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킴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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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설마 꿈은 아니겠지? 볼이라도 꼬집어볼까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쯤은 허리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생전 처음 겪어본 통증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현실이 맞다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게 꿈인지 생신지 되뇌는 건, 임승대가 지금 좀 현실감각이 없어서다. 고작 반나절 동안 그가 겪은 일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
임승대는 첫사랑에게 차이던 날, 저주처럼 퍼부어졌던 말을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 변변찮은 게 없는 놈이었다. 물론 그땐 뭐에 씌기라도 했는지 눈만 마주쳐도 시선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고, 몸이 살짝만 닿아도 설레서 어쩔 줄을 몰랐다. 서울말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은 유독 다정하게 들렸다. 그게 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
시합 전에 농구화 끈을 새로 묶는 건 늘 하던 일이다. 그게 연습 시합이든 공식경기든 상관없이, 수십번도 넘게 해왔던 루틴이었다. 그러나 쌍용기 결승전을 앞두고 농구화 끈을 묶는 지금, 임승대는 몇 번이나 손에서 끈이 미끄러졌다. 제아무리 낙점 된 우승 후보라지만 결승전이 긴장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비단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 ".
세상 모든 사람들이 형질인과 비형질인으로 나뉘는 세상에서 형질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같은 형질인을 찾게 된다. 알파는 오메가를, 오메가는 알파를. 물론 페로몬에 의한 본능적인 선택이긴 하나 오랜 시간 유전자에 새겨진 경험이기도 했다. 형질인과 비형질인의 만남은 끝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러나 어떤 감정이나 욕망은 유전 법칙을 거스르
* 2024. 06. 발간 된 남농햄(@oh_my_basketHam)님의 재유승대 회지 ‘재유햄이 임승대를 물어뜯었어!’에 드린 축전글입니다. 키스의 기원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부모가 아직 치아가 나지 않은 아기를 위해 음식물을 직접 씹어서 입에 넣어주던 행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연인 간의 가장 농밀한 애정 행위 중의 하나가 부모와 자식
가로등 켜진 어느 골목길, 택시 한 대가 멈추어 선다.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뒤에 탄 남성이 카드를 내밀고 계산하는 동안 먼저 뒷문을 열고 내린다. 그러나 곧장 다시 허리를 숙여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팔을 쭉 뻗어서 뒷좌석에 널브러진 여성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는데, 계산을 마친 택시 기사가 카드를 돌려주며 말한다. "아이고, 아가씨가 많이 취했네!"
진재유에겐 사람을 볼 때 제일 먼저 얼굴 표정과 입 모양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이건 코트 위에서 공을 운반하는 포인트 가드 역할을 하면서 몸에 익은 습관이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4명의 선수들, 그 중 누구한테 공을 줘야 하는지는 그들의 위치나 상황도 중요했지만 본인의 의사 표현도 못지않게 중요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선수들은 핸들러에게 적극적으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말이 있다. '운동 학습' 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떤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면 뇌는 해당 동작에 대한 장기적인 근육 기억을 생성한다. 이것이 머슬 메모리이며, 한 번 생성 된 머슬 메모리는 해당 동작을 의식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수행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스포츠에서 최대의 효율성을 뽑아내므로 운동선수라면
<1> 벌레 탈옥 사건 “수겸아!! 왜 이제 오는 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먼저 들어온 사람이 더 늦게 오는 사람을 기다렸다가 반갑게 마주하는 건 이 신혼부부에겐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지금의 정환은 마치 구세주라도 보는 눈빛과 목소리로 수겸을 맞이하고 있었으니까. 수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으려는데 정환이 후다닥 수겸의 손
말에는 힘이 있어서 일단 입 밖으로 내뱉고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랑의 말도, 한 번 내뱉고 나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한을 풀듯이 사랑을 속삭이고 쉴 틈 없이 입 맞췄다. 이젠 술기운에 얼굴이 달아오른 건지 숨이 차서 그런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잠깐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수겸이
