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행자
“관도에서 조조가 이기고 전선이 크게 북상했으나, 아직 원소의 세력도 건재합니다. 이대로 조조가 하북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장소의 보고에 손책이 중환자실 침대에 누운 채 앓는 소리를 내었다.
전풍은 교도소에서 비교적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승자의 진영은 축제 분위기였다. 원소가 사무실로 썼던 방을 찾아간 조조는 제일 먼저 원소의 의자에 올라앉아 책상에 두 발을 올려놓았다.
“이제 빨리 관도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서황이 조조를 재촉했다. 아직도 관도는 공격받고 있었다.
조조는 허유를 자기 의자에 앉히고 서서 술병을 열었다.
“유비 사단이 형주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유표는 우리를 위해 주 방위군을 움직일 기미가 없습니다.” 저수가 원소에게 보고했다.
유비는 사단을 받자마자 신속하게 관도를 벗어나 동료들과 합류했다. 형주로 가는 것은 원소와 이미 합의한 일이기에 사단의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동안 유비는 지휘관들과 함께 지내며 친해지려 노력했다. 계급이 낮은 사람 높은 사람 가리지 않고 소홀하게 대하지 않았다.
-힘들고 불안하시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원소는 장관님보다도 훨씬 더 불안하고 초조할 겁니다.
손책의 패배 소식은 형주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부분은 인접한 위협적인 세력의 나쁜 소식이니 기뻐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형주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그 이야기를 꺼낸 사마휘 교수는 심각한 기색으로 말을 꺼냈다.
광릉에 주둔한 손책군은 한당이 지휘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무혈입성에 도취되어 있었으나 요새의 기습 소식을 받았을 때는 신속하게 전투태세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상황은 훨씬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럼 일 이야기나 하자. 파구 분위기는 어때?”
유벽은 관정의 편지를 받고 유비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래서 일단 만총 청장의 의견도 들어보았습니다. 이통과 조엄 모두 장관님을 저버릴 사람들이 아니고 징발이 너무 지나친 게 맞다고 하더군요.
“관우?” 장비의 얼굴이 도로 괴수처럼 무시무시해졌다.
이야기 나누다보니 보정이 돌아왔다. 관우는 그에게 얼른 다가갔다.
오랜만에 좀 진취적인 의견이 나오자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찬성하는 의견들도 뒤따랐다. 원소 생각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곳의 친원소 파를 규합하자고 친척이나 측근을 보내기는 아깝고 위험했다. 유비라면 영향력 적당히 있으면서도 잃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패였다.
“장관님.” 곁에서 눈치보던 허저가 물었다. “이대로 보낼 겁니까? 지금이라도 쫓아가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조의 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아보였다. 관우는 언제나 작은 것에 약했다.
“이건 조조군의 보급품 아닙니까?” 수레에 싣고 쏘는 포대도 아니고, 진짜 식량이나 린넨처럼 전투에 무관한 짐이 가득 실린 수레가 길을 막고 있다가 문추군과 맞닥뜨렸다. 수레를 몰던 조조군 병사들은 우왕좌왕 흩어져 버렸다.
문추와 유비가 먼저 백마의 황하대교를 건너고, 그 뒤로 원소의 전군이 따랐다.
조조군의 제 1군단 - 장료 군단은 서둘렀다. 이미 안량군이 백마에 먼저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장료가 거실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인데 난방이 넉넉히 돌아가 따뜻하고 예쁜 액자나 꽃병도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어 무척 호사스럽지만 이건 전부 배원소와 주창이 꾸며놓은 결과였다.
하북 전체에 총력전이 선포되었다. 관도에 모든 병력을 집중해 단숨에 조조군을 격파하고 허도를 점령한다는 목표 아래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전환되었다.
서주 난민 담당 특별기구는 순조롭게 병사들을 모았다. 시작할 때만 해도 여단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적었던 머릿수가 금방 불어났다. 흩어졌던 군인들뿐 아니라 피난 온 민간인들까지도 청주에 정착하기보단 유비 밑에서 싸우고 싶어했다.
유비가 청주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은 원소에게도 전해졌다. 청주에서 그 사실을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뿐 아니라 심배도 원소와 마주하자 새삼 강조해서 보고했다.
