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흑발소년
총 57개의 포스트
상세한 공지사항 : 저 : 글 YOU : 모든 분야 (글, 그림, 디자인, 수공예 등) 전반적으로 기력이 많이 부족해서 천천히 찾아갑니다. 저는 소설, 썰, 가챠(이경우 오마카세 모음집) 등이 가능합니다. 문체 확인은 >> 이쪽! << 연교 폼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U
카르에고는 스스로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좋아함은 제가 그렇게 애타게 부르던 규율에서 벗어난다. 예외를 만들고, 질서를 어지럽힌다. 딱히 이상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마 이대로 홀로 살아갈 거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아, 나비. 좋은 아침이네요.” 잔디밭에서 다비가 늘어진 채 있었다. 다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산야는 익숙하게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다시 바람이 엉키자, 아예 정리하는 걸 포기했다. 지금은 머리를 정리할 때가 아니다. 생각을, 비워야 했다. 눈을 감아도 잔혹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떠오른다. 산야는 누군가의 목숨이 이기적인 욕심에 의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움직였다. 잔혹한
헬가는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란 적이 있다. 철없는 어릴 때 있었던 일이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고 싶었던 탓에, 한때 자신만을 바라봐줄 수 있는 이를 찾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다. 작은 호의조차 건네주지 않았기에, 헬가는 꿈속에서 만난 킹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킹은 참 착했다. 아니, 일부러 제가 눈을 감고 있었
투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소나기는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우산이 있어도 이 비를 뚫고 갈 엄두를 못 낼 정도가 됐다. 카게미야는 곱게 접힌 우산을 한 손에 쥔 채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비를 피하고 있는 걸까? 우산이 있는데? 우산은 옅은 붉은 색이다. 그 색은 퍽이나 카게미야에게 잘 어울렸다. 어째서 카게미야가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그
“올해 생일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 아마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해보았다. 12월 6일, 그의 연인인 텐도 아마히코의 생일. 매년 찾아오는 중요한 날이다. 어렸을 적엔 모두가 모여서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축하해주지 못했다. 어쩐지 숨이 턱 막혔다. 자그마치 십여 년간 그의 탄생을 축하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12월 6일, 텐도 아마히코의 생일. “생일이란 본래 탄생을 기념하는 일. 자, 모두. 아마히코 씨의 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해봅시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할 거라고?” 어느덧 아마히코의 생일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참 빠르다. 모두 아마히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바삐 움직였다. 간소한 선물, 맛있는 음식. 아마히코의 취향에 맞춰 손수 만들었다
처음 환희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건 엮일 일이 없을 거 같은 상대였다.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졌다. 어째서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괜히 억울해지기도 했다. 자신은 어머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다. 누구보다 훌륭한 딸이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환희는 제 노력이 가소롭다는 듯이 굴었다. 환
“있지, 이름이 없다는 건 무슨 느낌인지 알아?” “무슨 말을, 하려는… 게냐.” 어두컴컴한 창고 안이었다. 자그마치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이 쓰러져 있다. 그중에서 흡사 늑대를 연상시키는 귀를 가진 청년이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청년의 앞에는 안경 쓴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그나마 창고 안에서 청년과 더불어 정신이 온전하게 깨어 있는 사람이다. 청년은
“있잖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네?” 연호는 두 눈을 깜빡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붉은 눈이 세빈을 향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눈만 껌뻑인 채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 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선명한 붉은 눈이 꼭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한 번 더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았기에 세빈은 입을 열었다. “그렇게 아
12월의 어느 날이 되면 몹시 소란스러워진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옅은 푸른 빛에 옅은 잿빛 구름이 있었다. 곧 눈이 오려나. 구름이 제법 켜켜이 쌓인 탓에 금방이라도 차가운 솜을 토해낼 거 같았다. 세차게 바람이 불자, 아이리스의 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이 스네즈나야에서 눈이 내리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다른 지역보다 추운
