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라나애
총 84개의 포스트
拝啓、My Dxxr 친애하는, My Dxxr 지난 2024년 10월 3일 ‘카게로우 프로젝트’로 유명한 프로듀서 ‘진(자연의 적P)’님과 일러스트레이터 ‘시즈’님의 함께 만드신 Summering이 공개되었습니다. 카게로우 프로젝트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로 깊이 애정하는 장르고, 이에 해당 장르곡이 아닐 지라도 두 분의 작품을 다시 보게 되어 정말
"왜 우리 유현이는 연애를 안 하까요?!" "으하하학! 한소장님 취했어!" 한유진은 텅 빈 술잔을 쾅 내려놓고는 그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을 토해냈다. 술기운에 못 이겨 테이블에 엎어진 한유진에 문현아는 자지러질 듯이 웃으며 그 맞은편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쾅쾅. 그가 웃느라 두드린 테이블이 약간 움푹하게 들어갔다. 아, 간만에 술기운 돌았더니 조절을
케일이 또 쓰러졌다. 온은 울거나 놀라는 대신 그저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으니. 이 사실이 오히려 케일이 쓰러진 것보다 더 슬펐다. 아주 익숙하게 케일을 받고, 눕히고, 살피고,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 틈으로 온은 다른 두 동생과 함께 걸어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평균 9세들은 케일이 누워있는 침대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케일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맞지도 않는 더러운 신발이 벗고, 비도 막아주지 못하는 우산을 던지고 나 홀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그런 어른이. 제대로 된 방도 없는 빌어먹을 집 한구석에 쪼그려 앉아 몇 날 며칠이고 그러한 소원을 빌었다. 어른이 되는 그날만 오면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리고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날이 빨리 찾아왔다
"안 자는 건가." 문득 날아든 목소리에 알베르는 서류에 박았던 고개를 들었다. 대체 언제 해가 진 건지 캄캄한 방 안, 창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으로 에르하벤의 금발이 반짝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시계를 보지 않아도 늦은 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건너편 소파에서 함께 일을 하던 타샤는 언제부터인가 그 좁은 소파에 몸을 구겨 넣고 자고 있었다. 계속 글
저 먼 하늘 위로 비행기 하나가 날아가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흔적도 없이 고요하게 붉은 노을빛이 진 하늘에서 푸른 기가 남아있는 하늘로 넘어간다. 놀이터 그네에 오도카니 앉아있던 한유현은 고개를 들어 그것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멍하니 흘러가는 비행기를 보고 있자니 불현듯 제 부모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어딜 간다든지, 언제 돌아온다든지 그런 말 하나 없
"유진군은 술 좋아하나?" "술이요?" 뜬금없는 질문에 한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성현제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목이 뻐근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거리감에 구태여 뭐라 하지는 않았다. 까만 눈동자가 별말 없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금안을 품은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방금까지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성현제는 한유진과 시선을 맞추며
악몽을 꾸었다. 유현이, 네가 나오는 꿈이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고, 뺨을 감싸고, 형이라며 나직하게 불렀다. 25살의 얼굴로. 꿈이라는 것을 알아도 나는 너를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못한 채 뻣뻣하게 서 있었다. 끌어안기에는 그 추운 곳에 두고 온 진짜 네가 생각나서였고, 밀어내기에는 날 보고 웃는 네가 너무나도 어여뻤다. 회귀 전, 그렇게 웃는 네