“어...... 그 때?” 너무 까마득해지는 과거의 일에 유비는 두 눈만 깜박깜박 했다. 지휘관은 거의 신이 난 얼굴로 열심히 설명했다.
조조는 관우의 기분을 눈치 못 챈 것처럼 즐거운 목소리로 재잘거렸다.
“하지만 관우는 고집이 세고 고지식합니다.”
하후박은 유비를 가로막고 싸우는 대신 옆으로 피하고 말았다.
“조조가 정말 서주로 출전했습니다. 지금 관도를 지키고 있는 지휘관은 조인입니다.”
동승, 왕자복, 오자란, 오석, 충집 모두가 진경동의 증언 하나만으로 체포되고 가택수색이 따라왔다.
“늦기 전에 조조를 제거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주치의가 되었는데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물론 불행인 점도 있었다. 이전 집은 그냥 평범한 부잣집이었는데 여기는 수도 방위군 사령관과 또 뭐였던가 군 행정 관련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정리하면서 또 중요한 서류나 물품은 알아서 피해야 했다. 폐지 등이 나오면 모아다 파는 것도 중요한 부수입인데 이 집엔 마음 놓고 손댈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창희는 본래 여포가 서주 지사일 때 자경단을 꾸려 그 밑에 들어갔다가 여포가 망하자 조조에게 항복한 사람이었다.
“이런 걸 공개 서한으로 보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지?” 손책은 당장 회계 시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침략 전 예장 대학교는 평범한 지방 4년제 대학이었다.
잊다시피 하고 있던 외계 병기의 별명을 듣고 황역도 얼어붙었다.
여강이 손책군에 포위되었다.
조조의 대선 발표와 원소와의 신경전도 강남에선 그리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어차피 제대로 선거가 치러질 거라고 믿는 사람도 없어서, ‘손책이 출마해야 한다/해선 안 된다’ 같은 논의도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기엔 강남의 행정 공백은 하북, 중원보다 훨씬 심각했다.
유비는 원술을 서주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8시가 되자 조조는 정말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유표는 장수 일행이 조조에게 투항하는 걸 끝내 보고만 있었다. 그 이상 조조나 장수에게 우호적인 언행을 하지도 않았다.
전화를 끊고 조조는 미간을 문질렀다. 곁에는 순욱, 곽가, 정욱이 나란히 도끼눈을 뜨고 서 있었다.
순욱이 우아한 눈썹을 찡그렸다. “여론과 기존 사회 질서를 중시한다고 해봤자 그 결과가 뭡니까? 뭐 하나 이룬 것도 없으면서 허황된 이름만 잔뜩 얻었죠. 그런 사람은 선거제의 약점에 가깝습니다. 포퓰리스트가 되고 말 걸요.”
참모들의 입씨름은 이제 조조의 대선 준비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쪽으로 넘어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손수 제작한 기폭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그걸 누르면 적어도 자신을 쫓아온 적들은 확실하게 저승 길동무가 된다. 잘하면 자신과 이 빌딩 전체가 운명을 함께할 수도 있다.
공손속은 대답하지 못하고 아직 손에 쥔 원본 편지를 움켜쥐었다.
허저가 응접실 문으로 다가갔다. 그동안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던 진도가 유비를 잡아끌다시피 해서 도로 의자에 앉히고 곁에 섰다.
유비의 저택에 허저가 도착했을 때 유비는 진도와 함께 텃밭을 갈고 있었다. 관우와 장비는 심을 배추 모종과 무 씨를 사러 나가고 없었다.
장비는 닫힌 방문을 노려보며 술을 또 한 모금 마셨다.
“다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동승이 들어보인 것은 그의 폰이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보다, 그와 함께 갑자기 매서워진 오석의 눈빛이 더 날카로웠다.
유협은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손짓으로 동승을 앉히고 말을 건넸다.
조조와 공손찬의 맹약은 비밀인데 원소와 공손찬의 강화는 공개적이었다.
“비용은, 지금 받는 돈이 있으니 조금만 절약해도 네 사람 다 가능해.”
역경의 보안은 침략 이전에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삼엄했다. 빌딩의 태양광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전부 보안 시설에 투자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장료는 성문이 열린 뒤 사로잡힌 군인들 무리에 끼어 있었다.
