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IIIIII
총 97개의 포스트
“결국 생일도 나이도 박사님께서 정하신 건데 말이야. 그치?” “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제노가 자신에게 묻자 피츄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동그란 머리를 제노가 쓰다듬었다. “야, 고아.” “….” “야.” “….” “야!” 코앞에서 들리는 외침에 멍을 때리고 있던 제노가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남자아이들 무리가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춥지? 빨리 씻고 나오렴. 따뜻한 물 받아놨어.” 탁, 현관문이 닫히자 집안의 따스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해가 저무는 시간까지 눈놀이를 마친 아이들을 남나리가 반겼다. 그린이 서둘러 들어가느라 마구잡이로 집어 던진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제노가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제노가 이 집에 온 지 몇 달이 지나 완전한 겨울.
“레드, 이쪽은 내 동생.” 마치 자기 자랑을 하듯이 으쓱이며 그린이 말했다. 그에 레드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린이 어린 나이에도 잘생긴 티가 나는 이목구비로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는다면, 레드는 뭔가, 뭔가… 감자 같았다. 그것도 막 흙을 털어낸 동글동글 알감자. 제노가 레드를 관찰하듯이, 레드 또한 제노를 바라보았다. 빤한 그 시선이 부담스러
오 박사의 집에 지내게 되면서도 제노의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아침이 되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다. 이불을 정리하고, 곧장 부엌으로 향한다. “좋은 아침.” “안녕히 주무셨어요.” 커피를 끓이고 있으면 뒤이어 일어난 남나리가 부엌에 나온다. 아침을 준비하는 그를 도와 식기를 나르고 커피를 잔에 따르고 있으면 곧 오 박사와 그린이 식탁에 모였다
연구실에서의 생활은 편안했다. 다치고 기억을 잃은 불쌍한 아이. 동정을 사기 쉬운 포지션이었기에 연구원들은 모두 제노를 상냥하게 대했다. 제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틈틈이 연구원들을 보조하며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했다. 보조라고 해도,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피를 타오는 등의 잔심부름뿐이었지만 말이다. 며칠 뒤, 경찰
▶ [ 처음부터 시작한다. ] [ 설정을 바꾼다. ] ???: … 그렇구나, 당신… 이제 모험을 시작한 거군. ???: 이름. 지어줄게. ???: 제노. 내가 아는 트레이너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의 이름이야. ???: 이거, 다시 돌려주길 기다릴 테니까. * 파삭, 파사삭, 풀숲을 해치는 소리가 났다. 작은 아이 한 명이 허겁지겁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회장을 채우고 있다. 특징적인 스타일을 가진 관장들을 제외하면 전부 모르는 얼굴들이다. 아마도 협회의 높으신 분들이나 그 관계자들이겠지. 협회의 의사를 전달하며 성호가 알려주길, 감사의 의미로 표창장 전달이 있을 거라고 했다. 제노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제발 저는 빼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빈 덕일까, 표창장의 주인
사이코키네시스는 막힌다, 근접 공격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성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메타그로스, 파괴광선!!” “솔라빔!!” 양쪽 모두 전력을 다한 공격. 동시에 쏘아진 굵은 빛줄기가 중앙에서 부딪치며 강한 폭발이 일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렸으나 눈은 완전히 감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바람이 일고, 침묵과 함께 먼지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가디안, 너도 돌아와.” 크게 다친 건 아니었으나 연이은 사이코키네시스의 사용으로 체력 소모가 컸기에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었다. 제노가 다른 몬스터볼을 집어 들고, 세 사람이 동시에 볼을 던졌다. “부탁한다!” 윤진의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것은 로파파. 덩실덩실, 로파파가 리듬에 맞춰 흥겹게 발을 굴렸다. 물/풀 타입 포켓몬, 거기에 특성까지 더해
시간이 흐르고 일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더 이상 제노가 레쿠쟈와 관련해 걱정할 일은 없었다. 여러 도시를 바쁘게 오가던 성호의 일정에도 공백이 생기고, 루네시티도 완전히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 말인즉슨 루네체육관이 다시 도전자를 받는다는 뜻. 필드의 양 끝에 선 윤진과 성호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연지방 전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을 때, 성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비가 그친 뒤의 하늘은 더욱 깨끗하고 파랬다. 때 한점 끼지 않은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루네시티의 모두가 걸어 잠갔던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맞이했다. “자, 이제 괜찮을 거야.” 곳곳에서 들려오는 환호 소리를 뒤로 한 채, 제노가 품에 안긴 야생 지그제구리를 놓아주었다. 비바람에
푸하!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는 소리와 함께 제노와 실버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뭍에 올라와 있던 성호와 윤진이 두 사람을 위로 끌어올렸다. 해저 동굴에서 탈출한 뒤, 수중을 통해 도착한 루네시티. 상공에는 가이오가의 힘으로 인해 발생한 폭우가 도시를 물에 가라앉힐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괜찮니?” “… 네.” 어두운 하늘 아래서도 반짝이
