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匿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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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찾아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간절한 마음은 때로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거꾸로 아무 의미 없는 행동 하나가 끔찍한 사건을 불러온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너무 슬퍼 마십시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결코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당신은 아마 높은 확률로 영화관에 계셨을 겁니다. 영화가 너무 지루했거나 지난날의 일정이 너무
여름은 변덕스럽다. 비가 온다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도 없건만 빗물이 자꾸 양말을 적시는 계절이었다. 이즈음의 일기 예보는 믿을 게 못 됐다. 갑작스런 비 탓에 싸구려 비닐우산이 집 현관에 하나둘 쌓였다. 돈이 아까웠다. 그럴 바에 매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게 마음이 편했다. 에나는 어떨까? 모르겠다.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린다. 손길이 제법
명일방주 총웨 X 여박사 지인과의 연성 교환으로 작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괜히 제 방을 둘러본다.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평소에도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으나 오늘은 유난히 더 엉망이었다. 평범한 연구 문서는 물론이거니와 로도스 아일랜드사(社)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까지 책상 위에서 마구잡이로 구르고 있었다. 그것 뿐이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
영화감독이라고 해서 꼭 영화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삶 자체가 허상이다. 관객이 아니라 만드는 축을 담당하는 인간은 그런 것에 관해 다소 비관적으로 굴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삶이라고 전부 아름답거나 감동적이지는 않다. 현실이 그렇듯 영화도 매 순간 해피엔딩을 맞을 수는 없다. 영화 같은 삶, 영화 같은 사랑……. 그것이 다 무엇이란
남매 근친 사별 소재 사후 세계를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종교적 의미가 아니었다. 그저 아주 막연한 것이었다. 내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 그 수치를 가늠하고 낮게 수군거리는 사람들. 나를 호명하는 이. 그 뒤로 천국과 지옥의 입구로 보이는 두 개의 문이 자리한다. 곧 선고가 떨어진다. 당신은 저쪽으로 가십시오. 지옥의 아가리가 쩍 벌어진다. 나는
마비노기 멀린 드림 커미션 멀린 X 스텔라 선택은 불쾌하다. 정확히는 무언가를 골라야 하는 행위 그 자체보다 상황 쪽이 그러했다. 얼핏 보아서는 퍽 자비로운 선택지를 내민 듯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니까, 결코 강요가 아님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태도 쪽이. 물론 이 공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 태도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
마비노기 멀린 드림 커미션 멀린 X 스텔라 밀레시안은 구태여 잘 필요가 없다. 그들은 잠들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 죽어가는 밀레시안이라니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허나 멀린은 제 눈앞의 광경을 인정해야만 했다. 스텔라는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려 며칠째 애쓰고 있다. 눈가가 퀭해 보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스텔라가 눈
감독님 부산 무대 인사에서의 발언이 기뻐서 정말 가볍게 썼습니다. 제목은 아라이 유미의 곡, 마녀 배달부 키키 삽입곡이자 세리자와 플레이리스트 중 하나인 <루즈의 전언> 에서. 이와토 타마키는 꿈을 그렇게 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꿈속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감각은 옅게 몸에 남아 있으나 꿈에서 마주한 풍경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꿈
불투명한 창 너머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세리자와 토모야는 언제 어디서든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평소였다면 그 창을 두드리며 여자가 이쪽을 바라보게 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날이, 아니었다. 세리자와는 이따금 눈치 없는 척 굴곤 했으나 정말로 그런 건 아니었다. 남자는 무언의 각
소타스즈 암시 있음 소설판 묘사 포함 세리자와 토모야는 오늘도 누군가의 가디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제 손에 들린 얇은 라일락색 가디건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의 착잡한 마음을 모르는 듯 손에 달라붙은 천은 부드러웠다. 멀리서 가디건의 주인이 천천히 걸어온다. 세리자와는 자연스레 어쩔 수