아이에게 있어서 게토는 단순히 좋아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아이는 늘 매번 단순하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둘러대고 있었다. 맞다, 이제 그럴 질문을 할 만한 상대는 남아 있지 않았지. 자꾸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바람에 휘날려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며 생각했다. 제가 품은 감정을 굳이 정정해야 할
지독한 꿈을 꾸었다. 꿈속의 자신은 홀로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무늬조차 없는 새하얀 벽이 유메를 조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은 여기에 있는 걸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꿈이라는 걸 자각하려고 했다. 이런 건 현실이 아냐. 나는 깨야 해. 저도 모르게 가장
버니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파티는 늘 리오의 곁에 있었다. 당연히 지긋지긋할 정도로 그의 말을 들었다. 외우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됐다. 언제부터 자신이 버니시였더라. 애초에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 파티는 조금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릴 때의 철없는 생각이었을 뿐이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과
본리 죽음이란 한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삶의 마침표다. 그렇다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침표를 여러 번 찍을 수 있다면. 한 번밖에 없다는 희귀성이 사라지고, 죽어도 돌이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생명을 경시하지 않을까. 어차피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같은. 설은 하늘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에는 구름이 켜켜이 쌓여있을 뿐 별은 보이지
현에게는 소소한 취미가 있다. 바로 집 근처나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는 것. 처음에는 시간 때우기 겸 시작했었는데 예상외로 재밌었다. 같은 길을 가는 것도 지루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아직까진 지루하지 않았다. 좌우로 나눠진 골목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오른쪽은 주택가인지 낮은 빌라가 여러 채
수없이 많은 이들을 보냈다. 매일 밤마다 눈을 감으면 떠난 이들이 떠오른다. 발드르는 제 손으로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잊으려고 해도 도통 잊을 수 없었다. 혹시 죽을 때 자신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제가 조금 더 잘 막아냈더라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 텐데. 한순간의 판단 미스가 저를 제외한 모두를 죽여버렸다. 생각해보았다. 왜 자신만이 살아남았
요란스러운 사람. 그게 예림을 향한 진호의 감상이었다. 본래 진호는 조용한 걸 선호했다. 예림이 저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태도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진호는 곁에 사람을 두는 편이 아니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게 좋으니까. 딱 그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것도 별로였다. 하지만 예림만큼은 예외였다. 늘 자신을 볼 때마다
본래 지구란 별은 위태로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구는 천천히 멸망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은 지구의 멸망을 막고자 노력해 보았으나, 잘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멸망하게 될 거, 그전까지 마음껏 살아보자. 그런 마인드였다. 주형은 폐허가 된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본래 타 연구실에는 잘 오지 않았는데,
미아가 됐다. 사에는 난감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었다. 어딜 가도 낯선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제가 아는, 중절모를 쓴 오렌지 빛 머리카락의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츄야는 신장이 다른 사람보다 작은 편에 속했다. 체격은 조금 작아도, 존재감 만큼은 하늘을 찌르듯 높았다. 적어도 츄야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까. 사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피곤하다.” 사에를 두 팔을 위로 쭉 뻗었다. 가볍게 기지개 켰을 뿐인데 온몸에서 괴롭다는 아우성을 보내고 있다. 사에는 제 어깨를 주먹으로 톡톡 쳤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츄야였다. 츄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사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어. 피곤해?” “응, 아직 임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빨리 익숙해져서 츄야를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걸 자각했을 때는 암담했다. 남들은 다 행복하다고 했는데, 자신은 영 그렇지 못했다. 질척거리는 감정이 제 목을 조였다. 숨이 막힐 거 같으면서도 좋아하는 걸, 동경하는 걸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것도 벌써 몇 년 전 일이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테사 씨에게 고백했다니. 그때는
겨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공기가 차가워지며 손발이 트는 것도 싫었고, 추위를 대비하여 옷을 갑갑하게 입어야 하는 것도 싫었다. 눈이 오면 조금 들떴지만, 거리가 지옥의 빙판길로 변하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 겨울은 썩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생각이 조금 바뀔 거 같았다. 모토키는 슬쩍 제 옆을 보았다. 이세야 시키, 세리자와 모