‘오늘 운수가 나쁘네.’라고 생각했었다. 겨우 한 모금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손이 미끄러져서 쏟아버렸다. 급한 대로 티슈를 왕창 뜯어서 사무실 책상 위에 흐르는 액체를 막아내기 바빴다. 컴퓨터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급급해서 휴지로 마치 거대한 댐을 만들 듯이 빙 둘렀다. 그새 여기저기 튀어서 커피 얼룩이 진 와이셔츠를 갈아입고 왔는데, 세상에…
현관 앞에 놓인, 크기가 조금 다른 실내화가 두 쌍. 세면대 위엔 색깔이 다른 칫솔이 두 개가 꽂혀있고. 협탁 위엔 다이아가 박힌 결혼반지가 한 쌍 놓여있다. 그리고 안방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 위 베개는 두 개, 이불은 하나. 거실 한복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린 결혼사진까지. 그저 흔한 신혼집의 풍경이었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누가 봐도 거리낌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 정환과 수겸은 이제 공식적으로 부부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막 일상으로 복귀한 신혼부부에게 주변인들의 무수한 관심이 쏟아졌고, 개중에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신혼여행은 어땠냐, 결혼하니까 뭐가 좋으냐, 신혼생활은 잘 즐기고 있냐는 둥 물어오면 곤란하다는 듯 웃어넘기기 바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할 말이
* 굳이 표기하자면, 대협→정환수겸 여기는 지상 최대의 휴양지, 하와이. 이곳에서 무려 6박 7일의 꿀 같은 신혼여행…을 빙자한 휴가를 즐기는 중이었는데, 난데없이 내 남편의 전 애인을 마주치고야 말았다면?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에 당황할 새도 없이, 이쪽으로 오는 정환을 향해 수겸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오지 마.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
수겸과 친구라는 이름으로 알고 지낸 시간만 해도 어언 20여 년이지만 현준은 아직도 김수겸이란 인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보통의 그는 현준의 예상 범주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가끔은 상식 밖의 행동을 해서 현준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전부 당황을 넘어서 경악의 연속이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이정환과 결혼하게 된 이상 수겸도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길 가다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백이면 백, 이정환 쪽이 손해를 보는 결혼이었으니 정환의 측근들이 거세게 반발할 거란 예상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어쩌면, 아침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우리 아들과 헤어지라며 돈 봉투를 내밀거나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절하면 물세례가 쏟아지겠지. 그
정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정작 상대방은 정환의 그런 표정은 아랑곳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분명 저쪽은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는데, 정환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 만했다. 김수겸은 그저 이정환의 고교 시절 친구…는 아니고, 동창…이라기엔 같은 학교는 아니었으며. 좋게 말해봐야 선의의 경쟁자…?
“너희는 앞으로 살면서 무수히 많은 소비를 하게 될 거야. 푼돈 한 푼, 두 푼 쓰는 거야 막 써도 괜찮지만 금액이 커질수록 생각하는 시간도 그에 비례해야 한다. 쉽게 말해 큰돈일수록 이것저것 따져가며 신중히 써야 한다는 거지. …근데 이 자식들아, 감독님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씀 해주시는데 귀담아 안 듣냐?” 수겸이 앞에서 열변을 토하든 말든
침대 위에 쓰러지듯 풀썩 엎드렸다. 어찌나 몰아붙였는지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이 없었다. 확실히 30살이 되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생각했다. 이 와중에 눈치 없이 뒤에서 바싹 붙어있는 근육 덩어리를 신경질적으로 밀어냈다. “무거워. 저리 가.” 까칠한 언동에도 상대방은 웃기만 하고 순순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곤 얼굴을 팔
2년 간의 방황을 끝내고 화려하게 북산 농구부에 복귀한 정대만은 그 해의 인터하이를 불태우고 윈터컵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무사히 농구부 추천 전형으로 대학에 안착할 수 있었다. 비로소 제 2의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한 대만은 대학 진학 전에 공백기에 잃어버린 체력을 올리는데 몰두했고, 대학 리그에 입성할 즈음엔 부족했던 체력도 많이 보충하여 이제 그의 대학
* 이 글은 동물 보호나 생명의 가치를 논하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작중에 들어간 묘사는 호열이 죄책감을 가지고 백호를 밀어내는 게 보고 싶어서 가져온 장치일 뿐입니다. 픽션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어느 마을에 호랑이를 잘 잡기로 유명한 사냥꾼이 살았는데 그의 집 대들보엔 ‘바를 정(正)’ 자가 20개나 새겨져