“이연은?” “그게, 아직….” “… 쯧, 출발한다!” 리더, 아강의 외침에 따라 아쿠아단 단원들이 크게 대답했다. 몇몇은 그를 따라 잠수정의 안으로, 또 다른 몇몇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입구를 경계하며 자리에 대기했다. 그때 굉음과 함께 문이 열린다. 아니, 박살 났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끈질기게 아쿠아단을
“님피아!” 밝은 빛줄기가 고래왕자에게로 쏟아진다. 충격에 날아오른 고래왕자의 몸이 뒤집힌 채로 물 위에 둥실, 떠올랐다. “치잇… 이렇게 된 이상, 도망이다!” 꼬맹이들만 상대하면 될 줄 알았더니, 저 트레이너, 강하잖아! 마지막 포켓몬을 들여보낸 아쿠아단 조무래기가 타고 있던 고래왕자에게 서둘러 헤엄칠 것을 명령했다. “놓칠 세냐!” “잠깐, 휘
수면이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다 같은 파도 같아 보여도 사실은 전부 달라서, 제각기 다른 소리를 조용히 집중해서 듣는다. “설마 자?” …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없었어도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대답하지 않자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하여간 집요한 녀석 같으니. 제노가 느리게 눈을 뜨며 고개를 들었다. 실버가 뚱한 표정을 하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
“하아, 하… … 완전히 지쳤어.” 쓰러진 두 포켓몬을 바라보던 이연이 중얼거렸다. 시선은 자신 앞의 두 사람에게로 향한다. 챔피언, 그리고 누군지 모를 건방진 꼬맹이. 하루 이틀 쌓아서 나오는 실력이 아니었다. 호흡을 맞춰 빈틈없이 서로를 보완하던 두 포켓몬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들이라면 어쩌면 아강을…. 거기까지 생각한 이연이 말했다. “… 이걸로
노부부가 준 정보를 토대로 아쿠아단을 쫓아 잿빛도시로 향하려던 계획은 성호에게 도착한 연락에 의해 막히게 되었다. 아쿠아단이 날씨연구소를 점령했다는 소식. 곤란해하고 있는 성호에게 두 팀으로 나뉘자는 제안을 한 건 윤진이었다.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제노의 옆에 붙은 실버를 윤진이 떼어냈다. 호연의 지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팀에 한 명씩 들어가야 하지
두 사람이 한참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성호와 윤진이 나란히 돌아왔다. 실버와 제노는 그제야 자세를 바로 했다. 어쩐지 싸우기라도 한 것 같은 묘한 분위기에 제노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니, 별거 아니란다.” 그렇군요…. 왠지 지금 윤진의 말에 토를 달면 안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제노는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빙긋 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온다는 계획은 방문 앞에 서 있던 성호와 윤진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 네 사람은 복도에서 서로를 확인하곤 어정쩡하게 멈춰 섰다. 모래범벅인 둘의 모습에 성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설마 습격당한 거니?!” “아, 아뇨, 그게….” 요 앞에서 배틀했어요, 배틀. 제노가 그렇게 말하며 머쓱한 듯
제노가 몬스터볼을 던졌다.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루카리오였다. 비행 타입에 유리한 피카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격투 타입을 가진 포켓몬이 나왔다. 예상이 빗나간 실버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야, 피카츄는 안 꺼내는 거야?” “가끔 다른 애들도 나와줘야 하지 않겠어?” 설마 상성 하나만 믿고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제노가 태연하게
호텔의 모닝콜 서비스보다 빠르게 울린 벨 소리에 제노가 눈을 떴다.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옆을 바라보자 침대의 반대쪽 끝에 실버가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제노로부터 최대한 멀찍이 떨어진 것이, 잘못 움직였다간 곧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잠들기 직전까지 놀려댄 것이 아무래도 많이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그가 몸을 조
결론만 말하자면 세 사람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해안시티에 도착했다. 경찰에게 붙들려 일을 정리하는 데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기 때문이었다. 도시의 경계에 접어들자 캄캄한 하늘과 달리 불빛들로 환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 포켓몬 두 마리가 안정적으로 포켓몬 센터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녹빛 머리, 새하얀 복장. 센터의 앞에는 어두운 밤에도 시선을 끄
반사적으로 양팔로 몸을 감쌌으나, 느껴지는 충격은 없었다. 제노가 감았던 눈을 뜨고 상황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성호였다. 어라, 가디안이 아니네? 의문을 가지고 있자 리플렉터를 펼친 가디안이 옆에서 옷자락을 살짝 잡아 왔다. 아무래도 성호 때문에 자리를 빼앗긴 듯싶었다. 그래도 고마워. … 챔피언도 지키려고 한 거 맞지? 제노의 물음에
