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클로버
총 50개의 포스트
“혹시… 태량 님의 팬이세요?” 유즈리하가 이 질문을 어쩌다 듣게 되었는지 알기 위해선 대략 30분 전으로 거슬러 가야 한다. 날짜는 11월 22일. 겨울 한기가 슬금슬금 머리를 들이미는 계절, 닷새간 태량은 집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무슨 광고 촬영 일정 때문에 바빠서 못 들어올 거라고 설명은 해줬었지만, 그 사실은 유즈리하를 괴롭히는 지
제 담당 마술사의 에리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갓 조수로 발탁된 아노렐 킨은 큰 감명을 표하지 않았다. “이야~ 들어가 보면 시체 몇 구 굴러다니고 있을 것 같은데?” 어두침침하고 삭막한 하늘. 폐쇄되어 몇 년째 방치된 것 같은 음침한 분위기의 콘크리트 병원 건물 두 동. 건물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에 이끼조차 자라지 못하는 UP(상위차원)의 특성상 야생의
변화난측(變化難測). 변화가 많아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리리 이데아의 삶에 있어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은 죽음을 맞이해서 UP, 마술사의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두 번째 삶의 기회, 새롭게 주어진 힘, 그리고 제게 베풀어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제안까지.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사는 꼬마 아이. 어린 나이에 불쌍하게 죽은 소녀.
유즈리하에게나 태량에게나 데이트는 생소한 단어였다. 유즈리하는 사람과의 교류보다 스릴 넘치는 상황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왔고, 태량은 성실하게 일에 몰두해서 보람을 찾는 편이었다. 그런 둘이 가슴이 뛰는 알콩달콩한 연애든, 마음이 따스해지는 차분한 연애든, 불화 가득한 위태위태한 연애든 해봤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태
기예르 파트롱은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저택의 개인 사무실 안에서 서성대는 걸음, 미간의 패인 주름과 실룩거리는 콧수염, 신경질적으로 소매를 잡아 뜯는 손길에서 분노의 깊이가 역력하게 드러났다. 어디 그뿐이랴. “내가 이 도시를 위해 한 몸 바쳐 봉사한 게 몇 년인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고 튀어나오는 저 울분을 받는 게
눈이 내리는 여름 바다를 기억한다. UP의 수많은 에리어 중에서도 조금 특별하게 기억에 남은 곳이었다. 시련을 진행하고, 페이스리스 제거 임무를 맡으며 온갖 에리어를 스쳐 지나갔어도 그 잔상이 오래 눈앞에 아른거리는 일은 여태 없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청아하게 맑은 푸른색 하늘, 반짝이는 옥색의 물결, 발밑에 하얗게 바스러지는 모래밭, 후덥지근
후텁지근하게 부슬비가 내릴 무렵, 소년은 소녀를 부른다. ‘비가 오는데 오늘도 산책할 거야?’ 소녀가 물어오는 질문에 소년은 망설임 없이 활짝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끈다. 내일은 너 없을 거잖아. 이 정도 비는 오히려 시원해서 좋지 않겠냐는 설득에 소녀는 반항하지 않고 같이 현관을 나선다. 둘의 손에 들린 것은 투명한 우산 하나. 지붕 아래를 벗어나자
우리는 어느 영원에서 만나 헤어진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곧 영원이고, 삶이란 끝없는 머무름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하나둘 떨어진 별처럼, 별자리라는 연결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홀로 떠돈다. 반복되는 시련과 시험 사이에서 남는 건 떠나갈 이들뿐이다. 우리에게 인연이란 맺어지지 않을 약속이고, 사그라들 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유즈리하는 박물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보물은 보기엔 즐거웠으나, 그 역사적 배경이나 상징에 관해선 흥미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귀한 마도구와 예술품으로 유명한 벨스토렌에 거주한 지 거의 2년이 지났음에도 박물관 입장료 한번 내보지 않았는데, 고향에 살았을 때라고 마도구에 특별한 눈길을 주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 없던 유즈리하도 도
친애하는 카이멜에게, 편지를 받을 즈음 이삿짐을 챙기기 시작했을지, 아니면 짐 정리가 전부 끝났을지 감이 안 잡히네. 우체국 직원이 편지의 도착 날짜는 하루 이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네가 도시를 떠나는 날까지는 받아볼 거라고 말해주셨거든. 아무튼, 수고 많았어. 3년이나 머무른 곳을 며칠 안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네가 쓸