‘조조 주제에, 관대한 점령 정책을 펴고 있다고?’
여포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심각하고 어두웠다.
미축, 미방, 미완 3형제는 소패에서 포로가 된 후 서주에 연금되어 있었다.
“유비 지사님은 그걸 잊지 않으신 것 같고요.”
집주인 앉혀놓고 손님이 혼자 생각에 빠져 뻐끔거리는 꼴이 길게 이어지기 전에 다행히 유안이 나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스테인리스 대접 둘과 수저 두 쌍이 놓여있었다.
하후돈과 청주병 사단이 조조군의 선봉이었다.
진궁은 요즘 군무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조조가 양성시를 노리고 이동해 있으니 지금이 허도를 칠 기회입니다.”
양표는 자기 발로 경찰청을 걸어나왔으나 며칠 뒤 휠체어에 앉은 모습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일체의 인터뷰를 거부한 채 집에 틀어박혔다. 가족들도 묵묵히 각자의 생업으로 복귀했다.
전기차는 조용히 서주 - 예주 고속도로를 달렸다.
일단 수춘 전체를 뒤져봤으나 원술은 정말 없었다. 측근들과 함께 남은 재물과 식량 등을 챙겨 달아나 버렸다.
지난 연방 회의에서 손책은 양주 지사로 인정받았다.
-여포를 조조의 도움 없이 제 힘으로 무찌르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만나서 자세한 의논을 하고 싶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면, 양 측면으로 적을 맞고 남은 후면에까지 적이 나타났다.
명색 사절로 온 사람을 억류하고 포로로 취급하다니 예의도 도리도 없는 짓이라고 한윤이 항의했으나 씨도 먹히지 않았다. 한윤과 그의 수행원들은 고스란히 진등의 손에 허도까지 압송되었다.
곽가는 조조의 사무실 문고리를 잡았다가 멈칫 했다.
“좋은 판단이었다.” 조조가 미소지은 채 대답했다.
조조는 육수를 향해 뛰고 있었다.
전위는 호텔 1층의 지배인실에 묵으며 경호 업무를 수행중이었다.
창고에서 조안민과 추영이 대화하는 동안 다른 장수군 위생병들의 주의는 조안민을 따라온 조조군 병사들이 끌고 있었다.
조안민은 정말로 조조가 숙소에 도착해 잘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그 남자의 신상을 캐 왔다.
조앙이 쟁반을 들고 들어와 테이블에 다과를 차려놓았다.
“군대라고요?” 이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물었다.
정욱은 농담을 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토록 쉽게 인망을 얻고 명성을 누리는 인물이니 꼬투리 잡아 감옥에 넣거나 해 봐야 대장님이 욕을 먹을 겁니다. 아직 여포에게 쫓기고 있는 지금 킬러를 보내셔야 여포나 원술의 짓이라고 발표할 수 있습니다. 유비가 예주에 도착해 대장님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오면 늦습니다.”
진궁과 한윤의 노력으로 겨우 여포와 원술은 말로나마 동맹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선물은 절반만 돌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기령이 소패를 포기한 채 퇴각했다.
여포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 했다.
제대로 군복을 갖춰 입고 다시 적토마에 오르자 여포는 본래의 페이스대로 활약할 수 있었다. 직속 부대도 호출해 하비 시내를 달리며 적을 찾았다.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당장 시행하려는 게 있어. 지금 조조군 하면 청주병이잖아? 달리 조조군 하면 떠올릴 부대를 하나 더 만드는 거지. 안 그래도 군 모집방식이 원시적이 되어놔서 전반적인 질이 크게 떨어졌어. 특수부대도 다시 만들고 장교도 양성해야 해. 그런 다음 사람들 앞에 내놓는 거지. 조조군 하면 호표
“까고 있네.” 서주에서 쫓겨난 후로 입이 없어진 듯 움츠러들어 있던 장비가 드디어 이전처럼 반응했다. 그게 기뻐서 유비는 그만 자기가 하려던 욕을 잊어버렸다.
부하들이 뛰어와서 알린 그대로였다. 어느새 하비 시내에 여포군이 가득했다.