물고기 한 마리를 얻었다. 빙워징은 생각해 보았다. 어쩌다 제가 푸른빛을 지닌 물고기를 얻게 된 것일까.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보았다. 이름 모를 남자가 제가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걸로 빌미 삼아 접근했다. 징은 그런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무슨 속셈이 있었냐고 딱 한 번 추궁했더니,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부리나케 도망갔다. 덕분에 물고기 한
“레겐은 한 번 생각해본 적 있나요? 만약 이 세상이 평화롭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이요.” “……그다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서 데시드는 제가 생각한 걸 레겐에게 들려주었다. 레겐은 문자 그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 데시드는 마치 재미없다는 듯 레겐을 보았다. 어쩐지 어린애의 투정처럼 느껴지는 걸까. 레겐은 그제야 생
센티넬에게 있어서 가이드는 귀중한 존재다. 제 능력을 감당하지 못한 채 예민해진 센티넬을 말릴 수 있는 건 오직 가이드 뿐이다. 거기다 가이드의 적성을 지닌 이는 무척 적었기에 사회적 우위를 차지했다. 때때로 오만한 가이드는 위험한 순간에도 제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 리콰이드는 그런 부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이드가 귀중한 건 맞았지만, 그게 모든 관계에서
[ 얘들아 나 질문 하나만 해도 돼? 나 오늘 집안 일 때문에 왕세자님 뵈러 갔는데 그 곁에 붉은 머리의.. 남자 있었거든? 그 분 누군지 아는 사람? ] ㄴ 너 혹시 어디 산에 있다가 왔어? ㄴㄴ 아니.. 산에 잇었던 건 아니고 요즘 몸이 안 좋아서 바깥 일 전혀 몰랐다가..ㅠ 설마 유명한.. 분이신거야? ㄴ 왕세자 곁에 있는 적발이라면 방패공자 말고 누
아무래도 시점은 약간 가을이 점차 몰려오고 있는 9월의 어느날. 대략 날씨도 선선해졌고 그냥 오늘따라 조용하네, 이런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갈 때 있음. 한참 하교하는데 교정에서 아키토가 홀로 있는 걸 봄. 멀리서 봐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여서 누구 기다리지? 아, 그러고보니 맨날 붙어다니는 애가 없네. 이랬음. 슬쩍 물어보니 맞았다구 한다 근데 의외로
[ ?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데 대충 ㄹㅌ측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루머 뭐시기... 그런 거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 ㄴ 갑자기? ㄴ 아니.. 따른 곳도 아니고 거기서 왜 갑자기 고소 대응하겠다고 함? 진짜 어이없네; ㄴㄴ 그러니까.. 나도 이거 들었을 때 진짜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음 [ 아니 갑자기 ㄹㅌ 고소 뭐임? 따로 글 올라
[ 아 진심 개빡치네 아침부터 이러기냐~~ ] ㄴ 왜 무슨 일인데 ㄴㄴ 너 뉴스도 안 봄? ㄴㄴㄴ ? [ 아씨; 곰머 이자식 글 맞음? ] ㄴ ㅇㅇ그거임 잘 찾았네 ㄴ 아~~ 진짜 나 자고 일어나니까 무슨 곰머 이새기 때문에 배신당했어 ㄴㄴ 배신ㅋㅋㅋ 뭐 맡겨둔 거 있냐ㅠ [ 와 진짜.. 이 소리밖에 안 나오는 것도 진심 대단하다 ] [ 이럴려고 이미지 관
세리자와 유이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유이와 가깝게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유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숨기지 않았다. 아낌없이 애정을 퍼부으며 좋아하는 걸 드러냈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즐겁게 웃었다. 정작 짝사랑 상대인 후루야는 썩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유이를 대했다. 그 마음을 보답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지. 짝사랑은 일방통행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수업은 여전히 재미없었다. 공부에 전혀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미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 포기했는데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턱을 괸 채 멍때리자, 문득 창 너머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날씨 하난 끝내주네. 이렇게 좋은 날에는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오소마츠 잠시 주위를 훑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즐겁다는 듯 저들끼리 웃고 떠들었
포트마피아는 어둠이었다. 저녁노을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때. 눈앞에 있는 것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내일에 대한 막막함. 결코 빛으로 나아갈 수 없는 시궁창의 쥐들이 모인 게 바로 포트마피아였다.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곳. 거기에 속한 다자이 오사무 또한 비슷했다. ‘참으로 웃긴 곳이지.’ 시궁쥐라는 걸
“레이땅, 나 왔어!”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페 문이 활짝 열리며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유이는 늘 그렇듯 로리타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의상이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데 자리 잡고 있었던 코난은 유이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무로 형은 아직 안 왔어