2023년 3월 발매된 꿈왕국 히메른 앤솔로지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 참가했던 작품입니다. 공개가 가능한 시기가 되어 업로드합니다. 드라이 After Story 달각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After Story 해각에서의 정보도 등장합니다. 드라이 After Story를 읽지 않고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벌써 며
서정체님 타로 커미션 기반 경찰 민폐 X 마피아 혜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응, 들어 와. 가볍게 대꾸하고 나면 문이 거리낌 없이 열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익숙한 사람이었다.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일한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어쩌다가 보스의 자리까지 올랐는지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이제는
2023년 7월 프로젝트 문 사상 검증 및 직원 부당 해고 문제 발생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프로젝트 문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단순 백업을 위해 업로드합니다. 2023년 진행된 프로젝트 문 오프라인 배포전 <도시의 밤, 안전유희동호회 2회>에서 판매한 책입니다. 필립과 유나가 사귀게 되는 IF입니다. 외전은 실물책 한정으로 수록되어
여전히 사방에서 가는 모래 입자가 잔뜩 섞인 바람이 분다.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모래가 공기의 빈자리를 채운다. 우리는 사막의 구석에서 그저 살아갈 뿐이다. 살아남은 채로. 감히 우리, 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그게 행운임을 안다.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는 놀라지 않는다. 나
<혈계전선> 스티븐 A 스타페이즈 X 체인 스메라기 커미션 이따금 좋지 않은 일은 좋은 일 사이로 고개를 들이민다. 이게 아닌가. 좋지 않은 일들은 연속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이것도 아닌가. 체인은, 선명해진 의식 사이로 생각을 겨우 정리했다. 완벽한 정리는 아니었다. 의식의 서랍 속에 엉망이 된 사고를 겨우 구겨 넣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체인 스메
2023년 7월 프로젝트 문 사상 검증 및 직원 부당 해고 문제 발생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프로젝트 문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단순 백업을 위해 업로드합니다. 프로젝트 문 비공식 할로윈 합작 <재회의 밤> 참가작입니다.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엔딩 스포일러 있음 V사 둥지에서는 온종일 탄내가 났다. 무언가를 태울 때 나는 향
눈을 뜬다. 왠지 이상하다. 분명 칼에 맞았던 것 같은데……. 병원인가? 손을 뻗어 보면 딱딱한 것이 닿는다. 여기는 병원이 아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병원은커녕,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관이다. 추측형이 아니다. 식은땀이 흘렀다. 뚜껑으로 추정되는 것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겠지. 그 누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리라고 생각하
<꿈왕국과 잠자는 100명의 왕자님> 토르x히메 커미션 “토르 왕자님!” “무슨 일이야.” “그게, 트로이메아의 공주님께서…….” 남자는 그 순간을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한다. 언제나처럼 묠니르를 휘두르며 훈련을 거듭하고 있던 그때. 차갑게 식어가는 체온. 제 손에서 빠져나가는 망치. 낯설지 않은 타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보이지
<꿈왕국과 잠자는 100명의 왕자님> 슈텔x히메 커미션 사망 소재 주의 메테오벨의 왕자는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되새기기만 했던 유년기처럼 슈텔은 침대에 누워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트로이메아의 공주, 유메의 장례식으로부터 딱 3일이 지난 참이었다. 장례를 치르기 전에도 그랬으나 정말로 그녀
<Library of Ruina> 필립의 과거 날조 커미션 2023년 7월 프로젝트 문 사상 검증 및 직원 부당 해고 문제 발생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프로젝트 문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단순 백업을 위해 업로드합니다. 둥지마다 문화와 관습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둥지를 구성하는 깃털마다 각각 다르게 내려져 오는 전승이나 전통 같
이느티님의 CoC 타이만 시나리오 <우주해> 엔딩 이후 로그 비가 끝도 없이 내리고 있다. 언젠가를 떠올리게 하는 지독한 날씨였다. 장마철은 기분 나쁘다. 기분 나쁜 것보다도 몸이, 아팠다. 정확히는 마야를 내 손으로 추락시킨 날 잃어버린 왼쪽 다리가 아팠다. 려는 환상통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아픈 건 아픈 거였다. 비만 오면 신경이 마구 곤두선다.