—N763478 비 내리는 차원에 정착한, 진 연의 회고록 일상_비 내리는 카페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오후를 보낸다. 비가 우산을 뚫을 듯 매섭게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카페 오픈에 맞춰 맞이한 한 손님을 제외하고는 여태 방문자가 없어, 홀로 커피 향을 즐기고 있다. 축음기에 레코드판이 돌아간다. 빙글빙글 도는 원반에 바늘이 긁히자 잔잔한 재즈가
새벽이 밝아오는 티티아 박물관 안에 긴장된 정적이 흘렀다. 마크는 바닥에 앉지도,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손톱만 씹으며 텅 빈 전시대 앞을 서성였다. 평소 같았다면 흐릿하게 환해지는 하늘에 한껏 졸음을 참으며 퇴근만 고대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흘러가는 게 두려웠다. “성왕의 검이 도난당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마크뿐만 아니라 전시관에 대기하던
밤이 되어도 쉬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이 있다. 오늘 밤의 희생자인 희라는 쏟아지려는 눈물과 함께 욕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상사가 책상에 던져놓고 간 순찰 스케줄을 보자마자 절규가 절로 나왔었다. 동료라는 놈이 안쓰럽게 제 어깨를 토닥였지만, 빈말로도 이 막장 스케줄을 나눠주겠다고는 하지 못했다. 그야 그럴 것이, 지금 희라는 장장 사흘간의 야간 순찰 당직을
一 처마 끝에 빗방울이 맺힌다. 똑, 똑. 홀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응시하다 마루 밑으로 내려선다. 새파란 하늘, 목화솜처럼 부드러운 구름에서 옅은 비가 내린다. 궂지 않은 날씨에도 여우비는 오기에, 이 외딴 기와집까지 실수로라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깊지 않은 산속이어도 발아래 진흙은 미끄럽기 마련이어서, 자칫 발목이라도 삐면 돌아갈 수 없게 되니까.
정말 오랜만의 정시 퇴근에다, 정말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한 호화로운 외식이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베카의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한잔 두잔 마신 맥주가 붕 뜬 기분의 원인이었을지도 몰랐다. 어찌 됐든 베카는 밝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붉게 상기된 얼굴에 헤벌쭉 웃음을 머금고 인도를 통통 뛰듯 걷고 있었다. “언니 좀. 그러다 넘어져도
노을이 지는 버스 정류장은 한적했다. 버스 전광판에 버스가 하나씩 도착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아직 본인의 버스는 전광판에 뜨지도 않았던지라 유즈리하는 정류장 지붕 아래 멀뚱히 서서 닳아가는 핸드폰 배터리나 쳐다보고 있었다. 꼬르륵, 배에서 먹을 것을 달라는 시계 소리가 울리자 유즈리하는 전광판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이곳에 새로운 태양은 뜨지 않는다. 리리는 시계탑을 올려다봤다. 높이 때문에 손바닥보다도 작아 보이지만, 리리는 저 시곗바늘이 제 키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째깍째깍. 바늘이 움직인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차원에서, 이 스테이지는 드물게 현실 세계와 미약한 연결고리가 남아있는 장소였다. 비록 하늘은 영원한 붉은 노을을 유지하며 그 시간의 흐름에서
끝이 없는 전쟁. 비릿한 쇠 냄새와 혈흔의 악취가 코끝에서 떠나는 날이 없었다. 사방으로 난무하는 고함과 비명이 도리어 정겨울 지경이었다. 심장 박동보다 최후의 단말마가 자주 들려오는 곳이 전선이었다. 아군과 적군이 엉키고 뒤섞여 특유의 갑옷 색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눈부신 붉은 머리카락은 그 누구도 못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선명하게 바
인어는 뭍에서 목소리를 잃는다 바람 사이로 흩어지는 그 노랫가락은 잡힐 리 없으니 오로지 심해를 채우는 저 바다의 메아리는 그리도 아름답다더라 月に恋したマーメイド (花浅葱DROPS) 환한 은색 달이 물결 위로 부서진다. 어둡게 물든 바다 위, 우뚝 솟은 바위 사이사이 바람이 구슬프게 흐느낀다. 하얗게 거품을 문 파도 끝이 절벽에 부딪혀 파스스 흩어지는
Yiruma :: River Flows in You 그들은 나를 물러버린 겨울이라 불렀다.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늘상 생글생글 사람 좋은 미소를 뒤집어쓰고, 공기 가득 불어 넣은 풍선처럼 가벼운. 나는 정착지 없이 떠다니는 잎새와도 같았다.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적당히 어깨에 짊어진다. 하지만 그 무게에 구속되지 않도록, 적당히 떨쳐낸다. 사람
