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l
총 93개의 포스트
과거 연재분 백업 및 리메이크 등 연재 관련 스페이스 입니다.
-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은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위해 바쁘게 걸음을 옮겼는데 그중에서 나는 그나마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급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평화롭고 조용한 곳이었기에 나는 이 여유로움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간의 여유를 통해 산책을 하던 나는 나를 만나고 싶다면서 찾아온 이를 보고 얼굴을 굳히고 말았
-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치면서 기나긴 잠을 자고 일어난 나는 평화로운 부대의 모습에 안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인 나는 별 어려움없이 시선의 끝에 서있는 이를 알아차리고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누가 보더라도 걱정이 서린 시선을 뻗치는 것은 유시진이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의 시선에 호응하지 않았다. 나에게
- 의료진의 수술이 진행되는 그 시각 대한민국에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 등이 최악의 사태를 대비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우르크 정부군이 모우루 중대로 특공여단을 보내려 했던 것이 무라바트 경호 팀장의 연락에 취소됐다는 것과 무라바트 의장의 수술을 집도하는 임서준에 대해 언급되었다. 국방부에서는 군의관이자 특전사였던 그를 알고
-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두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귓가에 닿아온 모연의 자조적으로 말하는 목소리에 느리게 두 눈을 떠 허공을 응시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VIP들에게도 특별한 의사가 필요하거든. VIP에게 메디컬 히스토리(Medical History)는 곧 약점이니까. 그래서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국가 기밀인거고
- 어젯밤 그렇게 잠이 들고 나서도 깊은 잠을 청하지 못한 나는 새벽 무렵에 완전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멍하니 앉아있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간단하게 몸을 움직였다. 습관적인 행동에 가까운 행위였기에 그 행동이 끝날 때까지 내 정신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있었다. 어차피 의식하고 하는 것보다는 무의식에 이끌리듯이 하는 운동이다
- 숙소에 가는 길에 씻으러 간다는 상현과 마주친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만 따로 지정한 시간의 끝무렵에 씻기로 했다. 상현을 보낸 뒤 숙소로 들어온 나는 피로한 몸을 베드에 눕힌 다음 조용히 정적 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후덥지근한 낮과 달리 서늘한 공기가 은근하게 흘러들어오는 것이 마치 답답하던 속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착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 근처 다운타운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잠시후 내가 말한 장소에 도착하자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굳이 그런 반응에도 관심을 주지 않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기다리실 겁니까?" "어느 쪽이 편하시겠습니까? 어차피 돌아가시는 것도 태워다 드릴 생각이라." "…같이 들어가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녀와 내
- 브리핑 이후 각자 배정 받은 숙소로 이동했는데 나는 인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 다른 막사에 배정 받았다. 하지만 그 배정에 나는 속사정이 있음을 눈치챘지만 정확히 무슨 사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체 생활에서 유일하게 예외라는 것은 말이 안될 일이었으니 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들의 배정에 반박하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 우르크. 발칸 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나라로 이번에 해성병원에서 의료봉사단을 보낸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그것을 본 이들의 반응은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그 중 하나는 그 봉사단에 들어갈까봐 눈치를 보거나 불만을 표하는 이들, 다른 하나는 그 봉사단에 지원하는 이들이었다. 나머지는 이도저도 아닌 이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세 가지 중 이도저도 아닌
- 사람들에게 있어 시간이란 멈추지 않고 쉼없이 흐르는 유한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그 불변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조용히 내 할 일을 해나갔다. 모연이 특진병동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수술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수면시간은 줄었지만 모연의 성공만큼은 기뻤기에 그에 불만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툴툴거리는 건 상현 쪽이었