남매 근친 마지막 아키토와 에나의 대화는 키에님 (@AkitoS2Ena)의 멘션에서 착안했습니다. 연성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나가 시노노메 에나로 돌아왔다. 각종 이혼 절차는 결혼 절차보다 훨씬 복잡했다. 둘이 하나가 되는 것보다는 하나가 둘이 되는 일이 더 어려운 법이다. 시노노메 남매가 각자로 한 차례 분리될 때 그러했듯이. 에나의 이름 앞에
엄마. 우리 사키, 무슨 일이니? 사랑이 뭐예요? 사랑이란 건 말이야……. 바로 눈이 떠졌다.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 오른다. 호흡이 가빠진다. 아득한 먼 옛날의 꿈이 목을 졸랐다. 아빠가 살아 있고, 엄마가 살아 있고. 세계는 스러지지 않았으며, 그 모든 것에 앞서 내가 그 애를 만나기 전이었던 시기의 덧없는 꿈.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 돌이켜보기에는
시즈루 토아 X 호시노 아카리 <녹아들어 포말로써 하나가 될> 후일담 수면 아래의 세계는 보이지 않는 거울 저편의 세상처럼 멀고, 또 아득하게 아름다웠다. 수면을 통과하여 해저에 아롱아롱 닿는 빛은 지상에서보다 훨씬 눈부셨다. 시시각각 변하는 오묘한 색채를 띠는 세상이다. 희끄무레한 푸른 빛이기도 했고 노을을 받아 타오르는 빛을 띠기도 했다. 땅 위에
이느티님의 CoC 타이만 시나리오 <우주해> 사전 로그 세계는 두 차례나 스러졌다. 믿어지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게는 처음 직면하는 멸망이었다. 미우라는, 유독 침착했다. 그 애에게 있어서는 이미 겪었던 것이기에 그러할까. 심장이 든 병을 끌어안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나는 그 애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무서웠다. 끝도 없이 내리던 비 탓에
별은 움직이지 않는다.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지구의 자전 탓에 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별은 변하지 않고, 인간에게 있어서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스러질 때조차 아름답게. 내게는 그 애가 그러했다. 별이었다. 늘 찬란하게 빛나면서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영원을 살아가는 것은 내가 되겠지. 그것조차 그 애로부터 나눠 받은 것
2023년 7월 프로젝트 문 사상 검증 및 직원 부당 해고 문제 발생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프로젝트 문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단순 백업을 위해 업로드합니다. 필립→유나. 새벽 사무소 접대 이전 (+불완전한 우는 아이의 책장 이전) 을 상정했습니다. LoR 리우 협회 2과 접대 이후/엔딩을 보기 전에 쓴 글이기에 일부 공식 설정과 맞
2023년 7월 프로젝트 문 사상 검증 및 직원 부당 해고 문제 발생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프로젝트 문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단순 백업을 위해 업로드합니다. 네짜호드보다는 지오미셸에 가까운 서술 네짜흐, 호드 코어억제까지의 스토리 스포일러 有 지오반니→카르멘 암시 有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 플레이 전에 작성한 글이기에 일부 공식 설
2021년 주술회전 헤테로 합작 참가 작품 8, 9권 스포일러 있음 오키나와의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했다. 섬나라 특유의 지독한 열기가 전신을 감쌌다. 도쿄와 별반 다를 게 없으리라고 여겼으나 공항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비교도 되지 않는 텁텁한 공기가 입을 막았다. 숨이 막혔다. 하늘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랬다. 그것을 비추는 수면도 마찬가지였다. 위도
의식이 물에 던져 넣은 발포 비타민마냥 녹아 내렸다. 어딘가에서 소리가 났다. 그것이 내 귓가에서 웅웅거리는 환청인지 아니면 정말로 누군가가 내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를 구분 지을 수 없었다. 무엇이 타자이고 무엇이 나인지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어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는데, 그 이름이 나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도통 알 수가
Golden Ocean의 어떤 선택 "너 같은 건 처음부터 필요도 없었어" 에서 파생 열차를 가득 메운 공기는 더 이상 건조하지 않았다. 덥고, 습하고 축축한 입자가 몸을 감쌌다. 사방에서 시체가 썩어들어가며 풍기는 묘한 냄새가 났다. 나는 이 냄새를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사막을 헤매며 숱하게 맡은 것이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내장이 역했다