藍音 楪 기적마 카페를 방문하기 전의 아이네 유즈리하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핵심/전반적인 분위기 - 정원 (GARDEN) 질문의 핵심 카드로 정원이 나왔군요. 정원은 사람들 간의 개방적인 교류와 관계를 의미합니다. 보통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상황을 말하며 카드 자체에 기쁘고 즐거운 상황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변 카드의 조합으로 모임의 성향이
“신문 한 부 사세요, 신문! 거기 신사분, 신문 필요하지 않으세요? 단돈 4달러!” “네? 네, 아, 아니요. 신문 필요 없는데요….” 당황으로 둥그레진 순한 눈망울을 굴리던 플로리안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이었다. 오늘 내로 팔아치워야 하는 신문을 팔에 차곡차곡 쌓은 알바생 청년이 씩 웃고 플로리안에게 과감히 몸을 밀착했다. 이 사람은 분명히 팔아줄 것이
“…그래서 트리가 곧 배달 올 거란 얘기예요. 재스퍼가 잘 책임지고 신전 잘 보이는 곳에다 두고 장식해줘요. 유천하고 자윤은 재스퍼를 도와주고요. 다른 일은 내일로 미뤄도 괜찮으니까.” “예?” “네?” “저, 유화 님?” 지목당한 세 사람에게서 얼빠진 대답이 돌아왔지만, 카나트는 수족의 당황을 모른 체했다. 그 정도 철판도 깔지 않고서야 자유의 만다라를
한 해가 끝나가는 추운 12월이 돌아올 때면 왕궁의 가장 큰 홀은 으레 들썩이게 마련이었다. 이유인즉, 가장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왕궁의 파티는 왕의 탄신일도 아니고 새해 축제도 아닌, 연말의 크리스마스 파티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이어져 왔는지 모를 오랜 전통이었지만, 한 해를 무사히 나고 그 노고에 힘써준 이들을 보상하고 격려한다는 제도는 모두가 환영
D+1001 고풍스럽게 꾸며진 책방 안으로 늦은 오후의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리리는 창가 근처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밖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소녀를 발견할 만도 했으나,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리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가게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리리의 뒤에서, 아노렐은 푹신한 소파에 누워 뒹굴고 있
D+1000 그 많은 시간을 거쳐,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 많은 실수를 거쳐, 우리는 다시 만났다. 첫 만남이었지만, 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득한 기억 너머의 만남이었지만, 너만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 * * 오래 살아갈수록 희미해지고 잊히는 기억이 많아진다. 리비에르조차 예외는 아니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보다 망각 너머로
D+750 나는 아마도, 꿈을 꾸었던 것 같다.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귓가를 때렸다. 파도에 이는 거품이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았다. 드넓은 바닷가를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바람에 살짝 비뚤어진 모자를 고쳐 쓰며 저만치에서 천천히 따라오는 이에게 손을 흔들었
D+500 맑은 날의 저녁이었다. 하얀 벽돌이 깔린 광장의 분수 근처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주황빛 노을 아래, 시계탑의 시곗바늘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리비에르는 1초, 2초, 움직이는 시계탑을 올려다보았다. 6시 59분. 바람이 상당히 쌀쌀한데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가야 할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10월이 막 시작된 날씨에 두꺼운 겉옷
동그란 은색 삼단 접시에 아기자기하게 세팅된 달콤한 간식은 지나가던 누구도 유혹할 수 있을 만큼 완벽했다. 맨 밑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은 햄과 치즈가 들어간 크루아상 샌드위치. 중간에는 포슬포슬하게 구워진 크랜베리와 블루베리 스콘, 그리고 곁들여 먹을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 맨 위에는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작은 마카롱과 오트밀 쿠키, 작은 유리잔