# 헤아리는 게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어쩐지 영 익숙하지 않았다. 아쿠타가와와 유노는 이런 상황에서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찌푸린 인상은 펴지지 못한 채 무어라고 입을 열었다가 다물기는 몇 번이나 반복했던가. 밝은 빛에서 멀어지기 위해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어느새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지 않겠습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옅은 갈색 코트. 팔과 목을 꽁꽁 둘러싸고 있는 붕대. 목소리의 출처로 추정되는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여자에게 마치 고백이라도 하듯 부탁하고 있었다. 여자는 대뜸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기에 곤란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혹여 자신을
죽음이란 무릇 만인에게 평등했다. 리본은 비 오는 거리를 조용히 훑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는 마치 질척거리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날도 이처럼 비가 왔었지. 리본은 이제 돌아오질 않을 여인을 향해 그리움이 가득한 회상을 했다. 부질없다는 건 알면서도 이상하게 매달리게 됐다. 그녀의 이름은 하나였다. 어느 자그마한 약소 패밀리에 소속되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루토는 유독 하나에게 약했다. 세심히 배려하고 챙겨주었다. 처음에는 많이 서툴렀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새가 되었다. 하나는 어째서 나루토가 자신을 챙겨주는지 궁금했다. 무심코 딱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루토는 어째선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오빠니까, 여동생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그런 걸까.
#2 이상할 정도로 푸른 하늘이었다. 여느 때와 비교하면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여름에 진입하면서 하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한 푸른빛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햇볕이 점점 더 강렬히 내리쬐고 공기가 조금씩 후덥지근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과할 정도로 제 푸름을 과시하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나는 기이한
아름다운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저녁노을이 복도 내부를 비추고 있다. 짙은 그림자와 함께 주황빛으로 물든 복도를 보고 있자니 낮의 풍경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으면 낮에 보았던 모습이 이토록 선명하게 그려지는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눈을 감았을 때 선명한 푸른빛의 복도와 현재의 주황빛 복도는 확연히 다른 공간이었다. 시간대가 다를 뿐인데,
빈말로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다. 모든 게 뒤틀리고 어긋났다. 정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인간다운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그를 볼 때마다 레슬리는 작은 거부감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그를, 나자 로도미사를 밀어내고 있다. 거만하다 못해 모든 걸 제 밑으로 두는 말투도, 행동도. 그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슬리는 제가 이상하다
완전하지 않았다. 길가메쉬는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다른 이도 아닌 자기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될 줄이야. 어이가 없어진 나머지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을 토해내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왕의 재보는 꺼낼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제 것을 꺼내지 못하면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제 몸은 불완
그는 이름 없는 존재였다. 언제 태어났더라?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맨 처음 시야에 들어오는 건 부모로 추정되는 자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몹시 늙었다. 도저히 갓 태어난 자식을 보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까지 자신은 여느 생명체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태어나고, 자라고, 끝내 사라지는 그런 삶을. 그러나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
“맞다, 벚꽃 라임 주스라는 거 알아요?” “…그게 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규범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태현은 익숙하다는 듯이 제 스마트폰을 꺼내 보여주었다. 화면 속에는 깔끔하게 단장한 카페가 있었다. 아직 오픈하기 전인지 내부는 커튼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사진은 아침 햇살이라도 받는지 유독 밝고 선명했다. 끄트머리에 교복을 입은 손이나 운동화가
그 순간 자기 자신이 끔찍하게 싫어졌다.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내면에 깊숙이 숨어 있었던 이기심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유메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커다란 두 눈이 조금씩 젖어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려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리본이 아무리 어리광을 받아준다고 해도 그건 ‘유메’를 향한 호의가 아니었다. 자신이 이렇게 리본과 마주할 수 있
