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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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CsikofKim) 의 연성교환 안내 페이지입니다. 커미션 상세 링크 신청 폼 작업 타입: 글 / 그림 / 타로 / 디자인 교환 타입: 글그림타로디자인수공예작곡 가리는 것 없으니 부디 편하게! 연락 부탁드릴게요^_^)) ● 글 타입의 경우 2~3천자 내 단문이 주력이며 3천차 초과는 어렵습니다ㅠ_ㅠ) ○ 작업 기한은 웬만하면 요청 주시는
먼지 구덩이에 나앉은 바리아의 부대원을 본 적이 있는가? 설마 그러한 일이 벌어질 거라 감히 생각이나 해 봤을는지. 이렇게 직전의 사태를 회고하고 있는 일개 대원인 나조차 상상깨나 할 수 없을 일 아니던가. 그것도 바리아의 소속이라면 더더욱! 그래, 그 누구도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지 않으매 외람히 그래서는 안 되고 생심코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
폭력 관련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각별히 유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보아서는 안 될 것들이 한쪽 시선에 들어찼으니 이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행복인가, 불행인가.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 일컬을 수 있는가? 아니면. 비겁하기 그지없는 방관자나 다름없는가. 세상만사를 옳고 그름으로 이분할
목을 조르는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각별히 유의 부탁드립니다. 정말 온전한 당신의 잘못이 아닌가? 당신이 아닌 다른 치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 그자는 어디에 있지? 나의 책망을 감히 분담할 수 있는 이가 살아있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으매 만일 또 다른 생존자가 실재한다면, 그 사람은. 그 인간은 생자가 아닌 내
천일홍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매혹, 변하지 않는, 변치 않는 사랑. 그중 무엇이 가장 대표적인 꽃말이냐 묻는다면 그의 시선에는 늘 같은 빛이 맴돌았다. 셋 다 제 마음에 쏙 드는데, 굳이 골라야 해요? 그러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고야 만다. 이사벨라가 또렷한 목소리로 저 말을 내뱉었다는 뜻이 되겠다.
밤이란 무엇인가? 해가 져 버린 시간. 모든 세계에서 빛을 앗아가는 기간. 이는 수가 만물이요 숫자가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 섬 또한 공통되는 이치. 생물이 활동하는 소리보다 바다가 들려주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기 바쁠 그 시각, 평온을 깨뜨리는 움직임이 있었으니. 가장 완벽한 숫자, 우리의 지도자. 완벽한 자, 6이 거주처를 벗어나 오매불망 잡
이런 영웅은 싫어!의 완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백모래가 죽었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은 그 사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행보는 허무하리만치 끊기었고, 그 마지막을 목도한 건 그릇된 사랑을 부여했던 당신. 선배, 이호 씨. 나이프의 괴멸 직후 당신의 모습이 어땠더라. 적어도 지금의
파이널판타지14 암흑기사 70렙 잡퀘까지의 모든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너의 유일한 공범.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모자. 너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도 나만큼은 너를 안다. 나보다 너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는 이 에오르제아 전역을 뒤져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잠. 우리는 그것을 수면을 취하는 것이라 부르고, 신체가 휴식을 겪는 일을 의미하며, 이는 꿈을 꾸기 위함이기도 했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 시간이 흐른 후를 기대하며 잠이 드는 자들에게, 일어나지 못할까 두렵지 않으냐 묻노라면. 그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을 하였더라. 두렵지 않다고. 자신에게는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가 있으매 눈을 뜨게 될 것이라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왜 내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엘리디부스, 네 연애사를! 눈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전해 들어야 하냔 말이다!” “에메트셀크, 정숙해라. 괜히 소리가 새어 나가기라도 했다간 창조물 관리국도 곤란해질 거다.” “라하
우리의 여름은 늘 잔혹한 법이라. 저 멀리 작열하는 태양에 눈이 시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내리쬐는 일광을 외면하지 못했다. 항성의 형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광명은 언젠가 제 시야를 집어삼켜 저를 암영에 빠뜨릴 터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창공을 올려다본다. 이글거리는 희망을 그저 바라만 본다. 그것이 우리의, 나의. 여름