쿵, 우르릉. 동굴 안을 울리는 수상한 소리에 마그마단의 간부, 호걸이 입구 방향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곳곳에 설치된 등에 불이 켜지며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현재 리더인 마적은 주홍구슬을 훔치기 위해 부재중인 상태. 구열 또한 그를 따라나선 상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리더가 구슬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기다리며 깨어난 그란돈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다음 날 점심. 세 사람은 112번 도로에서 수상한 짓을 하는 마그마단의 조무래기를 발견했다는 용암체육관 관장, 민지의 정보를 따라 용암마을로 향했다. 마적이 제 입으로 그란돈이 봉인되어 있다고 말한 곳이 바로 근처의 굴뚝산. 마침 태홍에게서 그곳에 마그마단의 본부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제노는 성호가 제안한 용암마을로의 여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고즈넉
묘한 분위기를 깬 건 전화벨 소리였다. 제노가 주머니에서 포켓기어를 꺼냈다. 화면에 뜬 숫자를 보니 포켓몬 센터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번호였다. 잠시 실례할게요, 그렇게 말한 제노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여보세요? … 네, 맞습니다. 네, 네…. 네?!”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답하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테이블에 남아있
실버는 비죽 내민 입술을 꾹 다물 뿐이었다. 제노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뭐야 그게!” “뭐기는, 내 맘이지. 게다가 당신 표정은 꼭 내가 졌길 바라는 것 같은데.” 정곡을 찌르는 말에 이번엔 제노의 입이 합 다물렸다. 그 모습에 실버의 눈썹이 크게 요동쳤다. 아, 붐볼 이거 터지겠네. “진심이야? 내가 그 자식한테 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럼
쿠웅-. 마그마단이 내놓은 마지막 포켓몬인 폭타가 쓰러졌다. 마적이 이 상황이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갑자기 나타난, 챔피언 옆의 수상한 트레이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나타나선 우리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니…. 그때, 벨 소리가 울린다. 마적의 포켓내비다.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은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아쿠아단이 굴뚝산에…? 쯧, 알겠다. 내가
252. 어두컴컴한 동굴 안. 온통 새카만 차림의 누군가가 서 있다. 어깨 위에는 피카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쪽 귀가 삐죽삐죽, 특이한 형태다. 그가 동굴의 벽화를 바라본다. 한 포켓몬은 용암이 솟아오르는 대지에, 한 포켓몬은 휘몰아치는 파도 사이에 존재한다. 한쪽 하늘은 메마르고, 반대쪽 하늘은 비가 쏟아진다. 커다란 두 마리의 포켓몬은 서로를 잡아먹
160. 성도지방, 너도밤나무숲. 어두운 밤, 실버는 길을 벗어나 숲속을 걷고 있었다. 조금 앞에서 그의 포켓몬을 발견한 실버가 풀숲을 헤치며 걸어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이제는 포푸니라로 진화한 포켓몬이 그를 바라보았다. “나 참, 이미 진화한 지가 언젠데, 배틀 약간에 신이 나기라도 한 거냐?” 익숙한 투덜거림에 아랑곳하지 않은 포푸니라가 그를
158. [ 내 포푸니가 포푸니라로 진화했어. ] 오후 10:32 . . . [ 전화를 걸면 끊어버리고, 뭐 하자는 거야? ] 오후 01:08 [ 답장 좀 해. ] 오후 01:15 [ 아니면 손가락이 부러지기라도 한 거냐??? ] 오후 01:17 [ ㅇ ] 오후 01:17 [ ㅊㅜ;소 ] 오후 01:17 [ 방금 건 취소. ] 오후 01:17 [ 진짜로 다
133. “그럼 이 더듬이,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오 박사가 줄자를 가져와 님피아의 리본 모양 더듬이에 대었다. 으르릉, 인상을 찌푸린 님피아가 불길하게 목을 울리기 시작했다. “어, 어엉…?” 짜악-!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오 박사의 비명이 들려왔다. 우당탕거리며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라디오에서 송출되는 소리만으로 상황을 파악
월로는 코기토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예를 들어, 변치 않는 모습으로 보통의 사람들보다 긴 세월을 살며 신분을 바꾸는 방법 같은 것들. - 챔피언 자리를 건 사천왕 대엽 대 챔피언 난천의 대결! 자, 어느덧 시합은 마지막 포켓몬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숨기며 사는 코기토와 달리, 월로는 어떤 때엔 연구자로, 또 어떤 때엔 지방의 부흥
“이야, 정말 놀랐습니다. 설마 두 분이 남매지간이셨다니.” “….” 사각사각, 능청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트는 월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린은 조용히 사과를 깎았다. 얇고 길게 나오는 붉은 껍질을 보니 실력이 제법이었다. 그린이 한입 크기로 과육을 썰어 담은 접시를 제노에게 건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제노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갑자기 일이 생긴 난천을
띡-, 띡-, 일정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제노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까맣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지며 주변이 들어왔다. … 낯선 천장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환자 모니터링 장비가 있었다. 알 수 없는 숫자와 함께 일정한 모양으로 그려지는 그래프가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여긴 병원
디아루가와 펄기아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포켓몬을 만났다. 남은 포켓몬은 단 한 마리, 기라티나. 이제는 창처럼 깨어진 기둥들만이 남아있는 천관산의 꼭대기로 향했다. 그곳에는 월로가 제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동안 모은 플레이트를 제게 넘기시죠! 제가 그것들을 하나로 모으겠습니다!” 월로가 자신의 진짜 목적을 말했다. 아르세우스를 만나, 그가 자