연방 임시 회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공손찬 장군님이 나서서 도우려면 벌써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책아, 권이 어깨 아파.” 어머니가 슬쩍 찔러주자 손책은 정신을 차리고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회계 시청에 들어서자 주유는 산업 관련 부서부터 뛰어들었다. 손책이 따라들어오자 눈으로는 행정 실태를 확인하며 입으로는 하고 싶은 조언을 했다.
짧은 휴가가 끝났다. 손책은 군대 배치를 점검하고 산월로 원정을 떠났다.
장소가 눈살을 찌푸렸다. “자원입대는 열아홉 살부터 받으라고 말했을 텐데?”
서주가 박살난 후, 가족들이 함께 뭉쳐 봐야 함께 죽을 뿐이라는 생각을 품게 된 제갈현이었다.
“유요가 당신을 중용해 주지도 않았는데 그에게 지킬 의리가 있나?” 전투가 끝나자마자 손책은 태사자를 풀어주고 마주앉았다.
며칠 걸리지 않아 손책군이 우저에 도달했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숨어버리는 대신 원수의 밑으로 들어온 대장의 어린 따님이,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서 우릴 다시 그때로 이끌어주기만 기다렸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정보, 황개, 한당, 모두가요. 이번에 육강을 무찌르는 손책 님을 보고, 우리 모두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만 해도 원술은 손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기회가 있었다.
사절은 골아픈 입씨름과 치사한 힘겨루기 끝에 미축, 손건으로 결정되었다. 호위책임자는 장비였다.
“미안해요.” 유비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허창에 무사히 도착한 조조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낙양은 동탁이 불태우고 떠난 뒤 유령도시가 되어있었다.
추격군을 한 번 막아냈음에도 피난 행렬엔 불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유협이 대통령으로서 이각을 지지하고 곽사를 국가 반역자라고 매도하는 연설은 온 장안에 방송되었다.
가후의 말대로 이섬은 대통령 일행을 미오 별장으로 안내했다. 이숙이 약탈했을 때에 비하면 제법 청소도 수리도 되어있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그날 오후 조조는 회의를 소집하고 양표 장관이 연락해온 내용을 알렸다.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닦아내 봤으나 역부족이었다. 유비는 한숨을 내쉬고 장비를 노려보았다.
장료, 고순 등 부하 장수들이 되돌아오자 여포는 이들의 힘으로 재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궁과 장막, 그 동생 장초의 분위기를 보니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아직 여포를 완전히 몰아낸 건 아닙니다.”
과연 도겸의 빈소에 간 유비는 곧 친유비파들에게 붙잡혔다.
신나게 웃으며 유쾌하게 무사귀환했어도 패배는 패배였다.
“조조가 무력으로는 여포 장군님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걸 저도 이제 잘 알았습니다만, 조조는 항상 부족한 힘을 지략으로 보완해온 사람입니다. 정규 군사훈련을 못 받았다고 해서 얕봐서는 안 됩니다.”
-조숭 일가 살해는 도겸 지사의 지시였다! -조조군이 연전연승할 때는 휠체어에 앉아 꼼짝도 못하던 지사, 조조군 후퇴 직후 건강 되찾다.
옷을 갈아입으며 유비는 자기 열 두세 살 때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역시 저렇게 똑똑하고 어른스러웠던 것 같지는 않았다.
미축은 유비의 뜻대로 그 병사를 도겸이 있는 담현까지 호송했다.
“그런데 낭야면 원래 조숭 씨가 숨어있던 곳이고 사건 벌어진 곳하고도 가까울 거 아냐? 지금쯤이면 그보다는 멀리 달아났을 것 같은데?”
“아버지 조숭과 그 일가, 측근이자 주치의 희지재가 모두 죽었으니 지사님도 원한을 피해가기는 무리겠지요. 본래의 호위책임자인 태산 시장 응소는 살아남았지만 조조를 볼 낯이 없었는지 혼자 달아났습니다.”
다행히 유비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장막이 돌아갔다. 조조는 차게 식은 국화차를 노려보다가 위스키를 대신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희지재를 불렀다.
굶주린 채 도망가는 적을 추격해 섬멸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장안에서?” “초선 씨는 모를 겁니다. 전화로 전해온 최신 소식이니까요. 마등 장군이 사인방 퇴진을 요구하며 장안으로 출전했다고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이각, 곽사, 장제, 번조 네 사람이 대통령과 요인들을 전부 학살할 것 같았다.