2021년 통판을 통해 판매했던 책입니다. 현재는 상시 웹 공개 중입니다. 다만, 책에 수록된 외전은 따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드라이 통상 해각 이후의 시간선이나 달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애프터 스토리를 읽기 전 마감한 책입니다. 이벤트 <시계가 전한 메세지> 에 언급된 시간의 나라 설정을 일부 차용했습니다. 직접적인 묘사는 없으나, 성애적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건으로 부상한 사상 검증 문제 이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메이플스토리 장르 창작 및 소비 없습니다. 남매 근친, 사망 소재. <호텔 아르크스> 업데이트 이전에 작성된 글. 제목은 필립 K. 딕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따왔습니다. 세냐 앵글러는 꿈을 꿔본 적이 없다. 당연한 명제였다. 꿈은
CoC 팬메이드 타이만 한서님의 <Golden Ocean> 이후, 이느티님의 <우주해> 이전의 두 사람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시나리오 <Golden Ocean> <우주해>의 개요에서 열람 가능한 정보가 일부 반영되어 있으나 시나리오의 직접적인 스포일러 요소는 없습니다. 창밖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문 위를 장식한 얇은 천 위로 빗물이 고이
노을이 부서져 구름과 구름 사이의 빈틈을 메우듯 쏟아졌다. 창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열린 틈새로 들어온 노을은 커튼도 무시하고 교실을 채웠다. 얇은 커튼도, 나무로 된 바닥도 온통 노을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교실은 조용하고 또 시끄러웠다. 남은 사람은 오직 나와 그 애뿐이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남기고 간 허물에서는 북적이는 소리가 났다. 남은 흔적만 봐도
슈가슈가룬AU 인간 테오도르 X 마녀 클레리아 “클레리아.” 교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수많은 웅얼거림 사이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 하나만이 선명했다. 고개를 들면 그것의 주인은 이미 눈앞에 와있었다. 어딘가 세 번째 계절을 닮은 소년. 나는 그를 안다. 반장이다. 내가 전학이라는 형태를 빌려 이 학교에 다니게 된 지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났으므로 그를
CoC 타이만 시나리오 유리행성 2부작 <이데아의 유리행성> , <므네모시네 강변의 붉은 꽃>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탐사 예정이 있으시다면 열람을 가급적 피해주세요. <므네모시네 강변의 붉은 꽃> 특정 엔딩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이 끝났다. 너무 길었다. 7년에 걸친 전쟁은 결국 우라노스 교단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결코 쉬운 싸움은 아니었다. 많은
CoC 타이만 시나리오 <Golden Ocean>의 엔딩 및 과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플레이 예정이 있으시다면 열람 시 주의해주세요. 트위터 해쉬태그 #트친이_주는_첫문장으로_글쓰기로 쓴 글입니다. @cokakain_0708님 감사합니다! 이것이 멸망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걸 받아들인 날은 언제였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멸망이 아니다. 멸망
CoC 타이만 시나리오 <Golden Ocean>의 엔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플레이 예정이 있으시다면 열람 시 주의해주세요. 오늘도 세계는 변함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 사이로 금빛 모래 입자가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 이질적인 느낌만이 먼 옛날 이곳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온라인 히메른 쁘띠 교류회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성이었다. 크로포드의 무너진 성. 성벽은 먼지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눈은 그 흔적과 섞여 탁한 색을 낳았다.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어딘가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사람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더 그랬다. 성은 단절된 세계에 속한 유일한 존재처
네가 웃는다. 너의 그 모습 뒤에서 아이들 소리가 흩어지다가 곧 사라진다. 바람이 불자 꽃잎이 흩어진다. 그것을 따라 네 머리카락도 움직인다. 잘 짜인 서커스처럼. 네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손길에서 너의 상냥함이 새어 나와 마음이 놓인다. 눈을 감는다. 너라서 그럴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나를 떠나지 않아. 내게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아. 하는