제노는 코기토 교수님께서 내어주신 과제… 아니,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호수로 향했다. 진실호수.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동굴로 들어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포켓몬을 제압하고 나자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엠라이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호수를 지키는 전설의 포켓몬과 마주하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원래의 세계에서 갤럭시단의 연구
어느 날 월로가 제노에게 물었다. “이도 님께서 시공의 균열에서 떨어지기 전에 지내던 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상행은 잠깐 자리를 비운 상황. 그는 과묵한 제노를 배려하여 월로가 던지는 난처한 질문들을 대신 받아치곤 했다. 월로는 그런 그가 없는 때를 호시탐탐 노렸다. 아마 이 질문은 상행이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되겠지. 덩치 큰 두 사람의 미묘한 기싸움
이후 임무를 계속하면서 제노의 포켓몬들은 성장했다. 나몰빼미가 빼미스로우로, 꼬링크가 럭시오로 진화했다. 제노가 럭시오의 털을 쓰다듬었다. 녀석이 기분 좋은 듯 만족스러운 울음소리를 흘렸다. 피카츄를 포함해 원래 가지고 있던 포켓몬들은 키우지 않았다. 도감만 완성하고 놓아주었다.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포켓몬도, 사람
이른 아침. 제노가 단원용 숙소를 나섰다. 조사대의 일로 하도 불려 다니다 보니 박사가 지어준 이름도 귀에 익숙해졌다. 제복을 갖춰 입고 모자를 눌러쓴다. 크게 하품한 꼬링크가 쭉 기지개를 켜곤 폴짝폴짝 옆에 따라붙었다. 아무래도 같이 걷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지도 일주일. 조사단에서 임무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제노는 이른 시각 마을을 나가
라벤 박사에게서 도망친 포켓몬들에 대한 것과 몬스터볼로 포켓몬을 잡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제노는 적당히 맞장구만 쳤다. 죄송한데 제가 이 짓거리만 십 년 넘게 해온 사람이에요. 규토리 열매로 만든 볼로 능숙하게 세 포켓몬을 모두 잡은 제노를 향해 박사가 아낌없는 칭찬을 날렸다. 포켓몬을 두려워하는 지금과 달리, 미
· 샛길 하나에서 이어지는 if 세계입니다. 신오지방, 때는 난천과 신오 이곳저곳의 유적지를 탐사하던 시기. “수고했어, 한카리아스.” “너도 돌아와.” 제노의 부름에 샤미드가 몬스터볼 안으로 들어간다. 난천과 제노는 동굴 속에서 마주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주하는 야생 포켓몬을 힘으로 제압하였다. 난천이 복잡한 표정으로 쓰러진 마기라스를 바라보
그는 어딘가 우수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제노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관동을 떠나왔어요. 아직도 박사님껜 죄송해요.” “박사님?” “오 박사님이라고, 저를 돌봐주신 분이세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기억을 헤집던 난천이 양손을 짝, 모았다. “혹시 오용호 박사님을 말하는 거니?” “네. 알고
“저 줄기가 문제란 말이지. 그렇다면 한카리아스, 줄기를 끊어버려!” 발톱에 기운을 모은 한카리아스가 호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줄기들을 하나둘 끊기 시작하자, 제노가 팔을 뻗으며 외쳤다. “지금이야!” 그때 호수의 물이 출렁이더니,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파도타기에 맞은 한카리아스의 몸이 위로 밀려났다. “내리꽂아!” 피카츄가 그 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 일컬어지는 포켓몬, 밀로틱이 높고 청아한 소리로 울었다. 물론 난천의 밀로틱은 강한 포켓몬이지만 풀 타입인 이상해꽃을 상대로 물 타입 포켓몬이라니, 꿍꿍이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난천씨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이상해꽃, 부탁해!” “피하면서 냉동빔!” 역시 얼음 타입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상해꽃의 맹독을 피한 밀
다음 날 오전, 제노는 어제와 같은 호수에 난천과 마주 보고 섰다.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은 세 마리! 어느 쪽의 포켓몬이 모두 행동 불능이 되면 끝이야!” 체육관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교체는 양쪽 모두 자유롭다는 것. 룰을 받아들인 제노가 고개를 끄덕이고 몬스터볼 하나를 손에 쥐었다. 어젯밤, 제노는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고 난천에게 물었다. 유
“누가 먼저 그랬어. 빨리 솔직하게 말해.” “피.” 피카츄와 이브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서로를 가리켰다. 하아…. 제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선 가디안과 샤미드가 쓰러진 메꾸리를 돌보고 있었다.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달려오는 메꾸리를 막을 수 없다 생각한 제노는 가디안에게 방향을 비틀 것을 지시했다. 가디안의 사이코키네시스로 달리는 궤적
“미안해, 내 고집 때문에 이런 곳에 머물게 되어서.” 킁, 코를 한번 훌쩍인 제노가 고개를 저었다. 실컷 내부를 조사한 난천과 유적을 나왔을 때는 이미 캄캄해진 시간이었다. 하늘에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수색하던 토게키스가 두 사람의 모습에 서둘러 아래로 내려왔다. 지면에 착륙한 토게키스가 무척 걱정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천은 토게키스에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공항에서 내린 두 사람은 미리 난천이 빌려뒀다는 토게키스를 이용해 설산으로 향했다.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 중 비행 타입이 없었기 때문에 제노는 그의 뒤에 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난천의 한카리아스를 날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눈이 내린 공간이란 한카리아스에게 악조건. 미리부터 고생시킬 필요는 없었다. 누구의 포켓몬을 빌린 걸