01. 키싱 부스 “...뭔 부스?” “키싱부스(Kissing Booth)라고, 키, 싱, 부, 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호장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아니, 그게 대체 뭔데 나한테 하라는 건데?” “축제 때 판매하는 키싱부스 티켓 구매한 사람은 부스에 가서 그 안에 있는 사람하고 스킨쉽을 할 수 있는 거지.” “반에서 한 명
오늘의 전호장은 역대급 하이텐션임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환과 함께 가을체전 대표로 선발되어 훈련을 하러 가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해남에서 1학년에 주전을 꿰찬 수퍼루키이긴 했지만 설마 도내에서도 10명만 뽑히는 도내 대표로까지 선발될 줄은 몰랐다. 감독님께 선발 소식을 듣자마자 농구장에서 방방 뛰어다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린 놀러 가는 게 아
그 인간이 생을 다하면, 너는 다시 내게 종속되는 거야. 맹세할 수 있겠어? 센도? 루카와는 간만에 홀로 외출했다. 볼 일이 있어 쇼호쿠에 잠시 들렀는데 마침 장이 서는 날이어서 센도에게 줄 선물까지 사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 강의 상류에 다다르자 센도와 함께 사는 집이 보였다. 그런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루카와는
월한강청(月寒江淸) 「달빛은 차고 강물은 맑게 조용히 흐른다.」는 뜻으로, 겨울철의 달빛과 강물이 이루는 맑고 찬 정경(情景)을 이르는 말. 본디 자연이 어떠한 연유로 자아를 가지게 되면 그 자연에 속한 정령이 되는데, 정령이 된 영들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자연의 힘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를 알지 못하였고 초자연적인
비행기는 인도양 상공을 날고 있었다. 기내는 고요했고 비즈니스석에 탑승 중인 정환은 안경을 쓴 채 이번에 참석하는 학회에서 발표 예정인 논문을 미리 읽고 있었다. 그때 기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승객 중에 의사분 계시면 신속히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닥터콜이었다. 정환은 읽고 있던 논문을 덮고 눈을 찡그렸다. 사실
"앗, 대협아 미안해!" "아냐, 내가 못 봤네. 미안." 대협은 자신의 몸에 맞고 튕겨 나간 농구공을 잡으러 달려 가며 말했다. 이번 패스미스는 분명 주던 쪽의 실수였는데도 대협은 늘 상대를 타박하거나 인상 한 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떨어진 농구공을 주어 들고 가볍게 드리블하며, 연습 중인 동료들에게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능남에서 주
1. 공포물 쓰고 싶다. 엔터프라이즈에서 사람 하나씩 죽어 나가는 거. 근데 처음엔 아무도 모르다가 희생자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니까 깨닫는 거지. 후에 엔터호 전체 스캔해서 등록되지 않은 생명체 반응이 하나 나온다는 걸 알고 전원 패닉에 빠졌으면 좋겠다. 근처에 착륙할 만한 행성도 없는 우주 공간을 비행 중인데 설상가상으로 워프 코어가 고장 나서 지구로
스타플릿 규정 중엔 이런 규정이 있다. ‘탐사 중 부득이하게 장기간 함선 외부로 나가야 할 경우 함장과 부함장은 동시에 함선을 비울 수 없다.’ 쉽게 말해 외부 탐사가 길어지는 경우 함장 혹은 부함장 중 한 명은 함선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자리를 비우는 정도라면 임시 함장을 임명하고 가면 되나 길어질 경우 둘 중 하나는 남아서 함선을 지휘해야
그것은 스팍이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기이한 느낌이었다. 온몸이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 묵직했고 실내가 적정온도로 유지됨이 분명한데도 오한이 들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스팍은 뻣뻣해진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눈꺼풀 역시 무척 무거웠으나 온 신경을 눈에 집중한 덕에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스
“전 대원 탑승 완료했슴미다, 캡띤.” “워프 준비도 마쳤습니다, 캡틴.” 체코프와 술루가 연달아 보고했다. 길었던 탐사가 드디어 끝나 이제 귀환만을 앞두고 엔터프라이즈는 자신의 승무원들을 고향으로 인도할 준비를 마친 채 함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대원들의 시선이 집중 된 가운데 커크가 입을 열었다. “좋아. 먼저 다들 수고 많았다. USS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라고, 스콧은 생각했다. 제임스 커크에게 코 꿰여서 USS 엔터프라이즈에 탑승해 이렇게 제복을 입고 스타플릿에 서 있을 수 있으리라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 했다. 2년 사이에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뀐 사람은 비단 스콧 뿐만은 아니었다. 낙하산이라 불리며 은근히 멸시와 조롱을 받던 커크는 1년 전
USS 엔터프라이즈 호의 항해는 순조로웠다. 너무 평화로워서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말이다. “…술루, 레이더에 뭔가 잡히는 것 좀 없나?” “전혀 없습니다, 캡틴. 항해는 순조롭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란 거야. 지나치게 평온하니까 다들 나태해졌잖아. 체코프, 너 방금 졸았지!” “아, 아님미다! 캡띤!” “모니터에 침이나 닦고 말하지 그래?
