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수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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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바라보면 어쩐지 낯선 얼굴의 이가 있었다. 손바닥으로 핏자국을 지워낸 미유키는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다. 차가운 온도가 그녀의 정신을 이끌어 내려왔다. 손을 씻어내며,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거울 안에, 짐승의 눈빛이 보였다. 어쩐지 거북한 느낌에 미유키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여전한 핏자국의 느낌에 짜증을 내었다. 곧내 문을열고 들어오는 이가
사냥개의 오후 -황실 친위대와 혁명군간에 얽힌 과거와 현재. 그들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 (총 9197자) 황실의 군은 언제나처럼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흙먼지가 가득한 군복은 오히려 그 기세를 나타냈기에. 미유키는 오전나절의 빛을 괘념치 않았다. 외려 그 기세가 살아나는 듯이 병사들을 지도하였다. 직사광선은 오히려 곧게 그녀의 의
바닷소리 바람에 실리는 물내음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유진은 바닷가에 널린 조약돌을 보았다. 조약돌은 파도에 구르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다. 흰 원피스를 입은 유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 때였다. 바람이 시원해요. 그런 말과 함께, 유진은 아레스의 손을 잡았다. 제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손이 그 이끌림을 받았다
블랙손 가 설정 (팔팔님 스킬컷 커미션)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치하에서 활동하던 정보상 가문 중 하나. 다만, 이 과정에서 방계인 블랙손 가는 직계가문인 현 이바노프가와 갈등을 빚고, 당시 가주이던 보리스 세르게예비치 코즐로프(Борис Серге́евич Козлов)가 살해당한다. 가주를 잃은 코즐로프 가는 자신들의 일부 가족들이 남아있는 잉글
잊혀진 한 때. 유린은 자신이 활로 처음 소리를 내었던 때를 기억했다. 어설프게 울리는 소리는 명징히 어른들의 귀에 들어가서. 그녀는 눈이 웃음소리와 탄성을 잊지 못해 여전히 바이올린의 주위를 맴돌았다. 하루는 유린이 바이올린 선생님으로부터 심히 꾸중을 들은 날이었다. 같은 곡을 반복하던 유린은 싫증을 크게 내었다. 더 어려운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이
교차로가 있었다. 미유키는 한 편으로 들어서며 가지 않은 곳을 한 번 보았다. 언제나 갈림길이었다. 정부의 손을 들어 에스퍼즈를 이끌게 된 것도 몇 개월. 그 시간이 지났지만 미유키는 그 때 나기의 눈길을 잊지 못했다. 어느 것이 그리도 그들을 엇나가게 하였을까. 그녀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그 곳을 다시 들여
대학 축제의 달은, 학업으로 인해 지친 학생들을 신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5월이란, 기온이 본격적으로 변하는 달. 유린은 제 머리를 단발로 정리한지 조금 된 터였다. 그녀는 마침 방음 시설이 마련된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목덜미를 한번 매만진 그녀는 모차르트의 소야곡 마지막 소절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들어온 바람이 연주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영원히 너를 기억할거야. 모드는 그 때를 기억하였다. 열대의 밤이 낭만적인 바람을 부르던. 축일의 밤. 모두가 축제를 기대하던 그날의 밤을. 그녀는 루시아를 닮은 흰빛 정장을 입고 있었다. 새하얀 사막을 가로지를 듯한, 그 빛. 그녀는 루시아의 빛을 따라가면 될 터였다. 무지개 끝에 있을, 그이. 루시아 에반스, 자신의 파트너가 있었다. 루시아가 교내
현악합주 유린은 처음으로 바이올린 활을 잡던 날을 기억했다. 마치 제 손에 쥐여진 날처럼 벼려진 활의 끝. 떨리는 손 끝. 흥분감을 감추며 자신을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길을 기억했다. 그녀가 바이올린 현을 따라 활을 움직이면,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머니는 기쁨을 표하며 칭찬을 하였다. 유린이라면 어느 곡이든 쉬이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린은 그것이
첫 만남 정원이랄 것이 없는 마당을 둔 집은, 항상 햇살이 따가웠다. 여러 집들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블록은 미로와도 같았다. 그늘을 피해 숨어든 아이들은 종종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같은 골목을 맴돌곤했다. 모드는 그날 역시 할아버지의 지도가 끝나고, 쉬는 시간을 만끽하며 마당으로 나가 있었다. 적도편동풍에 실린 태양빛은 뜨거웠지만, 어쩐지 가
백화점 안은 온통 사람으로 가득했다. 루시우스는 두 딸의 손을 잡으며 과자와 스낵류를 파는 코너로 가보자고 하였다. 사랑해요, 아빠! 둘째 딸은 신이 나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쥬느비브와 비슷하게도 단 것을 좋아하는 마들렌이었다. 그러나 제 아빠의 손을 놓지는 않은채 과잣거리가 있을 곳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는 두 딸을 양 팔로 들어올리곤 걸었다.