그것은 흰빛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품은 색이요, 청량한 바다를 닮아 푸르름을 빛내는 색일 터이니. 얇은 날개를 팔락이며 날아오는 것은 나비 한 마리. 세간에서는 이를 모르포라 불렀던가. 그것을 시선에 담는다. 눈길에 색이 물든다. 눈매를 둥글게 휘며 웃는 한 마녀가 시야에 자리한다. 나비에 이끌려 왔구나. 그곳은 몽환을 품은 세계. 환각이 펼치는 꿈결에
후회하고 있는가? 하데스. 연미복에, 하다못해 정장이라도 입고. 꽃다발이라도 준비한 채 무릎을 꿇어 그에게 사랑을 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하나? 그리 묻는다면. 후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대답이 어떻게 돌아올지 몰랐기에. 당신이, 저의 물음을. 저의 사랑을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상념까지 다다랐을 즈음, 후회가 되기 시작했던 것도
암영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함이라, 토코 켄드릭은 이를 모르지 않았다. 금속의 냉기가 손끝을 타고 올라와 차가운 내음을 흐트러뜨린다. 사노라면 겪을 수 없는 것들. 제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증명. 언제나 바보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아닌 이상 평생을 알 수 없었을 무던한 날을, 소녀는 떠올린다. 손이
내가 네 녀석을 사랑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렇게 말했으니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일은 없겠지. 저도 알고 있어요.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나의 소중한 애착 인형. 가장 소중한, 나의. 애착 인형에게. 알고 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것이 무어가 중요할까.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가장 소중한 법이거늘. 당신도
배신감. 그에게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었나, 허무함이었나. 그것들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아론, 너는 내게 어째서 그랬는지. 그래야만 했는지. 묻고 싶다. ―사내는 눈을 감았다. 자고로 전장이라는 목숨이 걸린 위치에서 제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상대란 세상에 몇 없는 법이다. 그리고, 아이언 폰 데스몬드는 그러할 수 있는 상대가 있
네 하고 싶은대로 해 봐. 이번에는 흥미가 빨리 식기를 바랄게. “이스첼.” 그날은 눈이 내리는 적막의 겨울, 고요를 품은 칠흑빛 밤이 뒤덮인 하늘. 이스첼,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함박눈이 아니면 모든 것을 빼어 닮은 저의 눈앞 순백의 천사. 하나를 제한 모든 것이 다르다. 지금 시간대에서는 볼 수 없는 물빛
목석같은 자가 열병을 앓는다. 시몬 베일리. 사람이라 부를 수 없을 마냥 인간 같지 않은 채도 없는 낯을 소지한 자. 그가 열병을 앓는다. 가까운 숨에서 열기가 느껴진다. 라벤더 꽃잎이 흐드러지는 눈을 깜빡인다. 사람이구나. 너도, 인간이었어.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그는 눈을 깊이 감았다 뜬다. 이 열병은 지독한 감기일까, 아니면 새로이
그렇다. 저는, 아드 아스페라 페르 아스트라는. 쿠로를 죽일 자신이 만만했다. 얼마든지!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신감마저 존재했으니, 이 어찌 운명이 아닐 수 있겠는가? 사랑하니 죽일 수 있는 거예요. 제가, 허니를.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연모하는 상대를 죽일 수 있겠어요? 그렇죠? 쿠로. 죽일 거야. 죽일 수 있어.
타카스기 신스케. 살면서 망설임이란 가져본 적 없는 사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저지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저지른다. 그것이, 고고한 도련님이 살아 온 세월이자 그의 삶이나 다름없음을. 학당을 다니는 아주 어린 아이였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양이전쟁 때도 분명했으며, 귀병대의 총독으로 남아 과격파 양이지사로 사는.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숨 막혀. 폐부 속으로 물이 들어찬다. 밤의 호수가 지닌 온도는 차가울 대로 차가워서, 몸이 떨려야만 하는 것도 같았으나. 강호에 휩쓸린 신체는 제 것이 아닌 마냥 통제력을 잃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욱신거린다. 욱신거리는 게 아니야. 끊어질 듯 아프다. 흐르지 않는 고요한 적수에 잠겨가는 것은 정신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죽는 걸까. 이대로, 끝인
미츠루기 레이지는 알았다.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건을 재판하는 검사여서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아니,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아니다. 미츠루기 레이지, 그 사내는. 나나후시 빌리에게 무늬만 가족이었음을. 너무나도 뒤늦게, 깨달았다. 눈앞의 소녀가 이리도 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을 보며, 사내는 그만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빌리 양, 잠시 대화
부담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 사내, 미츠루기 레이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스스로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인간이란 거울이라는 도구를 빌리지 않는 이상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모순 하나 찾아낼 수 없는. 명백한 논리다. 이의 하나 없을 것이었다. 지적할 점이 존재치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