어째 곽사가 안 보인다 했더니 매복을 준비했던 모양이었다. 이각군은 어차피 후퇴중이니 여포는 부대를 돌려 곽사를 막기로 했다.
그렇게 감옥이 끔찍해진 것도 동탁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기타 가수는 더 이상 물고늘어질 수 없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왕윤의 고소가 끝나자 유협이 물었다.
여포를 추천하고 영입했을 때 이숙은 이제 자기에게도 출세가도가 열렸다고 좋아했었다. 그러나 여포가 대령이 된 지금까지도 그는 대위였다.
동탁의 만찬은 침략 후 상황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웠다.
사기 잃은 강동군을 번성까지 밀어낸 뒤에야 형주군이 물러났다.
강동군이 장강을 건너 형주 영내에 상륙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형주군은 쇠파이프를 동원했다.
그러나 역시 혼혈도 소수 민족도 아닌 유비가 그 주제로 조운에게 먼저 말 꺼내기가 어려웠다.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어쩌다 잠깐 얼굴보는 사이여서 더 그랬다.
유비는 원래 눈물이 많았다.
분노한 공손찬은 반하 도강을 서둘렀다. 원소도 거기에 대비했다.
다음날 한복은 한숨도 못 잔 얼굴로 나타나, 원소에게 기주 지사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전쟁을 막고 기주를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동탁 일행은 무사히 장안에 도착했다.
조조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뜻깊은 일이면 새 대통령도 네가 하면 되겠네. 왜 가만히 있는 유우 머리채는 잡는 거야?”
-장안으로 옮긴다. 살고 싶은 사람은 짐 싸서 따라와라.
손견이 여포 상대로도 선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드디어 연합군의 나머지 병력도 진격을 서둘렀다.
요새 앞인 만큼 매복에 좋은 지형지물 같은 건 없었다. 호뢰관의 수비를 위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거기서 나온 정찰대 역시 자신들을 감추기 어려웠다.
“황건교의 난 때 굉장한 활약을 했었죠. 관우 대위라면 분명 가능할 겁니다.”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꼬여버릴 일은 아니었다.
이날 밤 조조는 노숙할 곳을 찾는 대신 밤새 차를 몰아 그 지역을 벗어났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도 군부대가 있었지. 그들이 동탁 명령을 따른 건가?”
조조는 그 쇠파이프의 스위치를 쥐고 끝을 돌담에 겨누었다.
가후는 첫 곡이 끝났을 때 복도로 나와버렸다. 2번 박스석으로 밀려난 우보가 골이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보냈던 투표함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줘야 하는 이유죠. 왜 공장마다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린 요즘 시대에까지 중화기와 군용 장비는 가솔린을 쓰겠습니까?”
호텔 주변에 다다르자 갑자기 거리가 깨끗해지고 대신 동탁군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시용인지 사병 한 명 한 명이 다 소총 한 자루씩은 들고 있었다.
“수도 방위군은 항복했고, 대통령 관저, 경찰청, 국방부도 점령했습니다.”
동탁의 본대는 의회와 대통령 관저를 급습했다.
“대통령 유변의 명입니다. 동탁 소장은 진군을 중단하고 본래 주둔지로 돌아가십시오.” 하남 경찰서장이 직접 찾아와 전달한 명령에 동탁은 코웃음만 쳤다.
조위그룹 임원 회의가 끝나고 조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장실에 돌아왔다. 그룹 승계 작업은 거의 완료되었다. 건강도 많이 회복했다. “원소 청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조조는 회상에서 깨어나 현재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염려한 바로 그 상황이 지금 펼쳐지고 있었다.
며칠 뒤 건석이 황건교의 난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난이 일어나기 직전 체포되었던 장각의 제자 마원의가 사실은 건석과 내통했었다는 증거가 뒤늦게 드러나서였다.
“새 지사면 유우 지사님이요? 뭘 어쨌는데요?”
배턴이 이번에는 서장의 어깨를 내리쳤다. 얼굴은 급소고 일격에 죽일 생각은 없었다.