모드 첸에 대하여 그녀는 첸 지앙의 자랑스러운 손녀였다. 지앙은 모드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녀 역시 제 할아버지의 자랑임을 기쁘게 여겼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이후로도, 첸 지앙은 모드를 자신이 보살펴야 한다며 그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미온할 지언정,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매우 강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른 날이었다. 유진은 제 목도리를 고쳐 메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봄의 기운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며 눈을 감았다. 차바퀴 구르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 웃음소리, 경적소리. 그녀는 문득 가게에 꽃다발들과 귀금속, 초콜릿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는 사유가 있었다. 유진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발렌타인데이 바람이 불었다. 한결 따듯해진 느낌에 미네요리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근처에 있을 자신의 요괴 치요를 의식하였다. 그녀와 산책을 가기에도 좋을 터였다. 미네요리는 고개를 돌리고서 치요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이 무슨 날이게요. 그리묻는 그녀는 날씨를 묻는 표정이기도 했다. 치요는 눈썹을 까닥이다 웃었다. 별난걸 묻는다는 듯이 미네요리를 바라
행복하게, 행복하여라.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당일의 날짜에 대하여 의식하고 있었다. 유하는 물끄럼 사람들의 무리를 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무어라 특별히 생각할 필요도 없는 날이었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훈련을 마치고서 쉬기 위하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아리엘이었다 아리엘은 유하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수고하였다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쉘터는 드물게 웅성거렸다. 중소규모의 쉘터인 도원이었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마저 졸아들게 만들지는 않았다. 쉘터 내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발렌타인 선물을 하였다. 구태여 초콜릿만이 선물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었다. 미유키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며 역시 고민에 잠겼다. 단순히 무엇을 줄 것이냐 만이 자신의 고민은 아
식사시간 유하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취향은 아니었다. 그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 날 역시 유하는 식당에서 홀로 불고기가 올라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목시계형의 단말기로 그날의 소식들을 살피기도 하였다. 유하는 최근 늘어난 게이트의 출현에 대해 고민하며 제 수저를 움직였다. 특히 강남을 기점으
메리 엘레나 이바노프의 기억 메리 이바노프는 주세페 가에 처음 들렀던 날을 기억했다. 맨체스터의 어느 외곽의 작은 집을 빌려 이모와 지내던 나날이었다. 같이 따라간 집안의 어른 한 명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메리는 그런 집이 싫었다. 어머니도 없었다. 낯선 곳이었다. 학교를 마친 메리는 느릿하게 교재를 챙기고 있었다. 메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불면의 밤이 지속되었다. 미유키는 옅은 잠을 청하다 몇 번이고 눈을 뜨기 일수였다. 의식이 가라앉으면 늘 총소리와 쓰러지는 소리, 그리고 크리쳐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그 날 역시 꿈 속에는 비명과 총성이 가득했다. 미유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곤한 숨소리가 사라지고, 리베르타가 눈을 떴다. 그녀는 미유키의 손을 잡으며 악몽을 꾸었느냐고 속