E는 I를 기억하지 못함. 하지만 집착이라는 짙고 강한 감정이 남아있는 만큼, I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분명 갈구하지 않을까 싶음. 고대인들이 아무리 별의 평화와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임.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집착이 변질 되었다면? 그 집착이 파멸로 이어진다면? E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혼란을 느끼겠지만, I는 무슨 감정을 느끼게 될까. 여전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켄드릭. 둘째가라면 서러울 암살의 대가들. 어둡디 어두운, 광명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그 속 왕족의 짐승이 바로 나다. 토코 켄드릭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상 늘어지는 그림자 밖으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했고, 변치 않을 불변의 사실임을. 그는 알았다. 부욱, 소리와 함께 곰인형의 팔을
자해와 관련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물거품의 종막을 만인이 안다. 그 모든 것을 삭혀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는다. 하지 못한다. 네가 지켜낸 세상이니까. 지긋지긋한 벚꽃이 핀다. 분명, 예전에는. 지긋지긋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먼지가
너를 좋아하는 나는 멍청이일 수밖에 없다. 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하기 그지없다. 한심하다고 하면 할 수 있을까. 토코를 좋아하는 내가, 한심한가? 아니. 너를 좋아해서 한심한 게 아니야.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은 내가 한심한 것이다. 내가 누구인데. 키르아라는 이름 뒤에 붙은 성씨가 짊어지게 하는, 이 무게감이 무엇인데. 사
성준수. 감정에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바람에, 입으로도 모든 심정을 토해내는 사내는. 심기가 불편했다. 왜 불편한가? 알 수 없었다. 슛 연습을 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했던 때가 손꼽을 만큼 적었던, 농구를 위해 살았고. 농구를 위해 살며, 농구가 연애보다 중요한 남자가. 지금, 슈팅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이 말씀이다. 시바꺼…… 왜 이렇게 안 들어가고 지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 연옥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흰 로브를 입은 사내는 달에 발을 디딘 채 멀거니 아이테리스를 바라본다. 그 옆에는 저와 다르면서도 추억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서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이곳. 주위를 둘러보면 오로지 공허
파이널판타지14 마의 전당 판데모니움 연옥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부로 고한다. 우리 아씨엔의 원형은, 에메트셀크를 상실했다. 별의 바다로 돌아간 에메트셀크는 이제 14인 위원회의 좌석이 아닌, 명계의 지배자 하데스로서 생을 마감했노라고. 이제 남은 원형은 셋 중 단 하나. 조
A, 그 사내. 오늘도 칠흑빛으로 점철된 머리카락이 부슬대는 것을 내버려 둔다. 정돈할 가치가 없다. 가치가 없는 것은 죽어 마땅하다. 그러니 제 것에 속하는 제 머리카락조차 숨을 잃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서슬 퍼렇게 빛나는 마젠타색 눈동자가 힘을 잃어간다. 원래부터 빛을 좇지 못할 운명에 수긍한 그림자에게 볕이 드랴. 그러나 오늘은. 지금은. 이 시간만
해는 뜨고 태양은 진다. 그것은 영원불멸의 명제이다. K는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에서 혈향이 배어 나온다. 피가 울컥이는 것을 보아 내상을 제대로 입은 듯했다. 허탈한 웃음이 샌다. 무겁게 감기는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은, 나의 태양이었다. 해는 뜨고, 태양은
파이널판타지14 암흑기사 50렙 잡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당신. 이 음료수를 5천길을 주고 샀다고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잘못 산 거야? 그렇구나. 몇백 길이면 살 수 있는 것을 제가 한눈판 사이 몇 배를 주고 사 오셨더군요. 당신은 정말이지, 제가 없으면……. 그래, 네가
자살, 교살, 목조름과 관련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밧줄은 꽤나 거칠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은 까슬거렸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는 제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을 목도한 자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인가. 알 수 없었다. 상기한다. 제 두 손 아래에서 꺼뜨려 버린 달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 그러지만 말았어도. K는 회상한다. 그러지만 말았다면. 너를 제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니. 나는. 적어도 저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빚어진 것은 후회인가. 점철되어 가는 것은 감회인가. 나는 너를, 만났던 것을 뉘우치고 있는가. K의 삶에 후회란 존재하지