눈을 뜬 제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그럼에도 편하게 잘 수 있었던 이유는 방안에 겹겹이 쳐진 커튼 덕분이었다. 제노가 황급히 제 몸을 더듬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천의 감촉.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난천이 하이볼을 세 잔째 말아주던 것이 마지막 기억인 제노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일단 방 밖으로 나가자
예정에 따라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차량. 길고 지루한 이동길에 난천은 울리는 알림을 확인했다. 화면에 뜬 것은 카드 사용 내역. 상세 내용에는 장막시티 내 한 마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가격이면 뭘 산 걸까, 식재료? 난천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뒤이어 문자가 전해졌다. ‘나무 열매가 할인을 해서 포핀을 잔뜩 만들었어요.’ 그런 내용과 함께 전해진 것
여전히 꼭대기 층에 위치한 태홍은 웬일로 갤럭시단의 복장이 아닌 멀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제노가 빤히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연구 시설 증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오는 길이다.” 아 맞다, 얘 대기업 회장이었지. 갤럭시단의 겉모습은 신오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업이었다. 도서관이며 연구소, 역사박물관 등 여러 시설이 태홍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도시에
쿠르릉,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구름이 모이고 사위가 어두워진다. 제노를 노리던 아그놈과 유크시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광선이 호수를 향해 쏘아졌다.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얘기처럼 호수의 물이 갈라지고, 그대로 커다란 파도가 되어 호수 주변을 덮쳤다. 영향권에 있던 제노가 물살에 밀려나 다시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제노는 기묘한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포켓몬들도 마찬가지로 달라진 기운을 느꼈는지 이미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아직 진화하지 않은 이브이만이 몬스터볼에 들어있었다. 나가자. 옷을 갖춰 입은 제노가 그렇게 말하며 나서자 포켓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서늘한 새벽. 호수 주변은 물안개로 사위가 가려져 있었다. 허나 커
- 정말 혼자서도 괜찮나? “괜찮으니까 너희 조무래기들 보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방해만 돼.” 정작 제노의 답을 들은 태홍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옆의 새턴이 길길이 화를 냈다. 제노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새턴에게 하도 욕을 듣다 보니 터득한 기술이었다. 태홍과의 통화를 마친 제노가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진실호수를 조사하기 위한 간이건물.
태홍이 제노를 연구실로 이끌었다. 뒤로는 마스와 주피터가 따라왔다. 그곳에서 제노를 맞이한 것은 새턴과 플루토, 그리고 붙잡힌 전설의 포켓몬- 유크시, 엠라이트, 아그놈이었다. 제노가 초록색 액체가 담긴 실험관에 죽은 듯이 갇혀있는 세 마리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부글부글, 간간이 올라오는 거품 사이로 자신의 얼굴이 유리에 비쳐 보였다. 문득 갤럭시단과
난천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1년. 제노는 연구는 물론 챔피언의 일로 바쁜 난천을 대신해 장막시티에 머물며 플레이트의 수집에 열중했다. 모은 플레이트는 모두 19개. 각각의 플레이트에 이름을 붙인 난천은 제노가 가져온 레전드플레이트를 조사하며 이것이 마지막 플레이트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제노는 그것에 동의했다. 딱히 난천만큼의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
거세게 쏘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허공에 붕 뜬 한카리아스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한카리아스가 난천의 발치까지 날아왔다. “… 수고했어, 한카리아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투 불능 상태를 확인한 난천이 한카리아스를 볼로 돌려보냈다. 한카리아스가 들어간 몬스터볼을 쥔 난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겪는 패
회상을 마친 대엽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전진은 끝까지 제노를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게 도우려 했으나, 끈질기게 달라붙는 대엽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지막 행적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천관산이라니, 그런 데에 뭐 재밌는 게 있다고. “하아, 우리 아가씨, 어째서 안 오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당신이 싫어서입니다.” “내가 너무
“정말 강하구나, 너의 이상해꽃! 하지만 이걸로 교체야!” 제노가 다음 몬스터볼을 꺼냈다. 안에서 나온 루카리오가 발끝으로 가볍게 뛰며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제노가 웃으며 말했다. “설마 단지 빛의장막만을 위해 이상해꽃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에레키블이 몸을 휘청였다. 전진이 놀란 눈을 하고 에레키블의 상태를 살폈다.