※ 유의사항 - 서머타임 레코드 이후, 루프가 끝난 시점 - 하루카, 타카네 동거하고 있다는 전제 8월 말, 시기를 놓친 태풍 하나가 뒤늦게 찾아왔다. 벌써 3일째. 바람도 센 탓에 밖에도 못 나가고 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루카와 그의 동거인은 실내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시한폭탄 같은 몸을 가진 그들에게 바깥은 위험하기만 했으니까. 연신 비
조용한 숲속에 발을 끌며 걷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새도, 동물들도, 심지어 벌레들까지 그 발걸음의 주인에게 겁을 먹고 숨을 죽이고 있었으나, 정작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 점차 느려지는 속도에 따라 푸르른 풀잎 위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이 점점 큰 원을 그렸다. 비틀거리는 몸은 몇 번을 더 휘청거리다가 결국 붉은 웅덩이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쵸로마츠는 그저 새파랗기만 한 하늘을 올려다보다 눈부신 태양 빛에 눈을 찌푸렸다. 아직 여름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시기지만, 기온만큼은 여름이라 해도 믿을만한 5월의 어느 날. 쵸로마츠는 얼음을 넣은 컵에 보리차를 부었다. 위로 동동 떠 오른 얼음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금이 쩍쩍 갈라졌다. 오늘은 몇 분 만에 오려나. 5
"하아..." 쵸로마츠는 걷다가 말고 안경을 벗고선 제 눈가를 꾹꾹 눌렀다. 일할 때는 몰랐는데 온몸이 뻐근했다. 움직일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나는 목을 주무르며 쵸로마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맡은 아이돌, 하시모토 냐의 첫번째 TV 고정 프로그램 촬영이 끝났다. 항상 게스트로만 참가하다가 고정 출연진이 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냐쨩에게는 큰 찬스였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미도리토는 봄 햇살을 받으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추웠던 겨울과 매서웠던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하얀 눈이 한가득 쌓여있던 미도리토가의 정원도 푸르른 잎이 돋아나고 몇몇은 이미 꽃망울을 터트린 후였다. 조금씩 여러 색채로 물들어가고 있는 정원을 보며 쵸로스케는 살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시선이 정원에 있
※그랜드체이스 for kakao 대사 일부 인용 휘영청 밝은 달이 오늘따라 시리도록 푸르다. 한숨을 내쉬고 숨을 다시 들이켜면 차디찬 밤공기가 폐 속을 가득 채운다. 혼자 나무 위에 앉아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정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주변이 조용하면 내면의 소리가 더 크게 울린다. 「약해빠졌군요.」 비수를 꽂든 예리했던 그 말. 다시 생각해봐
창문으로 들어오는 볕이 따스하다. 이치마츠는 창가에 누워있는 고양이와 함께 햇살을 쬐며 머그컵을 만지작거렸다.. 들고 있던 머그컵에 든 커피는 이제 식었는지 김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치마츠는 두어번 후후 불고 나서야 커피를 홀짝였다. 조용한 양호실을 감싸는 봄 햇살과 커피 한 잔. 여유로운 한 때에 이치마츠는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티
하늘에 떠있는 구체가 점점 커진다. 도망가지 않으면 큰일난다. 모두 본능에 따라 달아날 때 단 한 사람만이 그 아래에 서있었다. 쵸로마츠. 목이 바짝 말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쵸로마츠는 그 어떤 위험도 느끼지 못한 건지 멍하게 자신의 자의식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에선 어떤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공허했고, 허무했다. 높이 떠있던 자의식이 쵸로마츠를 향해
#트친_연성_내_스타일로_리메이크하기 이코님 연성 보고 작성 아카츠카 고등학교 60회 문화제날. 평소엔 수업으로 조용해야할 학교가 시끌시끌하다. 교문은 학생들이 몇날며칠 공들여가며 꾸민 아치가 세워져있고, 학교 건물로 향하는 길목에는 각 반에서 만든 입간판이 수두룩하게 세워져 있다.건물 안도 마치 전시관인 것처럼 각 반의 테마에 맞춰 개성있게 꾸며져 있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어느 TV 방송에서는 유통기한이 2~3년 정도라고 했다. 사랑의 호르몬인가 뭔가의 수명이 그 정도라면서. 호르몬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오소마츠형과 사귄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오소마츠형과 사귀게 된 게 마냥 좋고 행복했다. 동성에 근친에