U. 천재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가? 예, 예. 아무럼요.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이겠죠.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목소리가 U, 그에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스승 격인 Z의 말버릇이었으니까. 그러니 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들리지 않을 리 없는 음역이다. 시끌벅적한 탐정 사무소 내에서 제게 말을 걸어올 때
이 세계의 7일은 영원히 반복된다. 그것은 지휘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영원불멸의 정의였다. 그리고, 그 정의는 깨질 것이라는 걸. 세 번째 지휘사는 오래 지나지 않아 알아챘다. 눈앞에 떠 있는 1이라는 숫자가 여느 때보다도 붉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전지전능의 존재도, 제가 아닌 다른 지휘사들이 알려준 것도 아닌. 제4의 벽을 넘어
어째서였을까. 나락이 원하던 것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 아닌, 저를 인간으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나. 제 눈치를 살피면서도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신의 사자로서 듣고 경험한 모든 기억을 각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 낙망에서 이끌려 올려진, 하나의 사람으로서. 그는 인간성을 가진 채
심해의 수호자는 더는 심해를 수호하지 못한다. 인간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과거를 발판 삼아 현재가 지탱하고, 끝내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로의 침잠을 두려워했다. 옛 기억에 골몰 되는 것은 검푸른 심해와 다름없기에. 그는 심해의 수호자이면서 역설적이게도 심해를 두려워했다. 그는 시간으로 완성되지
파이널판타지14 칠흑의 반역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그의 맹목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최초의 영웅은 모두의 구원을 바랐기에 최후의 반역자가 되기를 자처했으나, 정작 저 자신의 감정만큼은 종언이 다가올 때까지 깨우치지 못한 미욱한 사내였다. 그러니 묻고 싶다. 어째서 모든 사랑은 마지막에
H. H, H. 당신이 나를 행복이라 부르겠다면, 나는 당신을 행운이라 일컫는 것이 응당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 그땐 그랬지. 햇살을 투명하게 비추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쭈그려 앉아 금발의 소년에게 흙투성이가 된 채로 네 잎 클로버를 내밀며 웃던. 가을을 닮은 밀발 소년은 이내 사내가 되어, 황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S의 몸을 강제로 취해 제국군과 손을 잡고 알테마 웨폰을 활성시켜 야만신을 흡수했던, 라하브레아의 발자취가 남기는 역사가 종결되었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역사는 승자가 적어내려가는 것. 그러니 아씨엔 라하브레아의 역사는 더
나는 물거품이 될 거야. 너를 보기 위해서 나는 수도 없이 헤엄쳤어. 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반짝이는 비늘을 심해층에 흐트러뜨리며 해수면 위로 올라왔어. 그래, 나는 너희를 만나기 위해. 너희를 너무나도 사랑해, 기어코 물거품이 된다. 나는 인어공주도, 그 무엇도 아냐. 그저 해중 밖으로 빠져나오면 숨을 쉴 수 없는. 세상과 걸맞지 않은 박애
천공 天空, 끝없이 열린 하늘. 그것은 우연한 사고였다. 사고의 일치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방주에서, 치명상이라는 단어에 꿰뚫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선생뿐이었으니까. 하얀 들꽃에 붉은 무리가 짙게 번진다. 탕, 파열음이 날카로이 창천을 찢고 우리의 그를
파이널판타지14 창천의 이슈가르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상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혈향 섞인 바람이 불어온다. 고통 섞인 신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처음 듣는 이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러나 익숙한 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괴성 소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흠집을 낸다. 금속과 비늘이 부딪히는 파열음, 비명조차 지를 수 없
목조름 묘사가 있습니다. 감상에 각별히 주의 부탁드립니다. 봄이 진다. 벚꽃잎 하나가 흩날려 보호색을 자처하다시피 하는 분홍빛 머리카락에 똬리를 뜬다. 그래, 이것은 지는 봄. 사랑의 종착점. 접경도시는 멸망하지 않았으나, 저의 세계는 무너져 내렸다. 그는 지휘사로서 흑핵을 정화하고 세상을 구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이였으나, 그러할 가
“새끼야, 안 꺼져? 우리가 먼저 왔으니까 그냥 곱게 가라…” “D야, 오랜만에 봤는데 말버릇이 그게 뭐야~” 예쁜 말 해야지, 예쁜 말. 사내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지랄하네. 거기에 당신은 그리 답했다. 웬만한 주변인들이라면 다 알 것이었다. 저 표정이 누구 앞에서만 짓는 표정인지. 그는 함부로 웃음을 꺼내드는 사람이 아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