최근 들어서 리본이 이상해졌다. 사와다 츠나요시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서류에서 눈을 떼자, 집무실 한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늘씬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남자는 모든 게 검었다. 머리카락부터 시작해, 모자, 의상, 눈동자까지. 마치 검은색에 잡아먹힌 사람과도 같았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겉으로 보았을 때 멀쩡했다. 특별히 문제가 있
밖으로 나갈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박문대의 몸을 감쌌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공기가 훅 떨어진 게 저절로 느껴졌다. 아, 이제 곧 겨울인가. 아직 크리스마스가 한참 멀었음에도 떠들썩한 거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지금은 10월 말이었지. 곧 할로윈이었나? 박문대에게 있어서 할로윈은 그다지 좋은 기념일이 아니었다. 요즘 들어서 다들 챙기는
‘얘네는 할 일이 이거밖에 없나?’ 박문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멀리서 보면 얼핏 찌푸린 것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선 안 되는 음울한 분위기에 모두 저마다 숨을 삼켰다. 활자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박문대와 체리를 욕했다. 격했다가 차츰 가라앉았다가 격해지는 걸 반복했다. 하루 내내 타인의 욕을 안 하면 입에 가시라도 돋는 일이 생
박문대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자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마시지 않나? 다들 속이 답답할 때마다 한두 캔 정도는 마시잖아. 만약 이런 박문대의 생각을 다른 멤버들이 알고 있었더라면 모두 기겁했을 일이다. 박문대는 본인의 주량 자체가 아무 문제도 없고,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답답할 때 한두 캔 마시는 것 자체는 문제없었다. 대한민국에
여러모로 바쁜 나날이었다. 박문대는 비스듬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만졌다. 이렇게 좋지 못한 자세로 있어봤자 자신만 후회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쉬이 고치지 못했다. 그럴 정도로 박문대는 여유롭지 못했다. 안 그래도 이번에 웬 이상한 놈에게 시달렸다. 납치당하지 않나, 협박받질 않나. 겨우 한 방 먹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숙소로 돌아온 후 박문대
최근 들어서 다자이가 이상했다. 체리는 눈을 날카롭게 뜬 채 다자이가 사라진 흔적을 보았다. 늘 그렇듯 그는 여유로웠다. 상대에게 적당히 좋은 말만 해주다가, 시간이 되면 헤어질 때라면서 황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마치… 바람을 피우는 거 같았다. 불쾌한 감각이 체리를 스쳐 지나갔다. 체리의 자존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는 걸 극도로
“참 재밌는 관계라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괜찮네. 그저 혼잣말이었을 뿐이니. 하지만 자네도 생각해보면 그 둘의 관계가 무척 재밌다는 걸 알 수 있을 테니, 한번 생각해보게.” 모리 오가이의 혼잣말은 마치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는 듯 크고 또렷하게 들렸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을 수
시간은 착실히 흘러갔다. 벌써 포트 마피아에서 나온 지 1년이 지났다. 다자이 오사무는 무심한 눈길로 달력을 훑었다.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은 포트 마피아의 어둠에 평생 묻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니. 과거에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면 믿기 못하겠지. 무장 탐정사 직원들은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 다자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멀리서 아야네가 절뚝거리며 걷는 게 보였다. 척 보아도 임무에 갔다가 다친 것 같았다. 포트 마피아에서 아야네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정답은 아니었다. 포트 마피아는 의외로 쓸만한 장기말에 관대했다. 다자이는 초조함을 억누르며 아야네 곁으로 다가갔다. 아야네는 저를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에 몸을 확 틀어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무장 탐정사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그야 그렇겠지. 란포는 재빨리 생각했다. 이 혼란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혼란에 몸을 맡긴 채 군중 속에 섞여들겠지. 모두가 주장하는 게 가장 옳은 의견이라고 할 거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제 나름대로 처신했을 뿐이다. 무장 탐정
주성철에게 있어서 이민호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실적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필 실적도 어느 정도 있으면서 사고를 쳤다. 괜히 ‘폭탄’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성철은 민호의 소문을 접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평생을 여성청소년과에서 보낼 리 없지만, 그래도 제 밑으로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직접 얼굴을 맞댔을 때 어떻게 생각
해당 공지사항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불이익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안내사항 1. 본 커미션의 저작권은 흑발소년(@KUROKAMI2_)에게 있습니다. 커미션 출처 표기는 ‘흑발소년’ 혹은 아이디로 부탁드립니다. 2. 개인적 소장 용도으로 회지 발행하는 건 괜찮으나, 출처 미표기, 자작 발언,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건 금합니다. 3. 평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