전편 [오소쵸로]꽃이 지고 피는 순간 "오늘 날씨 참 좋다. 그치? 쵸로스케." 빙긋이 웃으며 오소마츠는 비석을 쓸었다. 맨질맨질한 돌 표면은 햇살에 달궈져서 적당히 따뜻했다. 오소마츠는 쪼그려 앉아 비석과 마주 보았다. 마치 쵸로스케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비석에 새겨진 쵸로스케의 이름을 덧그렸다. 정말 사랑했다. 사랑한 만큼
이코님 썰 기반 작성 "운이 좋았죠." 어떻게 아이돌로 데뷔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어는 한 번 웃고는 그렇지 않다며 멋진 아이돌이라고 나를 칭찬해주었지만 멋쩍은 웃음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멋진 아이돌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떨렸다. 아이돌을 존경하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 노력한 건 맞다. 그러나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나에게 꽃을 바치던 가문이 있었다. 차라리 먹을 거나 달라며 짓궂은 짓도 해보았지만, 오히려 더 정성껏 꽃을 바치길래 그만둔 것도 벌써 몇백 년 전. 아마 오늘도 어김없이 신사에는 이름 모를 꽃이 올라올 것이었다. 딱히 꽃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굳이 좋다, 싫다 중 하나를 고르자면 싫어하는 쪽이기는 했지만.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나
"Trick and Treat!" 밑도 끝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와 해맑게 웃는 오소마츠를 보며 쵸로마츠는 그저 눈을 깜빡였다. 장난기로 가득한 입에는 뾰족한 송곳니가 덧보이고, 평소에 입던 붉은 후드 대신 안은 붉고 겉은 검은 망토가 그의 목에 둘러져있었다. 붉은 리본은 한 쪽만 길게 늘어진 채 덜렁거리고 있고, 마찬가지로 붉은 셔츠 안에 자리한 새하얀
전편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上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中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下 "네, 이걸로 프루티의 오소마츠씨와 시트러스의 쵸로마츠씨의 총정리 영상을 살펴봤는데 두 분 기분 어떠신가요?" MC의 상큼한 멘트와 함께 카메라가 우리 쪽으로 향한다. MC들과 우리와 같은 출연진들 역시 몸을 틀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집처럼 아늑
전편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上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中 얇게 눈꺼풀을 덮는 빛에 느리게 눈을 떴다. 낯선 천장에 잠시 여기가 어딘가 혼란스러운 사이 카메라의 빨간 불빛과 눈이 마주쳤다. 맞다. 촬영 일정 때문에 어제는 여기서 잤지. 그렇다면 내 뒤에 있는 건... 갑자기 등에 닿는 온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뻣뻣한 고개를 겨우 돌려 뒤를
전편 [오소쵸로]동경, 선망, 애정 上 "미치겠다..." 오랜만에 코디가 준비한 옷이 아닌 편한 후드 차림으로 탁자 위에 널부러졌다. 데뷔 후 첫 쉬는 날이지만 신나기 보다는 지쳐서 움직일 기력도 없다.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에서 시트러스나 프루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내가 싫다. 살짝 눈동자만 올려 TV를 보면 아니나 다를까 생글생글 웃
※유의사항 - 아이돌 오소쵸로 - 프루티 오소X시트러스 쵸로 - 시트러스(쵸로마츠, 쥬시마츠) 이외에는 남남 - 새잎마츠 비중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형제애입니다. 그는 빛나고 있었다. 끝도 없이 넓은 무대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서. 아니, 오히려 그 작은 몸으로 그곳을 압도하고 있었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매혹적인 목
노래 소리가 들렸다. 나직하고 어설픈 멜로디가 가을 바람을 타고서. 아무도 없는 학교에 울린 노래는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신비로운 기분이 들었다. 미성에 이끌려 마츠노 오소마츠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소리에 선명히 색이 입혀진다. 하얀 색 교실문을 앞에 두고 오소마츠는 멈추어섰다. 당장 문을 열어 누가 노래를 부르고 싶