- 그와 약속했던 2주의 마지막 날. 나는 평소처럼 그와 저녁을 먹고 항상 갔던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 서로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유시진씨." "…예?" "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복잡함이 느껴지는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던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먼저
-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시 시간이 나서 옥상에 올라온 나는 담배를 피고 있는 상현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어? 선배, 벌써 수술 끝났어요?" "아아,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 됐어요. 근데 아직도 담배 피는 겁니까? 하 선생님이 안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 그럴려나요?" "아무래도 여러모로 좋은 것은 아니잖습니까. 몸도
- 다음날 쉬는 날이어서 급할 것 없이 몸을 일으킨 나는 가만히 휴대폰에 남은 문자메시지 기록을 내렸고 그러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네볼라〕 장난 같은 그 이름은 내가 처음 특전사 람다 팀에 배정 받았을 때 팀장이었던 그의 콜사인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쓰지 않을 그 이름. 본명이 신성운이어서 성운이라는 단어는 콜사인으로 썼던 그
-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이번에도 유시진씨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해서 대신 나는 영화를 고르겠다고 말하고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집에 티비는 없지만 빔프로젝트는 있어서 그걸로 영화를 보기로 해서 가만히 영화들 중에서 뭐가 좋을지 목록을 보던 나는 설거지를 끝내고 온 그를 향해 목록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유시진씨는 어떤 게 좋습니까. 로맨스랑 공포만
- 유시진씨가 말했던 그 다음 날 나는 그가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 한가해져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내밀어진 커피에 놀라서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자 웃으면서 서있는 그가 보였다. "…뭡니까?" "음, 그냥 드리는 선물? 아니면 뇌물?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상관은 없는데, 옷이 더러워질 겁니다. 괜찮겠습니
- 모연을 재우고 나서 가만히 모연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집을 정리한 뒤 밖으로 나왔다. 늦은 밤인 탓에 공기는 어느새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고 알리듯이 서늘함을 품고 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나는 욱신거리는 다리의 통증에 그대로 벽에 기댄 채 잠시 멈춰섰다. 통증은 언제든 달갑지 않았지만 그것은 이미 나의 일부와도 다름없는 것이었
- 어째서인지 다음날 출근을 하니까 분명 오늘 오프가 아닐 모연이 없다는 점에서 의아해 하면서 상현에게 묻자 어제 일을 간략하게 전달해주었다. "아… 그게, 어제 교수 임용 결과 나왔는데 강모연이 떨어졌거든요." "강 선생님이 말입니까? 그럼, 누가 채용 되었답니까?" "그……. 하아, 김은지 선생이 이번에 교수로 채용 됐어요. 그래서 어제
- 나의 이러한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에게 당황이라는 감정을 안겨줄 수 없기에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뜬 나는 때마침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몸을 돌려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현관문을 열자 배달기사분이 봉투를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고는 문을 닫았다. 비빔밥을 2인분 시킨 것 치고는 묵직한 느낌에 의아해하면서 주방
- 시간은 빠르게 흘러 10월의 마지막 날. 병원에 남아있으려던 나는 지수와 모연, 그리고 상현의 합작으로 강제로 병원에서 나와야만 했다. 어이 없음과 황당함에 허허로이 웃으면서 잠시 건물 앞에 서있던 나는 문득 익숙한 얼굴을 보고 그 쪽에 시선을 멈췄다. 사복 차림의 남자는 분명 진료를 받으러 오겠다 했다가 오지 않았던 유시진 환자였다. 그쪽에서는
- 통화를 끝내고 인사만 하고 돌아가려던 나는 갑자기 들어온 교통사고 환자에 의해 분주해지는 상황에 바로 한 쪽으로 들어가 상황을 확인했다. 급박한 상황이다보니 다들 오더에 맞춰 분주히 움직였고 CT와 X-ray를 찍고 상태를 체크하고 나자 수술방이 준비됐다는 말에 바로 환자를 수술방으로 옮겼다. 그렇게 또 다시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선 이를 살리
- 통화 이후 잠시동안 옥상에서 머무르던 나는 다리를 몇번 두드리고 나서야 옥상을 내려와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새 수술복을 꺼내서 갈아입은 나는 오염된 수술복은 세탁물 통에 넣은 다음 손에 들고만 있던 가운을 걸쳤다. 그렇게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천천히 응급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분명 오늘 당직이 송상현 선생님이었으니까 내려가면 얼빠진
- 평소와 다름없이 정신이 없고 다급한 이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분주해보이는 응급실 내부에서 나는 익숙하게 오더를 내리고 차트를 작성하고 응급환자를 데리고 수술방으로 들어가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둑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구나…. 그리 생각하면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 나는 익숙