“미안.” 다리로는 페달이 느려지지 않게 밟으며 장비가 사과했다.
“듣고 계십니까?” 희지재의 목소리에 조조는 현재로 되돌아왔다.
노식 교수의 집 주소를 받고 물러나온 세 사람은 자체방어구역을 나가기 전 구역 내의 마트를 가봤다. 침략 전부터 있던 대형 마트였다.
황건교가 일으킨 내란이 종식되었다.
“그런 양반들이 쓸모가 있었으면 왜 우리가 이러고 나섰겠수.” 황개가 웃음 끝에 빈정거렸다.
신중하게 아껴 쓰는 저격총이 이번에도 맹활약을 했다. 포대 주위의 황건군을 처리했다는 신호탄이 오르자 곧 전군이 산 위로 뛰어올랐다. 의용군 중엔 뒤처지는 병사들이 생겼다. 그러나 관우와 장비는 정규군보다도 빠르게 산을 탔다.
“하, 평화로울 땐 군대 근처도 안 가려던 양반들이 이제와서 외계인의 작대기 몇 자루 가지고 잘난 체할 생각이군. 그 작동원리는 알고 휘두르는 건가? 그건 뭐 무한정 쓸 수 있을 것 같나?” 유비도 이젠 얼굴을 펴고 있기가 몹시 힘들어졌다. 행인지 불행인지 동탁이 먼저 빙글 돌아섰다.
“이쪽은 오는 길에 만난 의용군 대장 유비입니다.” 조조가 유비를 황보숭에게 소개했다.
황보숭의 진지에 도달하기에 앞서, 하룻밤을 중간에 만난 소도시에서 지내기로 했다.
어느덧 적들이 장비를 보면 몰려드는 게 아니라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 놈들은 내버려두고 덤비는 놈들에 집중했다.
“세상이 바뀐다고요.” 유비가 마른침을 삼키고 대꾸했다.
“우리는 유주에서 온 의용군입니다. 노식 교수님의 모집글을 보고 왔어요.” 유비가 군인들에게 두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낙양에서는 여전히 기자라는 직업이 유망한 편에 속했다. 시대가 불안해진 만큼 사람들이 새 소식에 목말라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노식 교수의 의용군 모집글은 실제로 이제까지의 그 어떤 모집보다도 더 많은 의용군을 모았다.
유비의 예상과 달리 유주군과 세 자매는 바로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수 없었다.
호텔의 강당에 모인 황건교 간부들은 장각의 특사에게 자신들의 공적을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민들 상대로 포교를 얼마나 했고 군인 포로가 생기면 얼마나 잘 감시했고, 불순분자는 어떻게 색출했는지 일일이 유비가 다 들어줄 시간이 없어서, 각자 알아서 자기 공적을 적어내도록 해야 했다.
화분과 기둥 뒤에 숨어있던 황건교도들이 기겁해서 뛰어나왔다. 그러나 관우가 외계인 방패로 테이블을 찍어 쿵 하는 소리를 내자 주춤했다. 그동안 눈을 감싼 방주의 덜미를 장비가 잡아 패대기쳤다. 유비는 품에서 노란 종이 한 장을 꺼내들고 황건교도들을 향해 외쳤다.