전진의 취향에 맞게 개조된 넓은 체육관 안. 관중석에는 단 한 명, 대엽이 앉아 있었다. “… 후우. 나는 체육관 관장 전진. 신오 제일의 체육관 관장이라고도 불리지만… 뭐, 딱히 상관없어.” “제노입니다.”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기계 음성이 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포켓몬을 꺼냈다. 전진은 쥬피썬더, 제노는 이상해꽃이었다. “전기 타입 공격이 반감
천관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유적지, 창기둥. 신오지방의 챔피언, 난천은 창처럼 깎인 기둥들 사이로 서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난천을 등지고 창기둥에 오르는 계단의 반대편 끝에서 설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이 불 때마다 그가 쓴 후드에 달린 털이 흔들렸다. “당신이지? 배지 8개를 모두 모았다는 트레이너가.” 난천의 목소리에 그가 조금
· 심향 루트. 하지만 로맨스는 거의 없습니다…. 포켓몬 센터 앞.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심향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 심향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누나!!” “나는 보이지도 않냐?” “실버도 안녕!” 히죽 웃은 심향이 곧장 제노의 앞으로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부쩍 자란 키. 성도에 있을
거하게 뒤통수를 맞은 목호가 시원하게 웃었다. 가디안을 제외하더라도 결국 남은 것은 제노의 포켓몬이었으므로, 제노와 실버의 승리였다. “너희들의 콤비, 훌륭했다.” “거의 제노가 혼자 다 했지만 말이야.”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가 불퉁하게 답했다. 그러자 목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실버가 목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계
“가라, 이번엔 너다!” 리자몽의 울음소리가 동굴 전체를 울렸다. 그 진동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포푸니.” 실버의 몬스터볼에서 나온 포푸니가 높은 소리로 울었다. 리자몽에 비해 그 기세는 약했지만, 전혀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버가 바닥을 축축하게 적신 바닥을 한번 보곤, 포푸니에게 작게 신호를 보냈다. 실버를 슬쩍 돌아본 포푸니가 고개를
다행히도 붐볼 실버가 터지기 전에 심판이 다가와 용의 굴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향은 자존심이 세니 지금은 그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는 편이 좋을 거란 말도. 어찌저찌 실버를 달랜 제노는 센터에서 포켓몬들의 치료를 마친 뒤, 용의 굴 중앙에 있다는 사당으로 향했다. “장크로다일, 괜찮아?” 제노의 물음에 두 사람을 등에 태운 장크로다일이 울음소리로 답했다
순식간에 시합이 재개되었다. “장크로다일, 신뇽에게 붙어!” “그렇게 둘 순 없지! 신뇽, 전기자석파!” 물 타입인 장크로다일에겐 효과가 좋은 전기 공격. 허나 내리장크로다일이 내리꽂히는 전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뇽을 향해 달려들었다. “폭포오르기!” 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때였다. 세찬 물살과 함께 장크로다일이 돌진했다. 거센 기세에 밀쳐 올려진
검은먹시티 외곽의 호수. 실버는 그날 하루를 이향과의 시합에 대비하여 포켓몬들을 훈련시키는 데에 썼다. “장크로다일, 폭포오르기!” 장크로다일이 굉장한 기세로 폭포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얼음샛길에서 획득한 비전머신으로 폭포오르기를 배운 뒤, 능숙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맹연습 중이었다. 폭포를 중간쯤 오르던 장크로다일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미친, 대체 어떤 놈이 방안에 이따위로 옷을 널브려놓은 거야. 바로 나다. 제노는 어제의 자신을 원망하며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샤워를 마치고 평소와 같은 민소매에 조거팬츠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포켓기어로 메시지를 보낸다. ‘저번에 주신 알이 부화했어요.’ 수신인은 난천이었다. 포켓기어를 침대에 던져놓고 거울 앞에서 완전히 말
“으으, 너무 창피해요. 현 챔피언 앞에서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느니 하는 말을 떠들었다니….” “부끄러워할 이유 있나? 나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래도요….” 양 뺨을 붉히며 제 머리를 부여잡는 심향에게 제노가 새 젓가락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심향이 작게 인사하며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잠시 말없이 밥만 퍼먹던 심향은 금세 기운을
그 말을 남기고 아폴로는 사라졌다. 아니, 해산도 해산인데 경찰한테 가라고. 그때 다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심향과 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 심향이 달려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실버 너도.” “흥. 내가 이런 겁쟁이들한테 질 리가 없잖아.” 실버의 말에 동의하듯 장크로다일이 크르릉 울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길. “거기 서요! … 어라? 당신은, 3년 전에 우리를 방해했던…!” 로켓단의 간부, 랜스와 마주쳤다. 얘들은 왜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 거야. … 아니지. 나라도 누가 오 박사님의 프로젝트며 연구실을 박살 낸다면 3년은 무슨, 죽기 직전까지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긴 하다. 제노가 딴생각을 빠르게 배틀이 시작되고, 랜스의 포켓몬 두 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단원의 꼬렛이 쓰러졌다. 이걸로 대체 몇 명째와 싸운 것인지 세는 것도 귀찮아졌을 정도다. 심향과 실버는 누가 더 많이 상대를 잡나 내기라도 한 듯 번갈아 가며 포켓몬들을 쓰러트렸다. 덕분에 제노와 그의 포켓몬들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피카츄는 지루한 듯 제노의 후드 속에서 하품했다. 피카츄의 입장에선 나설 차례가 없으니