- 의병 전역 신청서에 내 이름 석자를 적고 공식적으로 전역 처리가 되고 나서 2년 정도가 흘렀지만 나의 일상은 변함없었다. 환자를 확인하고 수술을 하고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잠을 자고 말이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에 멍하니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던 나는 상체만을 일으켜 세워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그곳에는 내
-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던 그 날 이후로 통증이 함께하는 일상이 당연할 정도였고 악몽은 친구같을 정도로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왔다. 그 와중에도 착실하게 회복세에 들어간 몸은 더이상 빠르게 달리지도 무거운 것도 들 수 없었지만 그 외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의료계열에 다시금 발을 넣어야만 했다. 돈 때문이냐고
- 귓가에 울려퍼지는 다수의 총성음들은 점차 고조되어가는 긴장감 속에서 고통 소리와 함께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소리는 곧 이어지는 폭격음 소리들에 의해 잠식되어 버렸다. 그 모든 소리가 정적이라는 말에 어울릴 법한 정도로 고요해지는 것은 오래 가지 않아 찾아왔다. 이리저리 널브러진 붉은 핏빛으로 물든 시체들은 그 고요함을 일부 삼아 자리하고 있었다
-out 환자들은 의료진보다 이틀 앞선 수요일 귀국이었으며, 의료진은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 소식에 의료진은 저마다 섭섭함을 토로했지만 윤슬은 덤덤하게 하루 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한선생님. 닥터 다니엘이 한 번 만나고 싶다는데 혹시 누군지 아십니까?" "닥터 다니엘 말입니까?" "예." 윤슬은 시진의 말에 잠시 고민
-out 무너진 자리는 수복시킬 수 없지만 새로운 것을 통해 새로 쌓아올릴 수는 있었기 때문에 시진은 다시금 일어설 수 있었다. 자신을 숨겨주는 윤슬의 행동이 기꺼우면서도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시진은 윤슬의 옷자락을 손에 쥐었고 그런 시진의 행동을 알기라도 하듯이 윤슬은 아무말없이 시진을 끌어안아주었다. 그렇기에 시진은 윤슬보다
-out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윤슬의 뒤를 따르던 시진은 문득 환자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꽤나 익숙하다는 것에 멈칫하고 말았다. 일이 터질 때마다 병실로 실려가고 수술을 받는 그의 몸상태가 얼마나 최악일지 상상을 하던 시진은 순간 발걸음을 멈춰 세운 윤슬의 행동에 자신도 걸음을 멈춰세울 수 밖에 없었다. 시진의 걸음이 멈춘 것을 들었는지 몸을 빙
-out 아침 점호를 마치자마자 메디큐브에 온 시진은 모연의 병실에 윤슬이 있는 것을 보고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다가 윤슬이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뒤에야 모연의 병실 문을 노크했다.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모연은 시진의 방문에도 어떠한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그런 모연의 모습에 시진은 조심스럽게 모연에게 편지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out 저택에 들어선 알파팀은 아구스가 빼돌렸던 도깨비 마을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아이들을 해치기 위해 어디선가 나타나는 이들을 처리하면서도 착실하게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달리 다른 행보를 걷는 윤슬은 가만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강마음을 가만히 응시했다. "와주셨네요. 한소장님." "…이제 끝을
-out 시진을 따라 아구스의 아지트로 잠입하는 데 성공한 윤슬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탓에 유일하게 드러난 서늘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시진은 진소장이 갇혀 있었던 지하를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쥐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고, 그에 시진은 윤슬에게 말하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 들어왔던 문을
-out 세포탁심 주사를 맞은 명주는 의식을 되찾았고, 체온도 37도로 내려갔으며 피부에 올라왔던 수포도 가라앉았다. 밤새 명주의 머리맡을 지키던 대영은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병실을 나와 연변장 주변을 산책하며 한숨을 돌리는데, 옆구리 한 쪽이 허전하는 것을 떠올리자 시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시진에게 무전을 쳤지만 먹통이었고
-out "[우르크에선 좋은 기억이 많아. 당신은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여자고.]" 아구스가 음흉한 눈빛으로 모연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말하자 모연은 온몸에 파충류가 달라붙는 듯 소름이 끼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연은 죽을 힘을 다해 눈물을 꾹 참고 그를 쏘아보았다. 손과 발은 묶여 있는 데다가 입에는 테이프가 붙어있어
