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취향의이데아
일반 글 커미션 완성본 겸 샘플
뱀의 머리와 용의 꼬리. 어느 쪽이 더 중하다고 생각하는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미쳤다고 뱀의 꼬리가 되겠어요? 당신들도 양심이 있으면 나한테 이런 제안은 못 하지. 저는 생각 없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미야베 미유키는 별 볼 일 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간단하게 묵살한다. 순간 허망한 표정을 지었던 마피아 보스의 얼굴이 붉
그의 목숨을 노리던 암살자가 더 이상 살심에 잡혀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라샤드는 렘샤의 단언이 일종의 마침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저 알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렘사는 힘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라샤드를 죽이려고 할 때만큼은 늘 활력이 넘쳤는데 기점이랄 것도 없이 돌연히, 과수분 상태에 놓인 식물처럼 확연하게 기력이 떨어
그토록 일에 묻혀 살면 평범한 즐거움이며 행복 따위는 언제 느끼신답니까? 염려스러운 어투로 묻는 보좌관에게 아이메리크는 어렵지 않게 답했다. 이슈가르드의 안녕이 곧 나의 행복인데 다른 곳을 둘러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말하고 미처 1년이 지나기도 전, 아이메리크는 그란디 시엘이라는 모험가를 만난다. 이슈가르드와 비등한 수준의 무게를 지닌 저울추가
길흉화복은 꼬아 만든 새끼줄 같은 거라고 하던데, 성화는 자신이 대체 무엇을 누렸기에 평범했던 일상의 악의적 돌출부를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저희가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집 앞에서 내리 죽치고 있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라는 건가요? 저한테 손찌검까지 한 사람인데?” 성화의
장장 사흘간 지속된 장마로 형태를 잡아놓은 석고가 미처 마르지 않을까 염려되어 환기부터 할 요량에 집안의 창을 연다. 틈입한 햇살은 희멀건 빛깔의 조각상을 비추어 눈부신 백색의 광택을 집안 곳곳에 흩뿌린다. 조각가가 주로 손을 보는 암석들은 온도며 습도에 따라 쉽사리 팽창 또는 수축하지는 않지만, 암석질이 아닌 석고나 백토는 관리하기가 비교적 까다롭다
바다 요정의 이름을 가진 조각상은 사후에 대양으로 돌아가는 대신 수증기가 되어 조각가의 곁에 남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손가락 관절을 파고든다. 활을 당길 때는 팔의 힘이 아닌 상체의 힘을 이용하여 시위의 탄성을 통제하고 하체 전반으로 몸의 균형을 잡는다. 호흡 하나라도 틀어지는 순간 현의 탄성은 엉뚱한 곳으로 치솟고 화살의 명중률은 현격히 하락
공기가 무겁게 침체한다. 코끝에 스치는 묵은 시멘트향,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시커먼 빛깔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행과 열을 맞춰 도열해 있다. 아이들은 마치 군인이라도 되는 양 열중쉬어 자세로 한 곳을 응시한다. 옆 사람과 잡담 하나가 즐거울 나이대의 아이들이 숨소리 하나 없이 긴 적막을 지킨다. 몇몇 아이들의 옷깃은 어딘가에서 심하게 구르기라
채링턴이 저지른 실수는 사상경찰 경력 내 최고의 오점이었다. 단지 시선을 엮었다는 점 하나가 근본적인 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그가 처한 상황을 단지 운이 나빴다는 나태한 변명의 그늘 안에 숨겨둘 수도 있었지만, 채링턴은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유연하게 눈 감을 위인이 못 되었다. 해묵은 시대의 온상으로 가득한 가게의 물품들을 하나하나 손보다보면 문득,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