“목호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황토마을에서 배지를 따고 슬슬 얼음샛길을 통과했을 거 같아서 말이다. 마중 나왔는데, 타이밍이 좋군.” 망나뇽이 우렁차게 울었다. 목호가 망나뇽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타라, 데려다주지.” * 세 사람은 순식간에 금빛시티에 도착했다. 솔직히 제노는 이번 일엔 끼고 싶지 않았으나, 목호의 망나뇽을 탈 수 있는
메리프가 하나, 메리프가 둘, 메리프가- 아니, 너는 우르잖아. 넌 가라르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포켓몬이라고. 다시 메리프가 셋, 메리프가 넷…. 그렇게 머릿속으로 메리프를 이백오십 네 마리 세고 도망친 한 마리를 잡아 오기까지 한 뒤에야 제노는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불편함에 제노는 그다지 오래 잠들지
“포푸니, 연속자르기!” 실버의 명령에 높은 울음소리로 대답한 포푸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를 베었다. 그 공격에 야생 우츠동이 나가떨어졌다. 기절한 상대를 뒤로하고 포푸니가 종종걸음으로 실버에게 다가갔다. 잘했어, 그 짧은 한마디에 포푸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어제저녁, 제노는 실버에게 ‘당신은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고 실컷 혼났
두 사람은 포켓몬 센터의 바깥에 설치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지하에 있던 시간이 제법 되었는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실버의 붉은 머리가 더욱 진한 빛을 띠었다. 실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챔피언과 아는 사이야?” 그가 챔피언이 그린인지, 레드인지, 목호인지 알 수 없었다. 제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혼자 결론을 내린 것인지 실버가 말을 이
세 사람과 망나뇽, 그리고 피카츄는 괴전파의 근원지를 찾아 기지 안을 수색했다. 실버의 포켓몬은 여기로 들어설 때, 복도가 좁으니 잽싸게 움직일 수 있는 피카츄와 함께 다니자는 제노의 설득에 전부 볼 안에 있는 상태였다. 목호와 합류하자마자 실버가 ‘왜 저 사람의 망나뇽은 되고 내 엘리게이는 안 되느냐’는 불만을 담은 눈빛을 쏘아 보냈기에 중요한 전력은 숨
황토마을. 절구산 동굴을 통과하자마자 포켓기어가 울렸다. [ 규리에게 들었어요. 진청시티와 담청시티에서 배지를 땄다면서요? ] 오전 09:23 [ 이걸로 배지 4개째네요. 축하해요! 제노 씨라면 손쉽게 딸 거라고 생각했어요. ] 오전 09:24 [ 그럼 지금은 인주시티인가요? ╰(°▽°)╯ ] 오전 09:24 지금은 막 열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제노
늦은 시간, 담청시티에서 인주시티로 향하는 38번도로. 체육관 시합에 이어 기싸움까지 마친 실버와 심향은 산길을 좀 걷더니 조용해졌다. 초행길에서도 내내 투닥거리더니, 이제야 좀 지친 모양이었다. 마그케인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피운 불로 냄비 밥을 지었다. 밥이 익는 동안 담청시티에서 구한 대쓰여너 고기를 소금과 설탕을 넣은 물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다.
“마그케인, 지금이야, 화염자동차!” “강철톤, 아이언테일로 날려버려!” 돌떨구기를 피해낸 마그케인이 온몸에 불꽃을 둘렀다. 휘둘러지는 커다란 꼬리를 높게 뛰어 피한 마그케인이, 전력을 다해 강철톤에게 달려들었다. 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강철톤의 거대한 몸이 뒤로 넘어갔다. “강철톤 시합 불가능! 승자, 심향!” “됐다! 잘했어, 마그케인!” 온몸에
아직 승리가 실감 나지 않는지, 신이나 폴짝거리는 엘리게이를 눈앞에 두고도 실버는 얼떨떨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심향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마그케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그의 포켓몬을 쓰다듬었다. 수고했어, 마그케인. “멋진 경기였어, 실버.” “… 흐, 흥. 저런 약한 녀석,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입꼬리 단속이나 하고 말해. 꼴에 폼을
“가라, 너로 정했다!” 높고 위협적인 울음소리. 던져진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건 피죤투였다. 위풍당당한 커다란 날개. 멋들어지게 기른 머리깃. 얼굴에 둘린 새카만 깃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한 제노가 잠시 말을 잃었다. 가까이서 유일하게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딥상어동이 제노의 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노가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에도 시
다음날 심향과 실버 두 사람의 체육관전이 이루어졌다. 제노는 두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지켜보았다. 둘 다 승리하긴 했지만, 그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심향의 경우, 포켓몬과의 유대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센스가 돋보였다. 강챙이의 최면술에 당하자, 스스로에게 기술을 사용해 통증으로 잠들지 않게 하라는 심향과 그 지시에 망설임 없
쇼크배지를 손에 쥔 제노가 두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어땠어?” “누나, 정말 굉장해요! 경기를 보는 내내 정말 우와- 였어요!” “결국 압도적인 승리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그래서 공격 한 대 맞아줬잖아. 제노가 그렇게 말하니 실버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세상에 그렇게 무식하게 힘껏펀치를 정면으로 맞게 하는 트레이너가 어딨어? 당신, 피카츄를
“누나 정말 너무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미안, 정말 미안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무지 걱정했다고요! 전화하고 싶어도 연락처도 모르지….” 마구 따지고 드는 심향의 기세에 못 이겨 제노는 결국 연락처를 교환했다. 뭔가 계략에 넘어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심향은 두 사람이 없는 사이 전설의 포켓몬과 마주쳤다던가, 수