-out 모연이 아구스와 함께 세단을 타고 떠나고 얼마 흐르지 않아 모연의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무전기가 시진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빅보스 송신. 강선생,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내가 반드시 찾고, 내가 반드시 구할 겁니다. 당신이 한선생님을 맡긴 사람인데 믿을만 하죠?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
-out 밤새 명주의 병실 앞에서 자리를 지키던 윤슬이 산책이라는 명목 하에 자리를 비운 후 그를 만나기 위해 메디큐브를 찾았던 시진은 부대원 중 한 명이 윤슬이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려주어 그의 부재를 쉬이 납득했다. 하지만 아침이 밝아오도록 모연의 모습도 보이지 않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진은 그제서야 모연의 행방을 물어보았
-in 다행히 송선생님이 찾은 약이 치료제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인지 윤중위의 상태는 호정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은 문 너머로 지켜보다가 시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미안합니다. 윤중위가 깨어나는 것까지는 못 보고 갈 것 같습니다." 가만히 그렇게 문 너머를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메디큐브를 빠져나왔고 밖을
-in 아구스와의 연락이 끊긴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발렌타인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발렌타인.]" -"[닐?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닐의 부탁인데, 당연하지. 그래서 뭐가 필요해?]" 웃음기를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를 귀에 담은 나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필요한 물건에 대해 말했고 그러자
-in 밖으로 나와서 잠시 대기하는데 갑자기 병실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온 강선생님이 다급한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하죠! 예방백신하고 함께 오기로 한 치료제가 있는 차량이 오던 도중에 차량 채로 강탈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윤중위는 한시간 내로 그 약이 필요한데, 시티 병원에 다시 받으려면 최소 네 시간이라…." 안절부절 못하는 그녀의
-in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던 나는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에 느리게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 시선의 끝에는 방역복을 입은 유대위님이 서있는 것을 보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나요?" "전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불안해하던 마음이
-out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온 8시쯤 메디큐브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기로 돌아가는 많은 의료기들이 일지에 중단되었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중환자들이 착용하는 호흡기였다. 그 증거로 격리병동 중환자실에서 괴성이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치훈이 초를 찾던 것도 내팽개치고 곧장 중환자실로 뛰어갔다. 어두컴컴한 실
-out 상현은 기침과 고열로 인해 격리 조치된 케이스였고, 그는 의사가운 대신 환자복을 입고 베드에 벌렁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지진 발생 이후 모든 의료진은 쉴틈없이 움직여야만 했고 만약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를 해야만 했기에 상현은 이렇게 맘 편히 누운 지금이 꽤나 기꺼우면서 달갑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상현은 곧
-out 명주와 진소장이 M3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상현은 격리 조치를 받았고 윤슬은 자애의 채혈을 받고 나서 가만히 베드에 몸을 눕혔다. 우르크에 오고 나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윤슬은 유독 베드에 눕게 되는 일이 많다고 느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선생님." 격리 조치를 내린 윤슬에게 찾아온 시진은 마스크에 보호장구를
-out 시진과 대영이 떠난 이후 메디큐브에는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스스로 격리 조치를 내린 모연은 명주와 함께 아직 잠들어 있는 진소장과 수술실에 갇힌 상태였고, 모연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윤슬도 스스로에게 격리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상태였다. 상현도 컨디션 난조로 격리 위험이 높은 상태다 보니 자연스레 의료진 사이에는 불안감이
-out 우르크에 온 이후로 조용한 말 없이 지낸다는 생각을 문득 했던 윤슬은 시진이 데려온 진소장의 상태를 보고 그 생각을 확신하고 말았다. 흐릿한 눈빛에 창백한 안색을 한 진소장은 손목을 베드에 묶인 채 잔기침을 내뱉으면서 누워있었는데 모연이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러 간 동안 윤슬은 가만히 진소장의 상태를 체크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다이아