커크는 스팍을 좋아하게 된 순간부터 이 사랑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사실을 예감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이런 문제에 부딪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커크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스팍이 과연 나를 좋아해 줄까, 하는 문제와 그가 과연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커크의 걱정은 기우였다. 커크의 단도직입적인 고백에 스팍이 망설임 없이
Past Scene 19. 시리우스는 레귤러스가 제임스를 밀치고 나가자마자 검은 개의 모습을 한 채로 주저앉았다. 곧 검은 개가 모습을 키워가더니 순식간에 검은 머리의 남자로 변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시리우스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지르며 ‘망할…!’ 이라고 짧게 내뱉었다. ‘시리우스! 너 괜찮아?’ ‘젠장, 레귤러스가 왜 여기 있었던 거지? 왜
Past Scene 17.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이렇게는…. 알아버렸다. 볼드모트가 알아버렸다. 레귤러스가 진짜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버린 것이다. 마왕은 언제든지 두 형제의 숨통을 비틀 수 있다. 그것도 가장 잔인하고 레귤러스가 두려워하는 방법으로. 내가 시리우스를 죽일 뻔했어…. 내가! 레귤러스는 정처 없이 달렸다. 곧 숨이 가빠오고 옆
Present Scene 15. 세 친구는 호그스미드 거리를 말없이 걸었다. 그들이 이렇게 조용히 가고 있다는 건 가히 드문 일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세 사람이 싸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생각에 잠겼을 뿐이었다. 심지어 론조차도 드물게 복잡한 표정으로 땅을 보며 걷고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건 헤르미온느였다. “그런데 시
Present Scene 13. “유령씨한테 매너 있다고 한 말 취소할래. 이제 보니 아주 불친절한 유령이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다니!” “나도 동감이야, 론. 이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니셜만 알려주고 가면 어쩌라는 거야.” 론과 해리는 불평을 늘어놓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그리핀도르 기숙사 휴게실 벽난로 앞 소파에서 널브러져 있
Present Scene 11. 해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오두막집 위로 보이는 이름은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셋뿐이었다. 문을 연 게 투명화 마법이나 투명해지는 물약을 먹은 마법사는 아니야. 그렇다면 역시? 탁- 문이 닫히고 소름끼치는 정적이 이어졌다. 해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
Present Scene 9.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는 호그스미드 역에서 정차했다. 해리는 신입생들을 이끌어 호수를 건널 배에 태우는 해그리드를 발견하고 그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해그리드는 해리에게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곧 해리와 두 친구는 세스트랄이 끄는 마차를 타고 호그와트에 도착했다. 연회장엔 이미 신입생 기숙사 배정식과 환영 만찬이
Present Scene 7. 해리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에 헤르미온느가 그 남자가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한 후로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자가 정말로 유령이라면 오늘 밤에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내일이면 호그와트로 가는데 아무리 유령이라도 호그와트까지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단순히
Present Scene 5.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찰박찰박 하는 물에 젖은 발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몸의 긴장을 풀고 어떻게든 악몽에서 깨어나려 손끝을 조심스럽게 움직여보았다. 빌어먹을, 몸은 조금도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럼 눈은? 해리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뜻밖에도 눈이 번쩍 떠졌다. 뭐야, 꿈에서 깨
Present Scene 3. 잠자던 해리는 익숙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순간 불길하고 오싹한 느낌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역시나 움직여지질 않았다. 또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또 그 일이 일어난 거다. 해리는 침착하게 이건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불안감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똑- 똑- 똑- 끼이익- 탁- 오, 젠장! 이건
※ 본문의 인물명 및 지명 등은 소설 ‘해리 포터’의 초판 번역을 기준으로 작성 되었습니다. ※ 소설 '해리 포터'의 중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현재 시점은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 '불의 잔'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Prologue. 언제나 북적북적한 마법사들의 마을, 다이애건 앨리의 아침은 예언자 일보를 배달하는 부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