실버가 손에 든 몬스터볼을 강하게 쥐었다. 실버의 포켓몬 구성을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물리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엘리게이가 나온다면 세비퍼를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제노가 물었다. “교체할 거야?” “…….” 실버가 두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실버의 시선을 느낀 주뱃이 아직 할 수 있다는 듯 더욱 힘차게 날아올랐다. 고오스도 눈빛이
심향 덕분에 편하게 진청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은 오후. 사람들로 해변은 북적거렸다. 포켓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있었고, 저 멀리서는 어부들이 배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심향이 곧장 약국으로 향한 사이 제노와 실버는 포켓몬 센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실버가 ‘왜 그런 녀석을 기다려줘야 하느냐’하고 투덜거리던 중, 누군가 벌벌
식당은 유빈에게 없는 상품도 만들어 내줄 만큼 훌륭했다. 맛도 맛이지만, 뱃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곳이라더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먹어도 먹어도 회의 축복이 끊이질 않았다. 두툼한 회에 채소를 곁들여 한 뭉텅이, 거기에 상큼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의 조화가 가히 예술이었다. 채소는 아삭아삭하지, 회는 쫄깃하니 입안 가득 넣어 씹는 맛이 있지. 물에 젖은 날고
아침. 각종 새 포켓몬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노가 기지개를 켜자 품에 안겨있던 이브이가 함께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했다. 이브이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자, 밤 동안 베개 역할 겸 불침번을 서주었던 이상해꽃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수고했어, 이상해꽃.” 이상해꽃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준 제노가 포켓몬볼로 그를 돌려보냈다. 이른 아침이라
사박, 사박, 나뭇잎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둘.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노의 조금 뒤에서, 실버가 따라 걷고 있었다. 배틀의 결과는 당연히 실버의 대참패였다. 실버가 가진 포켓몬 네 마리는 전부 제노의 피카츄에게 당했다. 나머지 포켓몬이 뭔지 보니 마니 했던 것은 별로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제노와의 배틀은 심향이나 체육관 관장들과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
두 번째 포켓몬인 고우스트도 눈 깜짝할 새에 해치운 피카츄가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저 삐뚜름한 입꼬리. ‘더 강한 녀석은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포켓몬볼을 꺼낸 유빈이 말했다. “이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을 겁니다.” 볼에서 튀어나온 마지막 포켓몬이 눈으로 형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피카츄를 공격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세 번이나
“그럼 지금부터 체육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노가 인주체육관에 도전한 것은 실버를 구해준 날로부터 이틀 뒤였다. 도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엔 늦은 시간에 실버가 배틀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제노의 순서는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포켓몬들과 방울탑도 구경하고, 전통무용 공연도 보면서 푹 쉴 수 있었지만… 아니, 아니지. 저
텅, 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판기의 바닥에 음료 캔 두 개가 떨어졌다. 허리를 숙여 그것을 꺼낸 제노가 바로 근처의 벤치로 다가갔다. 가로등이 벤치를 비추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는 실버가 있었다. 그에게선 소독약 냄새가 묻어났다. 하나를 실버에게 건넨 제노는 그와 거리를 조금 두고 벤치에 앉았다. 침묵 속에 캔을 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오렌지
“맛있었다, 그치?” “피카!” 흥흥,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제노를 따라 피카츄도 피피, 하고 리듬에 맞춰 울었다. 쓰러진 실버와 그의 포켓몬을 몽땅 포켓몬 센터에 맡긴 뒤, 제노는 곧장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그의 뒤에 대고 간호순이 ‘깨어나는 걸 보지 않을 거냐’고 물었으나, 제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행도
“크윽, 너처럼 나약한 놈에게 또 당하다니…!” 한껏 인상을 찌푸린 소년, 실버는 분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그가 꺼낸 마지막 포켓몬인 엘리게이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어째서, 강하게 키웠는데, 어째서 저런 놈에게 번번이 지는 거야! 잔뜩 힘을 준 그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그런 실버의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 얼굴도 못 보고 떠난다니 무척 아쉽네. ] 오후 02:43 [ 지금쯤이면 성도지방에 도착했겠구나. 부탁했던 자료는 네 컴퓨터로 보내놓았어. ] 오후 02:44 [ 다시 만나기를 기대할게. 유적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 오후 02:44 [ 물론 배틀도 언제나 환영이야. ^^ ] 오후 02:45 통화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