“대현량사님의 말씀을 가져왔는데 방주란 자가......” “저는 방주가 아닙니다.” 그가 서둘러 변명했다. 유비는 여전히 거만한 말투로 추궁했다. “방주님은 그럼 어디 계신가?”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자가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자동권총 들었던 자에게 눈짓하자 그자가 황급히 안쪽으로 달려들어갔다. “방주님은 곧 만나실 수 있을
유비는 일단 따라서 박수를 치며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겁에 질린 듯 표정이 굳은 사람은 의외로 적었다. 저런 뻔하고 흔한 선동에 넘어가 간절하게 호응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외계인들은 우리의 교주님이신 대현량사 장각에게 그들의 뜻을 전하고 잠시 돌아갔으나, 대신 그들의 힘을 내려주고 갔습니다. 대현량사께서 세상을 정화하고 교화하실 수 있도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론 변장이었다. 유비는 지급받은 군복 대신 가져온 평상복을 입고 핸드백을 들었다. 그것만으로 지나가는 민간인 1이 되었다. 관우는 길고 숱 많은 까만 머리 덕에 당장 군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체격과 외모는 굉장히 눈에 띄었다. “차라리 화장하고 한껏 꾸민 다음에 실직한 모델이라고 할까? 먹고 살 길이 없어
간옹은 그날 오후 늦게 돌아왔다. “역시 주 정부도 물품이 남아도는 건 아니어서 팔 수 있다고 내놓은 목록은 종류도 수량도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서 최대한 실속있게 골라야 해요.” 설탕과 의약품, 세제류로 살 것을 정하고, 다음날이 되자 청사로 찾아가는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다시 싸우러 나가는 것처럼 엄숙했다. 다행히 담당자는 유비 일행의
수감자들을 계속 통제하기 위해, 경비시설에는 최대한 이전처럼 전기를 공급했다. 그러나 감방 안에는 변기와 세면시설만 가동하고 불은 켜주지 않았다. 수감자들 사이에 불만이 들끓었으나 교도소장도 난감했다. 이전처럼 하자니 없는 전기를 끌어와야 하고, 유언 주지사도 수감자들이 통제를 벗어날 것부터 걱정했다. 교도소의 무장은 대개 개인용 소형화기라 테이저건 같은
외계인들이 쓰던 무기 중 그나마 조금 알려진 것들이 있었다. 그 첫째가 저 ‘쇠파이프’, 둘째가 에너지 보호막이었다. 유주군의 공격이 막히는 것이 그 방패 때문이었다. 그러니 전차 양 옆으로 호위하듯 진군중인 몇 명이 방패 조종간을 지녔을 것이다. 에너지 방패는 조종간에서 우산처럼 펼쳐지는데 조종간은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고, 누런 에너지 장벽도 빛
출정식은 시청 광장에서 치러졌다. 정식 군대의 제식을 본떠 탁현 대대로 이름 짓고 유비가 대대장을 맡았다. 거기서 250명씩 반으로 나누어 관우 중대와 장비 중대로 삼고, 그 아래로 각각 50명씩 5개 소대로 구성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제식 훈련도 겨우 했기 때문에 분대까지 만들기는 무리였다. 소대장들이 자기 소대원들을 다 기억하고 있기만 해도 용한 수준
“잠깐, 잠깐.” 유비도 따라 일어났다. “세상엔 힘 세고 싸움 잘해도 악당인 사람 많아. 관우 씨가 너보다 세면 좋은 사람인 거야?” “그건 아니지만, 이 키로 얼마나 잘 싸우는지 궁금하지 않아? 난 궁금하거든.” “나도 궁금해. 그러니까 더 안 돼.” 유비가 아직도 접시 위에 남아있던 팝콘 한 알을 집어 장비의 입 안에 밀어넣었다. “싸우다 다치기라도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추정은 자신의 신분증부터 내밀었다. 자신이 이제부터 풀어놓을 중대한 이야기를 할 자격이 되는 사람 맞다고 입증하는 태도였다. “공무원들도 다른 경찰들도 도저히 일정을 뺄 수 없어 부득이 저 혼자입니다.” 유비가 테이블에 차려놓은 복숭아 주스를 한 잔 집어 마시는 사람은 추정 한 명뿐이었다. 먼 길을 역시 자전거로 달려오느라 지친
2234년. 유주 탁현시 누상구. “나 왔어.” 유비가 헤실헤실 웃으며 현관으로 들어왔다. 손엔 커다란 보온병을 들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장비가 물었다. “설마 복숭아 주스야? 지난번에 준 거 아직 나 다 못 마셨는데. 냉장고에 들어있다고.” “알아. 이건 오늘 시청에 가져갔다가 그냥 도로 가져온 거야. 시청 냉장고도 만원이라서.” 만원인 것도 만원인
2231년 6월 23일. 한(漢)연방 민주공화국 유주 탁현시 누상구. (*탁현(涿縣)의 현(縣)이 당시 행정구역의 명칭이지만 ‘탁 시’가 되면 어감이 나빠지므로 편의상 탁현시로 만들었습니다.) “장비, 나 괜찮아 보여?” 전신거울 앞에 뻣뻣하게 선 유비가 긴장한 기색으로 심호흡을 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이었다.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