너와 함께한 천일, 그리고 하루의 이야기 파도 소리가 귀로 밀려들어 왔다. 노을의 색채에 물든 물결이 잔잔하게 밀려 나갔다가, 다시 세차게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모래 위를 덮쳤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내음이 눈물 같게 느껴져, 사뭇 애달프고도 애틋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손에 맞잡은 네 온기가 나를 감싸왔기에, 울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것으로
오늘의 소동의 시작은 어찌 보면 겨울이 가신 봄의 날씨처럼 훈훈한, 어느덧 따듯해진 날씨에 깨어 만발한 매화꽃처럼 갑작스러운, 저 창밖의 푸른 잎사귀를 잔잔히 흔드는 산들바람처럼 설레는 말 한마디였다. “우리 결혼하면 어떨 것 같아?” 끔벅끔벅. 자신의 건너편에 앉아 창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던 태량은 맑은 하늘 같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 이
“플로리안, 너 오늘 아버지하고 싸웠다며?” “흐어어어억!!” 분명히 근처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오는 목소리에 플로리안은 기겁하며 파드득 튀어 올랐다. 그나마 익숙한 목소리가 누군지 빠르게 파악했기에 비명을 낮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건 피했다. 반절의 익숙함, 약간의 한심함과 안쓰러움을 담아 베아트리스는 동생인 플로리안을
이것은 어느 한 우주의 작은 기록. 만남과 인연, 우정과 사랑, 푸르른 달과 보랏빛 황혼의 노래. 우주에서 피어난 한 송이 캄파뉼라와 하늘을 비상하는 붉은 까마귀에 관한 이야기. 캄파뉼라야, 까마귀에게 화환을 씌워주고, 까마귀야, 캄파뉼라에게 날개를 달아주렴. “와아~ 이 행성은 진짜 여전히 춥구나…. 아, 뼈 시리다.” 투덜대면서도 바쁘게 발걸음을
너는 그날 물어왔었다. 넌 왜 늘 흑백의 풍경화만 그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었다. 난 내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그림에 담지 않아. 이 캔버스는 내가 보는 세계, 그냥 그뿐인 거라고. in a world of black and white, when people of gray fill the streets what colour is it that
When you wish upon a star Makes no difference who you are Anything your heart desires Will come to you ホシアイ Music Box ver.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어둡고 탁했다. 저녁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공항에 사람이 적
사람들은 보통 살면서 천사를 본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아니, 헛소리하는 건 아니고.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진지하게, 천사를 본 적 있다고 한다면,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웃던지, 혹은 비웃던지, 소년은 진짜로 천사를 본 적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천사의 날개를 달거나 머리 위로 헤일로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레몬색의 기류를 띄는
후둑. 후두둑. 새카만 머리카락에 내려앉는 차가운 감각에 유즈리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했었던가? 기억을 되짚어 보았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확인하는 성격도 아니었던지라, 놀랍지 않게 백지만 그릴 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즈리하는 별생각 없었다. 사실 이렇게 몸소 날씨를 체험하고 있는 이상, 일기예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그래서. 방금 뭐라고 했나, 자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붙들어 매었다. 철들기 훨씬 전부터 받아온 교육도 한몫하긴 했지만, 한숨 쉬어봤자 저 사내의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침착하게 되물은 것이 무색하게도 청발의 사내는 세상 고민 없는 표정으로 해사하고 친절하게 말을 되풀이했다. “
Fly Me to the Moon :: Olivia Ong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언제였을까. 문득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본 기억이 떠올랐어. 책 표지만 봐도 지루해하는 나한테 그런 말이 와 닿았을 리도 없는데, 왜 굳이 지금 그게 떠올랐을까? 남들이 명언이니 뭐니 떠들어봤자 나는 기다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걸