"어이, 오소마츠." "우으..." "야, 임마! 안 일어나냐, 쨔샤!" "뭐야, 치비타~ 손님한테." "손님은 얼어 죽을. 네 놈은 웬수야, 웬수! 취했으면 주정 떨지 말고 집에 가서 곱게 자라?" "진짜 너무하네..." 바닥에 잔잔하게 남은 맥주병을 끌어안고 엎드러졌다. 어묵 냄새를 듬뿍 머금은 열기와 칙칙한 한숨이 내 머리를 덮는다. 일부러 모른 척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그건 용서받지 못할 마음을 품은 나에게 있어선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오소마츠형이 나를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떠올리면 설렘과 죄악감에 심장이 옥죄어왔으니까. 동성에 형제에 같은 얼굴. 그런 사람에게 사랑을 품는 것은 아마도 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약 70억명이 사는 지구에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반하고 마음을 서로 나눌 확률. 계산은 안 해봤어도 두 사람이 만난다는 기본 전제부터 확률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다는 건 잘 알겠다. 그렇다면 저 문장에 '그 사랑은 여섯 쌍둥이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조건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의
"아쿠아리움?" "응! 아쿠아리움! 이벤트로 할인권 받았다고!" "무료 입장도 아니고 할인권? 돈이 어디있다고." "아, 거참 비싸게 구네." 쵸로마츠는 기가 찬다는듯이 콧방귀를 끼었다. 눈 앞에 대놓고 아쿠아리움 할인권을 흔들어도 쵸로마츠는 구인 잡지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떼를 써봐도 쵸로마츠는 미동이 없다. 하는 수 없지. 나는 잠시 할인권을 내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나?" 별 일이네. 유난히 조용한 집 안에 들어서며 쵸로마츠가 중얼거렸다. 6명 모두 백수이다보니 집 안에 아무도 없는 일은 상당히 드믈었다. 쵸로마츠를 제외한 형제들이 열쇠를 안 들고 다닐 정도로. 열쇠를 꺼낼 필요도 없이 스르륵 열린 문을 떠올리며 쵸로마츠는 짧게 혀를 찼다. 벗어놓은 신발을 정리하려던 쵸로마츠의 손이 잠
전편 [오소쵸로]Expressivo ※육둥이 모두 남남+동갑. 형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봄이 가려면 날짜 상으로는 아직 남았건만 햇살이 제법 뜨겁다. 한 손으로 해를 가리며 몸을 뒤로 물려 나무 그늘 아래로 숨었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에 내 손에 초록빛이 내려온다. 눈을 두어번 깜빡고는 손목시계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1시 27분.
※육둥이 모두 남남+동갑. 형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방 안을 가득히 채운다. 큰 손이 바이올린 케이스를 쓸어내리면 먼지가 날아올라 공기 중에 부유했다. 내가 차향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테이블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으면 삼촌은 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이내 햇살을 등에 업은 삼촌이 바이올린 활을 잡고 눈을 감은 채 숨을 짧게
집 안이 조용하다. 개미 한 마리의 발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그곳에서 너는 웅크리고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에 나즈막한 저녁 노을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같은 집 안에 있는데도 이 문지방 하나로 나와 너의 세계가 끊어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차마 네가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차마 무슨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결국 너와
기존 연성 [오소쵸로]선생님과 나 [오소쵸로]나와 선생님 [오소쵸로]나와 당신 #1 반장과 나 "선생님, 채점 다 했어요." 짜증을 가까스로 억누른 목소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경마 신문을 들추었다. 시험지 뭉치를 들고 서 있는 우리 반장은 불평불만을 얼굴로 다 말하고 있었다. 제 딴에는 참는 거겠지만 결국 다 얼굴에 드러나 버리는 점이 귀엽다. 나는
