신인가. 쾅쾅- 망치로 뼈를 내리치는듯한 둔탁하고 무거운 통증이 아픈 손목을 타고 올라 목 뒤를 후려치고, 이를 악무느라 온통 굳어진 머리뼈 안을 미친듯이 휘저었다. 저기 잠시...! 도무지 견딜수가 없는 고통이라, 정말 견디고 견디다 못해, 외마디 비명같은 하지만 데시벨은 고작 기계음에 덮힐만큼 조그맣게 한마딜 내질러본 가경은 살짝 기계를 떼어주는
자칭 미식가 모임, 타칭으론 '프락치 모임(약간의 농담과 애정을 담아)', 정식명칭으로 하자면 '사내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비공식적 창구' 라는 긴 명칭을 가진 점심모임에서 타미는 꽤나 레귤러 참석자에 속했다. 최소 1인 이상의 팀장 혹은 임원이 참여하고 최대인원이 6인 이하일 경우, 점심비용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 모임은 렙유의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타미는 습관적으로, 아니 습관이라기엔 얼마되지 않았지만 넓직한 책상 오른편 꽤나 한가득 자릴 잡고 앉은 퐁실퐁실 하얀 무민 인형의 귀때기를 손 끝으로 조물댔다. 보들부들 몰랑몰랑. 원래대로였음 조직장 보고 후, CEO 면담 및 HR 협의의 프로세스를 탔어야 할 팀장급 퇴사가 두 사람의 공백으로 인해 조직장 보고는 타미가, 현을 건너뛰고 가경과 퇴사면담
- 네 이해합니다. 앞으로 적당히 기울여 경청하고 있음을 어필하던 상체를 세운 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식적으로 입꼬릴 올려보였다. 부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맘을 담고 싶었으나 잘 전달이 됐을지는 솔직히 확신 할 수 없었다. 자의로 계획을 세워서 -뒷공작을 꾸미려는 계획이 아닌- 것도 순수하게 놀기 위한 계획을 세워서, 이토
선배..에?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옆자릴 더듬었던 현은, 휑한 침대에 어리둥절하며 일어나 슬리퍼를 꿰어 신었다. 드물게 가경이 먼저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현이 일어날 때까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다거나, 잘잤니 하며 웃는 가경이라 빈자리가 헛헛했다. 화장실에 있나 싶어 들렀다가 온 김에 볼일을 보고, 거추장스러운 잠옷바지를 대
너 되게 귀엽다 너에게 그 말을 한 뒤의 있던 일들의 순서는 확실하지가 않다. 너는 봄날의 신록처럼 웃었고 맑은 눈에 흐르는 동경이 간지러웠던 나는 차마 견디질 못하고 발길을 돌렸었는데. 차라리 그때 너를 따라갈걸. 아니. 애초에 어줍잖은 반항심으로 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게 아니었다. 그 담을 바람처럼 넘어온 너에게 그런 나를 들키는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