-out 그렇게 명주와 이야기를 나누던 윤슬은 무전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쌤, 송쌤, 강쌤, 한쌤 여기 약품 창고인데요. 좀 와보세요! 큰일 났어요!" 민지의 무전에 약품창고로 발걸음을 옮긴 윤슬은 엉망이 된 약품 보관함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참, 뭐가 없어진거야?" "마약성 진통제들이요. 다 사라졌어요." "마지
-out 윤슬이 소포를 확인하고 있는데 벌컥하는 소리와 함께 명주가 나타나더니 대영에게 온 소포를 보고는 상자 겉면에 씌여진 '오빠 힘내세요♡ 보고 싶어요 오빠♡'라는 문구를 짜증을 그득 담은 목소리로 읽었다. 윤슬은 당연하게도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주가 왜그리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 그녀가 택배의 테이핑을 뜯고 상자를 여
-out 아구스 패거리가 떠나고 나서 지프차 몇 대가 도착했지만 마을 아이들 전원이 타기에는 부족했고 그래서 아픈 아이들을 우선으로 지프차에 태운 뒤 마지막으로 윤슬과 거래를 했던 소녀까지 태웠다. 남은 아이들은 지금 태운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데리러 오기로 약속을 한 뒤 출발했지만 그 아이들은 결국 메디큐브로 오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떠
-out 모연과 윤슬이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연락을 위해 잠시 마을을 벗어났던 시진은 이쪽으로 향해 달려오는 차 안에 있는 이의 얼굴을 알아보고 다급하게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시진이 마을에 도착하는 것보다 차가 마을 앞에 멈춰서는 게 빨랐다. 차에서 내려선 이는 바로 아구스였는데 그는 퇴역한군인으로 뒷
-out 시진과 함께 돌아가야 하는 윤슬은 먼저 밖으로 나와 차에 기댄 채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윤슬을 보고 알아본 이가 윤슬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한윤슬, 대령님?" "…?" 윤슬이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내리자 자신이 특전사일 때 시절 만났던 기억이 있는 이가 군복을 입은 채 서 있었는데 그의 어깨와 모자에는
-out 다음날 의료진 귀국을 위해 45인승 버스가 메디큐브 앞에 정차했다. 환자들과 의료진을 공항까지 데려다 줄 버스의 문이 열리자마자 진소장이 가장 먼저 뛰어들어갔지만 환자들은 제 몸 추스르기에 급급한데다가 의료진은 우르크에 남는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기에 버스에 올라타는 이들 중에 그를 신경쓰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버스가 출발하고
-out 회진 시간이 다 되서야 부대에 돌아온 시진과 모연은 메디큐브에서 끌려나오는 진소장과 그를 끌고가는 대영을 보고 놀랐는데 그에 시진은 대영에게로 갔고 모연은 메디큐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메디큐브 안은 정적이었는데 그 정적의 중심에는 윤슬과 명주가 있었다. 명주는 방금 끌려나간 진소장의 무례한 언행과 행동, 그리고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out 윤슬은 모든 연락을 끝난 후 한동안 하늘만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지신을 찾으러 나온 자애에게 끌려서 다시 메디큐브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끌려서 들어간 윤슬은 자애의 감시 아래에 베드에 앉았고 자애는 익숙하게 드레싱할 준비를 했다. "상의 좀 내려주세요." "아, 네." 자애를 등진 채 상의를 풀어내린 윤슬은 팔은 그대로
-out 아침이 밝아오자 시진은 모연과 함께 회의를 떠나기 전 윤슬을 찾아갔는데 윤슬은 아직 잠든 채였고 다행히 어제보다 안색이 나아진 걸 보고 안도하면서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시진이 가고 나서 링거를 바꾸러 왔던 자애가 때마침 눈을 뜨는 윤슬을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일어나셨어요?" "…하선생님. 어떻게 된겁니까?" "뭐긴 뭡니
-out 임시회의가 끝나고 치훈을 찾기 위해 메디큐브로 돌아왔던 모연은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멍하니 서있는 치훈을 발견하고 차훈에게 다가갔다. "회의 있다는 말, 못들었어? 왜 이러고 있어?" "아…, 죄송해요…." "너 손 왜이래? 다쳤으면 치료해야지." "…." 모연은 오른쪽 손등이 찢어져서 피로 얼룩진 치훈의 손을 보고 경악을
-out 치훈이 공포에 질린 채 이도저도 못하는 그 때 공포의 원인인 강군은 메디큐브로 후송되자마자 자신에게 달려온 고반방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치훈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강군에게 고반장은 친부보다 더 아버지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유일한 존재였다. 현장에서 고반장은 사사건건 잔소리에 구박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걱정을 강군은 이번 지진으로
-out 모든 회진을 끝내고 시진을 찾아서 걸음을 옮기던 모연은 연변장을 돌던 시진을 보고 멈춰섰고 시진도 모연을 보고 달리던걸 멈추고 모연에게로 걸어갔다. "박중령님이 유대위님한테 명단 작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들으라던데." "아, 해성병원에서 모레 오후에 의료팀 귀국 비행기를 보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탑승자 명단을 작성해서
-out 건물에서 빠져나온 윤슬은 바로 도끼눈을 뜬 채로 자신에게 걸어오는 모연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는데 그런 윤슬의 몸을 붙든 건 바로 뒤에서 따라 나오던 시진이었다. "이런 미련한 선배 같으니라고!" 간단하게 윤슬의 상태를 체크한 모연은 시진의 도움을 받아서 윤슬을 메디큐브로 후송했는데 그 자리에는 모연과 시진 모두 함께 했