그는 늘 높은 곳에서 웃고 있었다. 상어를 닮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마치 자신이 이 세상의 정점에 서 있듯이. 머리에 금색 왕관을 쓴, 그래, 마치 미친 왕처럼. 그것이 리리 이데아가 기억하는 조수, 아노렐 킨이었다. Keep It Close - Seven Lions (feat. Kerli) 제멋대로 묶은 백금발 위에 자리한 작은 왕관. 빛이
落葉とワルツを (ichiP) :: amu x ヲタみん 가을의 색깔은 어떤 색깔일까? 시원하고 맑은 하늘의 푸른색. 해가 조금씩 빠르게 지기 시작해 찾아오는 군청색. 나무에 알록달록 단풍이 들어 피어나는 진홍색과 노란색. 그리고 하늘과 들판에 경계선 없이 깔리는 진한 금빛. 가을의 냄새는 어떤 냄새일까? 땅에 떨어진 밤과 도토리가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
카이멜 시레노바, 너는 나에게 있어 불꽃처럼 시작된 첫사랑이었다. 꽃잎처럼 낙하하는 비 사이로 보았던 너는, 나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사랑이었다. Kiss the Rain - Yiruma “…Seven Lions의 Keep it Close였습니다.” 거의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등교라고 하기도 민망한 시간이었지만 리비에르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 짧고도 길었던 시간은 꿈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기적이었을까. 마법이었을까. * * * 두 가지 푸른색이 어우러진 머리칼을 지닌 여인은 홀로 시들어가는 장미꽃밭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니, 여인이 맞았던가. 예쁘장하게 자리 잡힌 이목구비는 여인이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지만. 비록 여인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는 정확하게 말하자
옥상 꼭대기에서 달빛을 받는 당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찬란하였도다. 정자의 지붕 아래 있으면서도 당신의 주변으로 달무리가 몰려 빛을 발하는 것이, 어쩌면 당신이 달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사람의 미(美)에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 그였다 하더라도, 감히 찬양할 만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빛나는 만큼, 당신은
네모난 종이가 삼각형이 되도록 반으로. 종이가 갈라지는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내려 접고. 다시 옆으로 반으로. 네모난 귀퉁이를 직각으로 올려 접고 비스듬히 일부를 다시 내려 접는다. 열심히 접은 모형이 자연스레 열리는 곳을 피고, 작은 삼각형을 내려 접는다. 마지막으로 비스듬히 계단 접기를 하면 꽃잎 한 장이 완성된다. 꽃잎 다섯 장을 더 접어 서로 이어지
안녕을 고하는 그의 얼굴에는 눈물도, 슬픔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린 듯한 미소만이 존재할 뿐. 매정하다면 매정하고, 차갑다면 그가 다루는 얼음보다 차가웠다. 리비에르 시라는 그런 사람이었다. Graduation - Gemini 그들의 첫 만남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불로와 불사야.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고, 아티팩트의 오염도만 지킨다면 그
테이트. 네가 떠난 후로 나에게 남겨진 것은 [ 고독 ] 뿐이었다. soundless voice - vocal バルシェ / music ひとしずく×やま△ “가슴속에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후회, 한탄, 그리움.” 후회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네 부재에 한탄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너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까. 나와 꼭
아하하, 수고했어, 라리스. 정말 간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했네. 덕분에 같이 퓨전도 해보고 말이야~ 라리스, 새벽 두시, 메이드복을 입고 나랑 같이 퓨전, 게임 완수야. 그래~ 그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 보답을 해야겠지? 급한 일이었지만 초반에 너희를 그냥 두고 간 것도 미안하니까 말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보다 너희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