첫훈련 시술이 끝난 며칠 후였다. 안구는 다행히도 두 사람에게 적응했다. 유하는 전보다 넓어진 시야에 조금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 아리엘은 유하의 팔을 잡아주며 기다렸다. 어느정도 시야가 진정되고 나면 유하는 고개를 도리질쳤다.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꾹 감았다 먼 곳을 보았다. 고마워요. 그런 말을 한 유하는 제 스크롤 창
그 날은 유독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유진은 추적하던 범인 한 명을 놓치고서 온통 비범벅이 된 채였다. 그녀는 지독한 피로감을 느끼며 경위서를 작성했다. 폭언이란 폭언이 모두 그녀에게 향하였다. 모든 것이 그저 멀게만 느껴졌다. 둔감한 추위를 느끼며 유진은 제 집으로 향하였다. 안 젖은 곳이 없이 가라앉은 머리칼은 더 이상 우산도 필요없다는 착각을 하게
유하가 눈을 뜨면 주차장이었다. 그녀는 제 눈을 문지르다 허리를 세웠다. 나리가 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유하는 자연스레 차에서 내렸다. 그것을 기다렸단 듯이 너머에서 사람이 걸어왔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은 반갑다는 듯 유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하는 익숙하게 그 손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흔들고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될지를 물었다. 파트너가
새로이 도착한 쉘터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수도관 관리부터 전기시설 관리, 그리고 청소까지. 크리쳐의 퇴치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유키는 그날 역시 짐승형 크리쳐를 토벌하기 위해 나와있었다. 곁의 리베르타를 보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리베르타가 조금 지친 기색으로 그녀를 보았다. 미유키는 쉬어가자는 듯 주위의 납작한 바위 하나를 눈짓하였다.
첫 인사 게이트가 열렸다는 통신이 전해져왔다. 유하는 언제나와 같이 제 머리를 정리하곤 현장으로 향했다. 단말기는 쉴틈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A급 마수 출현 XX시 시민들은 XX구 현장에서 대피하시길 바라며...] 자연스레 그것을 끈 그녀는 바닥으로 얼음을 펼쳤다. 미끄러지듯 그 위를 나아간 유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질서를 지켜 대피하세요. 달리
어느 시절의 편린 사토 미유키는 그날 또한 아이들과 함께 물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늘 부지런해야만 했다. 가끔 길가를 걷는 경찰들이 그들을 가는 눈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녀는 괜스레 고개에 힘을 주고 거리를 걸었다. 좀 더 키 큰 아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녀는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가 무뚝뚝하게 걸었다. 사토, 천천히 가. 그
미유키는 먼 지평선에 작은 도심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저와 나란히 선 리베르타의 손을 잡았다. 목적지가 저 너머에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면 시선의 끝이 시렸다. 광막한 황야의 끝. 그들은 머나먼 여정을 끝마치는 길이었다. 그녀는 제 옆의 리베르타를 한번 안았다 놓아주었다. 이것이 완연한 끝은 아닐터였다. 그럼에도, 반환점을 돈다는 기분에
크리스마스캐럴 유진은 제 턱을 매만졌다. 탁자에 놓인 사진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를 향하는 이의 이름은 아레스 베이커. 그녀는 아레스 베이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녀를 집요히 좇아오는 이. 그리고 그녀의 숙적. 웃음이 비죽 새어나왔다. 유진은 검지손가락으로 사진 위 얼굴을 훑었다. 창 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 얼
유진 코퍼필드는 주위의 이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자였다. 그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잔혹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제 앞에 무릎꿇은 이를 내려보며 웃었다.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조차도 그 웃음을 가리진 못했다. 그녀의 웃음을 본 상대는 몸서리를 쳤다. 두려움을 내비치며 상대는 유진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상대는 잘못하였다는 말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