-out 윤슬이 강민재 환자를 구하기 위해 건물 안에 고립된 그 시간 건물 밖에서는 치훈이 벌벌 떨면서 주저 앉아 있었다. 여진이 시작되자 치훈은 자신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다급하게 윤슬을 불렀고 그런 치훈의 부름에 한달음 달려온 윤슬이 건물 아래로 모습을 감추는 것을 본 치훈을 충격에 휩싸인 채로 어떻게 건물을 빠져나왔는지도 모른 채로 건물
-out "살려줘요…! 누구없어요! 아 물라 귀찮아. 그냥 죽을래…." 그렇게 말하는 이는 20대로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어려보이는 얼굴처럼 아직 철이 들지 않은 것인지 혼자 고립된 그 장소에서 삶의 의지를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꼰대, 씨… 나 안전모 쓰고 있잖아……. 그러니까 빨리 와서 좀 살려달라고……
-out 윤슬은 상황실 텐트에서 링거맞는 환자를 살피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구조요원인 군인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시진은 윤슬을 찾아왔다. "한선생님. 잠시 건물 안쪽에 좀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옆에 내려두었던 응급키트를 어깨에 걸친 윤슬은 망설임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시진은 그런 윤슬을 어두운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대
-out 현장 곳곳에 야전 작업들이 켜지고 불빛을 밝힌 상황실 텐트에서는 의료진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의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제 막 숟가락을 들었던 상현이 그대로 일어나 달려나갔다. 들것에 누워 숨을 헐떡이는 노동자의 가슴에 커다란 주삿바늘을 찌르자 폐에 차 있던 바람이 주사를 통해 빠져나왔고 그러자 환자의 호흡이 안정
-out 발전소는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엉망인 상태였다. 랜드마크처럼 서 있던 한국어 대형 입간판이 반으로 꺾여 땅에 처박혀 있고, 건물 자체는 반쯤 무너져 내린 채 외벽이 남아 있는 2층 높이에는 트럭이 처박혀 있었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 떨어지고 난 이후의 땅처럼 황폐하고 무참한 광경이었다.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군인들과 살아
-out 선발대와 후발대가 정해지고 선발대에 속한 모연과 상현은 후발대에 속한 윤슬에게 다른이들을 잘 부탁한다면서 떠났는데 선발대가 공항으로 떠나는 그 때 우르크에 7.5의 강진이 발생했다. 헬기 안에 있던 이들은 에메랄드 빛 바다가 벌떠 일어나 땅을 집어삼키고, 초록 산은 허물을 벗듯 무너졌으며, 전신주는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광경 아래에 해안선을
-in 드디어 봉사 일정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의료봉사팀은 봉사일정을 종료하였고 공군지원을 받아 헬기 이동을 하게 됐다. 멀미가 심한 나는 약효가 돌아야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자진해서 후발대에 합류 했고 선발대가 돌아오기 전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모우루 발전소에 다녀오기로 했다. 고반장님께 전해드릴 사항도
-out 시진이 윤슬에게 본국 복귀에 대해 말한 그 날 이후로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로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종종 시진은 윤슬이 자리하는 평원이 보이는 뒷길에 찾아와서 조용히 윤슬의 곁을 지켰고 그런 시진의 행동을 윤슬은 거부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진이 떠나는 날이 다가왔고 윤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out 그 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돌담에 걸터앉은 윤슬은 평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윤슬에게 다가온 것은 시진이었다. 윤슬은 시진에게 단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고 시진은 그런 윤슬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의 곁으로 가서 돌담에 등을 기댔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니십니까?" "…잠이 안
-out 명주가 중대장실로 가고 나서 본래 목적인 산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던 윤슬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멈춰섰다. "선배!" "강선생님?" "지금 유대위님이 의료진이 사용할 무전기 나눠주셨는데 설명필요하시면 같이 메디큐브로 가실래요?" "채널은 몇번 입니까?" "의료진은 7번으로 세팅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럼 그냥 제
-out 윤슬의 절벽 추락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시진은 다니엘에게 연락해서 의료진이 쓸 수 있는 무전기를 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사정을 들은 다니엘은 흔쾌히 시진의 요청에 응했다. 미리 가지고 있던 것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전기를 추린 것인지 다니엘의 연락은 빠르게 돌아왔다. 무전기를 부탁하면서 지프차의 인양도 부
-out 시진이 아구스와 대치하던 그 시각 윤슬과 모연은 절벽에 매달려 있었다. 모연이 직접 상태를 체크하고 싶다는 말에 블래키 마을로 가기 위해 윤슬이 모연과 함께 부대 내에 있던 지프차를 끌고 마을로 향했다. 모연이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챙겨왔던 간식들을 소소하게 챙겨준 윤슬은 모연이 돌아가자는 말에 운전석에 올라탔고 모연