비가 퍼붓는다. 야자가 끝난 뒤의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그 추적하고 음산한 빗소리가 마구 창문을 때리고 있다. 불이 다 꺼진 복도는 비상구를 알리는 전등만이 환하고 안팎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내게 우산은 없다. 중앙 계단 아래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애들이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교실로 들어간다. 의자를
드라이 가챠 4성 실장 이벤트 <사랑앓이와 행복의 복숭아> 한국판 등장 기념 둘은 늘 그랬듯 크로포드 성 가장 깊숙한 방에 있었다. 드라이는 썩 외출을 좋아하지 않았다. 유메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했고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것도 좋아했으며 게임에 열중한 드라이의 옆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둘은 언제나
돌이켜보면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민폐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태어난 세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는 전설 속의 존재였다. 어떤 창작물은 용을 신에 필적하는 존재라 설명하기도 했었다. 손을 흔들면 벼락이 떨어지고, 포효하면 땅이 뒤집히는 힘을 가진 것이라고. 그것들은 창작물일 뿐이었다. 메이와쿠는 분명 내가 절대 접하지 못했을 신화 세계의
드라이 통상 달각 이후의 이야기. 크리스마스 기념. 째깍이는 시계 소리에 눈이 떠졌다. 드문 일이었다. 드라이는 시계를 몸에서 떼어 놓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선 늘 초침 소리가 났다. 잘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끔찍했다. 벽에서 소리 죽여 시간을 세는 것도 아니고, 그의 가슴 부근에서 조용히 째깍이는 게 싫었다. 귀를 기울
그녀는 비현실적인 사람이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그렇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좋다. 그녀는 자신과 닮은 이들을 몇 알고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녀만 만나 보았기에 오롯이 나의 경험에만 의존한 이 기록에서는 그녀의 비현실성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한다.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안다. 그러나 그녀를 알지
통상 하쿠 스토리에서 공개된 설정 포함 “곧 성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하쿠 왕자님.” 그 말과 함께 한참을 덜컹대던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더 서두르라고만 짧게 전할 뿐이었다. 내릴 준비는 진작 끝나 있었다. 마차에 앉아 있는 것은 오직 그의 몸뿐이었고 그의 마음은 단 한 순간도 성에서 떠나지 않았으므로 이는 당연한
- 크리미날레! 네로 무인판 스토리 일부 노출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익숙한 거리에 서 있다.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도 낯선 것이라곤 없다. 눈앞에는 익숙한 젤라토 가게가 있다. 그러나 굳이 향하진 않는다. 길 건너에 있는 빵집 쪽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나는 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이방인처럼 서서 낯익은 장소를 지켜보기만 했다. 나는 이
아이돌 네로 X 팬 오죠 함께 얘기 나눠주셨던 ㅎ님 감사합니다. [미안한데, 지금 너희 집에 가도 될까?] 발신인에 보란 듯이 ‘네로’라고 새겨져 있는 그 문자를 봤을 때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방문 요청일까. 사실 문자는 그가 내게 보내는 전언에 불과했다. 그는 나의 승인 여부와는 관계없이 문자 발신 후 수 분 이내에 우리
항상 네게선 단 향이 났다. 향에는 색이 없다지마는 색이 있다면 필시 분홍색일 향이었다. 꽃 같기도 하고, 단 과자 같기도 한 향이었다. 맡으면 한 입 베어 물고 싶어지는 향이 사시사철 네게서 났다. 이제 와 다시 생각해보면 복숭아 비슷한 향이었을지도 모른다. 종종 네가 내 곁에 앉을 때마다 달큰한 향이 물씬 코를 자극해 오곤 했다. 하지만 너는 그 예쁜
제목은 동명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에서 유래했습니다. 노을이 가라앉는 저녁녘엔 배가 고프기 마련이었다. 조금쯤 참아보려고 했지만, 인간의 3대 욕구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그런 이름을 붙이겠는가. 결국, 나는 식욕을 참지 못하고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 안은 저녁임에도 벌써 차가운 밤 공기가 내려앉은 바깥과 다르게 따뜻하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