탁. 바둑판 위에 바둑알이 올라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검고 흰 바둑돌이 점차 바둑판을 채워갈 수록 나도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든다. 학생들이 오가는 복도지만 소란스러운 대화도, 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신경을 잡아끄는 건 오직 흑과 백뿐. 이 명명백백한 바둑판위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내 고민이
쵸로마츠랑 싸웠다. 이유는 터무니 없다. 내가 쵸로마츠를 '내 아내~'라고 부르며 다른 애들 앞에서 스킨쉽을 해댔기 때문이다. "진짜 왜?!" 우리 사귀고 있잖? 다른 애들도 그걸 알고 있잖?? 그런데 왜 스킨쉽 못 하게 하는 건데!!! 아무리 찡찡거려봐도 들어주길 상대는 내 곁에 없다. 알면서도 분에 벅차 한참을 더 버둥거리다가 결국은 제 풀에 지쳐
전편 [오소쵸로]선생님과 나 [오소쵸로]나와 선생님 기껏 병문안 간 것도 무색하게 오소마츠 선생님은 하루를 더 결석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차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머리도 복잡하고 그래서인지 영 기운이 없다. 선생님이 오셨으니 내가 대신 조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돌리며. 엎드려 있으니 누군가가 머리에
전편 [오소쵸로]선생님과 나 "선생님은 또 지각이신가..." 선생이 지각이라니 참 웃길 노릇이다. 더 웃긴 건 나도, 반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겠지만. 예비종이 울려도 시끌벅적한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전달사항을 간단히 말했다. 어느 누구도 선생님은 언제 오시는지 묻지 않고 그냥 내 말에 알겠다고만 대답했다. 교탁에서 자리로 돌아가고
"선생님, 채점 다 했어요." 목구멍까지 솟구처오르는 욕지거리를 꾸역꾸역 삼켜내고 일부러 소리나게 시험지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제서야 뒤집어 쓰고 있던 경마 신문을 치운 선생님은 날 보면 능청스레 웃으셨다. "오~ 역시 빠르네. 수고했어, 반장." "앞으론 이런 거 시키지 좀 마세요. 채점은 선생님이 하셔야죠." "미안, 미안~ 양이 꽤 많다보니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흔들린다. 시끄러운 소리도, 흔들림도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어올 리는 것은 벅찼다. 수마와 소란스러움을 저울질하며 꿈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 하던 나는 결국 큰 반동과 함께 몸이 튀어오르고 나서야 눈을 떴다. 뜨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불빛에 다시 눈을 감아버렸지만. "일어났어?" 익숙한 목소리. 그렇지만 이런 시간
전편 [오소쵸로]너만의 이야기 上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 네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이 대화는 두 사람만의 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쵸로마츠가 들고 다니던 크고 두꺼운 책은 어느 새인가 그저 소지품으로 전락해버렸다. 가족들의 이야기, 오빠와 동생들의 이야기,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 이야기, 돈을 벌기 위해 상인단에 들어간 이
사막에서는 모든 것이 귀하다. 물도, 식량도, 그리고 왕가의 자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태양의 저주를 받은 땅에 힘겹게 나라를 세웠건만 왕가는 자신들의 대가 끊길까 늘 전전긍긍했다. 백성들은 백성들대로 통치자가 없어지면 질서를 잃고 내란이 일어날까 늘 불안해했다. 모든 왕족과 백성이 바라고 바란 결과일까, 드디어 왕자가 태어났다. 사막에 단비가 내린 것과 같
"아." 무심코 튀어나간 말이 비에 산산히 부서져간다. 침묵 속을 빗소리가 가득 메운다. 반듯하게 세운 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을 끌며 쵸로마츠 옆에 섰다. 눈동자를 굴려 올려다본 옆 얼굴은 턱선이 날카롭게 이어져 깔끔하기 그지 없었다. "비 오네." "그러네." 대화답지도 않은 짧은 대화가 끊기고 또 빗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운다. 나란히 서서
하얀 입김이 공중에 퍼졌다가 사라진다. 그게 재미있는지 쵸로마츠는 몇 번 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새하얗게 퍼지는 하얀 입김과 마른 몸을 덮으며 흘러내린 하얀 옷자락이 꽁꽁 언 연못 표면에 흐릿하게 비쳤다. 밤새 잠깐 내린 싸라기눈을 발로 살살 밀어내며 여신은 설핏 웃었다. 겨울이네. 금방 녹아 없어질 게 뻔했지만 점점 눈 보기가 귀해지고 있는 요즘에 이