-out 꼬마에게 약처방을 끝낸 윤슬은 밖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그 꼬마와 함께 철을 줍던 아이들임을 눈치채고 아이들을 모아서 간단하게 아무리 배가 고파고 철을 입에 넣거나 먹어서는 안 되고, 손을 꼭 씻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심각성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고 그뒤에서 시진이 아이들에게 그 말을 지키
-out 다음날 시진은 풀어야 할 급박한 문제가 있는 듯한 괴로운 느낌과 함께 아침을 맞이 했다. 어제 자신에게 기댔던 그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서 자신에게서 벗어났고, 그런 그를 품에 안았던 시진은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에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시진은 자신의 행동에 후회는 없었다. 다시 그 상
-out 해가 떠오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을 멀리서 들려오는 구보 소리에 깨달은 두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위해 평화로웠던 순간을 깰 수 밖에 없었다. 시진은 중대임무를 위해서, 윤슬은 오늘 건설현장 인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한 예방접종을 위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나갔다. 윤슬은 밤을 새운 것 치고는 평범한 낯을 한 채로 의료진 속에
-out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어 갈 무렵 카페로 돌아온 시진이 굳은 얼굴로 윤슬에게 돌아왔고 윤슬은 그런 시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대로 차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윤슬의 행동에 추도식에서조차 나지 않았던 눈물이 핑 도는 느낌에 고개를 푹 숙였던 시진은 잠시후에야 몸을 돌려 윤슬이 올라탄 차에 올라탔다. "계속 카페에 계셨던 겁니까?"
-out 룸을 빠져나온 윤슬을 시진이 따라잡아 붙잡자 윤슬은 그제서야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는데 그에 시진이 숨을 내뱉으면서 윤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깐, 차라도 마시러 가시겠습니까?" "…좋습니다.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윤슬의 미소에 멈칫했던 시진은 곧 자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호텔
-out 그 날 이후로 이틀간 메디큐브는 물론 모우루 중대에는 별다른 사항없이 평화로운 한 때를 보냈는데 그런 평화 속에서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무라바트의 경호팀장이 윤슬을 찾아온 것이었다. 윤슬은 그의 등장만으로 날카로운 분위기가 되었고 그런 윤슬의 분위기에도 경호팀장의 행동은 변치 않았다. "[의장님께서 닥터를 만나고 싶어하십니
-out 모연에게서 자유를 허락받은 윤슬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라바트 의장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다는 그였지만 윤슬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회복실 안으로 들어가 상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는 것으로 자리를 비워도 된다는 표시를 건넸고 상현은 윤슬의 기색을 한 번 살피고는 곧 자리를 비웠다. 윤슬의 등장에 한쪽 벽면에 서있던
-in 수술이 끝나고 피로 물든 가운과 마스크를 벗고 써지컬 캡까지 끌러내린 나는 수술실을 벗어나려다가 핑 도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대로 퓨즈가 나간 것처럼 기억이 끊겼는데 어렴풋이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던 이들을 봤던거 같았다. 하지만 이내 곧 암흑에 뒤덮힌 나는 그대로 쓰러진 것 같았다. 추측일 수 밖에 없는 건 깨어난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이 메
-out 의료진의 수술이 진행되는 그 시각 대한민국에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 등이 최악의 사태를 대비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우르크 정부군이 모우루 중대로 특공여단을 보내려 했던 것이 무라바트 경호 팀장의 연락에 취소됐다는 것에 이 일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 한윤슬에 대해 언급되었다. 국방부에서는 군의관이었던 그에 대해 기억하고
-out VIP 환자 상태는 의료진들의 생각이상으로 위독했는데 그 탓에 환자는 곧장 산소호흡기와 각종 바이털 장비가 갖춰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무라바트는 69세의 할아버지로 검은 터번을 둘러쓰고 있었는데 모연은 그 터번을 벗긴 뒤 환자의 동공체크를 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 모연의 행동은 자연스러웠지만 진료실 안을 빼곡하게 채운 무라바
-out 발렌타인과의 만남 이후 윤슬은 다운타운 거리를 지나서 도로를 걸었고 한참동안 차 하나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 위를 걷다가 어느 순간 멈춰서고 말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절벽 너머로 다시금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바지오 해변이 보이는 그 자리에서 윤슬은 한참동안 서있었고 그런 윤슬에게 인사를 하기라도 하듯이 바람들은 윤슬의 몸을 쓸고 지나갔