※차원의 도서관 챕터 1 '하얀 마법사' 기반 연성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플레이 하지 않으신 분들은 보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 ※해당 콘텐츠(하얀 마법사)의 대사 및 문장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꿈을 꾸었다. 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내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을 보았다. 드넓은 들판엔 푸르른 풀과 꽃으로 생명력이 넘치고, 그 위를 어째서인지 적개심이
전편 [오소쵸로]사랑은 달콤하다 손에 땀이 찬다. 나는 들고 있던 상자를 잠시 내려놓고 손수건을 꺼내 양 손을 닦았다. 얼굴에서도 땀이 나는 건 아닐까? 스쳐지나간 생각에 가방 속에서 굳어버린 거울을 찾아냈다. 얼굴을 살피며 씩 웃어봤다. 내가 봐도 웃는 게 참 어색하다. 그치만 긴장되는 걸 어떻게 해. 나는 눈 앞에 있는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40
힘들다. 며칠 내내 말이 안통하는 회사와의 거래를 진행하다 겨우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기쁘기는 커녕 허망하기만 하다. 이래저래 조건을 따지더니만 결국은 처음 조건대로 거래가 이루졌을 때의 기분이란... 이젠 화도 안난다. 빨리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크게 들이키고 침대에 두 팔, 두 발 뻗고 얼른 자고 싶다. 역에서 빠져나와 구두를 질질 끌며 걷고 있는데
혜성이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정확히 우리 마을을 향해서. 귀를 찢는듯한 폭음과 눈이 녹아내릴 것 같은 빛에 마을 사람들 모두 눈과 귀를 막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엔 이미 우리 마을은 사라진 뒤였다. 모두가 굳어있을 때 아빠는 내 어깨를 붙잡으며 대체 어떻게 알았냐고 따져물으셨다. 그에 나는 딱 한 마디밖에 할 수가 없었다. "누가 알려줬어요." 그게
[쿠로오님이 츠키시마님, 보쿠토님, 아카아시님을 초대하였습니다] 쿠로오 : 츳키!!!! 보쿠토 : 헤이, 헤이, 헤이 츳키—!!!!!! 쿠로오 : 츳키 츳키!!!! 보쿠토 : 츠읏키—!!!!!! 쿠로오 : 츳키!!!!! 보쿠토 : 츳키!!!!!! 쿠로오 : 엇, 우리 방금 똑같이 보냈다 보쿠토 : 오오오 그렇네! 아카아시 : 보쿠토상의 느낌표가 하나 더
"헤이, 헤이, 헤-이! 밥 먹으러 가자!" "넵! 수고하셨습니다─!" "치비쨩은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구먼." "뭐, 체력 바보니까요." "뭐라고, 츠키시마!!!" "다들 돌아가면 수분 보충 제대로 하세요. 히나타, 츠키시마 너희도." 야단법석 소란을 피우며 나가는 네 사람에게 한 마디 하며 아카아시는 체육관 문을 닫았다. 육중한 철문이 크기에 걸맞은 소
부양조/보류조로 나뉘어 살고 있다는 전제 하입니다. 머신에서 두 줄기의 에스프레소가 내려오자 금새 씁쓸하고도 그윽한 원두향이 퍼져나갔다. 그 커피향을 맡는 둥 안맡는 둥 하며 마츠노 토도마츠는 메뉴얼대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 개월 전, 스타버에서 알바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이 곳 카페에서 알바한지 이 주일도 채 되지 않았으면서 매우 익숙해보였다.
「전철이 곧 도착하오니 승객분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방송과는 다르게 우르르 철로쪽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틈에 얼른 끼어들었다. 누군가가 내 발을 밟고, 나 또한 누군가의 발을 밟지만 입을 악 다문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전철을 놓치면 지각이다. 빠르게 도착한 전철이 느리게 문을 연다. 이미 타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데도 이만큼의 사람이
"아, 비 온다." 곤란하네, 작게 중얼거렸다. 일기 예보를 보지 않은 데다 가볍게 빠칭코를 할 셈이었기에 나에게 우산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뒤에선 수십개의 빠칭코 기계가 유혹하듯이 색색의 빛을 뽑내며 경쾌한 소리를 울리고 있다. 비가 그칠 때까지 몇 판 더 하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수중엔 돈이 거의 없었다. 저 기계들에게 돈을 다 따여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