-out "혹시 인터넷만 되면 됩니까?" 차를 멈춘 시진의 말에 뒷좌석에 앉아있던 모연은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그렇다고 답했고 그에 시진은 차의 방향을 돌리더니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철창으로 만들어진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려져 있었고 그 안으로는 화분들이 가득한 집 앞에 차를 세운 시진은 도착했다면서 차에서 내리고는 그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말
-in 산책을 하던 나는 울리는 진동에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내서 잊고 있던 이를 향해 문자를 전송했다. 『 오늘 도착했어. 조만간 찾아갈게. -0- 』 "…." 문자를 보낸 나는 무표정으로 화면을 껐고 곧장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
-in 무사히 수송기에서 내린 후 의료팀 오리엔테이션은 이곳 모우루 중대의 부중대장이라는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서대영 상사님이 맡았고 나는 그들 속에 뒤섞여서 가만히 브리핑을 들었다. "앞으로 14박 15일간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동안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행동수칙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막사 주변에는 우르크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들이 아직 완벽히
-in 태양빛에 달궈진 활주로 위에 불시착한 것 마냥 대기하게 된 의료봉사팀은 더위에 고통 받는 듯한 신음소리를 흘렸고 나는 멍하니 쓰고 있는 모자를 눌러쓴 채로 빈 활주로 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유엔 측에서 수송기랑 어레인지 해줄 사람들 보냈다니까. 조금만 더 대기하죠." "하잖아 대기, 대기하는데…. 여기 대기 너무 더워." 강선생님의
-out 출국 전날까지 워커홀릭마냥 일하던 윤슬은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은 게 분명한 모연에게 끌려가다시피 병원을 벗어났는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윤슬의 집이 모연의 집과 멀지 않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거주하는 곳은 단독주택형 빌라 단지로 되어있는 집이었는데 신혼부부나 전문직 독신 남녀가 주로 거주하는 편이고, 집집마다 작은 화단을
-out 해성병원에서 의료진들의 봉사일정이 확정되는 그 시기 발칸반도 끝자락에 자리한 우르크에서는 유엔의 요청에 따라 남우르크의 수도에 주둔한 한국의 태백부대가 남북국경지대의 평화 재건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알파팀이 소속된 모우루 중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진이 중대장으로 복무중인 모우루 중대가 주로 하는 일은 국경지대에 유실된 지뢰를 찾
-in 그리고 그로부터 몇일이 흐른 후 정말 누나의 연락대로 공식적으로 해성병원 봉사단 신청에 대한 홍보가 올라왔고 나는 가만히 그것을 보면서 누나의 연락이 있었던 그날부터 가만히 생각했던 것을 다시금 곱씹었다. "뭐야, 선배 여기 갈려고요?" 어느새 옆으로 온 송선생님의 말에도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었고 송선생님은 그런 나에게
-out 모연이 방송에서 해박한 의료지식들을 말하는 그 시각 윤슬은 오랜만에 평온한 기색으로 로비에 앉아 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윤슬은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음에 느리게 휴대폰을 꺼내들어 화면을 본 윤슬은 망설임없이 통화버튼을 터치했고 그러자 낭랑하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무슨 일이야?" -"어? 받았다! 오빠 오늘
-out 콜을 받고 응급실에 도착한 윤슬은 모연이 보호자로 추정되는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고 환자로 추정되는 여자는 호흡을 어려워하는 채로 침대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지금 산소공급 안하면 이 환자 죽습니다!" "내가 동의를 안하겠다는데 네가 뭐라고 하겠다 말겠다야!!!" "저는 의사고, 지금 환자가 눈 앞에
-in 평소와 다름없이 수술실에서 나와서 잠시 화장실에 들린 나는 옆 화장실에서 나오는 김은지라는 의사와 만났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웃어주면서 인사했고 나 또한 예의상으로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뒤이어 나온 이들을 보고 멈춰섰다. "강선생님 오늘 예쁘게 차려 입으셨는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셨습니까?" "아, 오늘 교수 면접 있었거든요. 한쌤은 오
-out 그렇게 두 사람은 따로 자리를 옮겼고 베드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한쌤이라 불린 이는 베드에 앉아있던 이에게 차트를 들고 돌아왔는데 간단하게 신상정보 체크를 한 그는 유시진이라고 소개하는 이에게 간단하게 물었다. "상처 치료해드리려고 하는데 만약에 필요 없으시다면 수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떻게 해드리는 게 좋겠습니까
-out 한 두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모인 집단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 장소는 병원부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례식장 뒷쪽인 탓에 우연치 않게 지나가던 인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어이- 거기 형님들! Everybody 동작 그만-" 깔끔하게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세미정장 차림의 남자가 그렇게 말문을 열면서 패거리로 보이는 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