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II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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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길 하나에서 이어지는 if 세계입니다. 신오지방, 때는 난천과 신오 이곳저곳의 유적지를 탐사하던 시기. “수고했어, 한카리아스.” “너도 돌아와.” 제노의 부름에 샤미드가 몬스터볼 안으로 들어간다. 난천과 제노는 동굴 속에서 마주한, 알 수 없는 이유로 폭주하는 야생 포켓몬을 힘으로 제압하였다. 난천이 복잡한 표정으로 쓰러진 마기라스를 바라보
그는 어딘가 우수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제노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관동을 떠나왔어요. 아직도 박사님껜 죄송해요.” “박사님?” “오 박사님이라고, 저를 돌봐주신 분이세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기억을 헤집던 난천이 양손을 짝, 모았다. “혹시 오용호 박사님을 말하는 거니?” “네. 알고
“저 줄기가 문제란 말이지. 그렇다면 한카리아스, 줄기를 끊어버려!” 발톱에 기운을 모은 한카리아스가 호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줄기들을 하나둘 끊기 시작하자, 제노가 팔을 뻗으며 외쳤다. “지금이야!” 그때 호수의 물이 출렁이더니,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파도타기에 맞은 한카리아스의 몸이 위로 밀려났다. “내리꽂아!” 피카츄가 그 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 일컬어지는 포켓몬, 밀로틱이 높고 청아한 소리로 울었다. 물론 난천의 밀로틱은 강한 포켓몬이지만 풀 타입인 이상해꽃을 상대로 물 타입 포켓몬이라니, 꿍꿍이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난천씨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이상해꽃, 부탁해!” “피하면서 냉동빔!” 역시 얼음 타입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상해꽃의 맹독을 피한 밀
다음 날 오전, 제노는 어제와 같은 호수에 난천과 마주 보고 섰다.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은 세 마리! 어느 쪽의 포켓몬이 모두 행동 불능이 되면 끝이야!” 체육관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교체는 양쪽 모두 자유롭다는 것. 룰을 받아들인 제노가 고개를 끄덕이고 몬스터볼 하나를 손에 쥐었다. 어젯밤, 제노는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고 난천에게 물었다. 유
“누가 먼저 그랬어. 빨리 솔직하게 말해.” “피.” 피카츄와 이브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서로를 가리켰다. 하아…. 제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선 가디안과 샤미드가 쓰러진 메꾸리를 돌보고 있었다.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달려오는 메꾸리를 막을 수 없다 생각한 제노는 가디안에게 방향을 비틀 것을 지시했다. 가디안의 사이코키네시스로 달리는 궤적
“미안해, 내 고집 때문에 이런 곳에 머물게 되어서.” 킁, 코를 한번 훌쩍인 제노가 고개를 저었다. 실컷 내부를 조사한 난천과 유적을 나왔을 때는 이미 캄캄해진 시간이었다. 하늘에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수색하던 토게키스가 두 사람의 모습에 서둘러 아래로 내려왔다. 지면에 착륙한 토게키스가 무척 걱정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난천은 토게키스에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공항에서 내린 두 사람은 미리 난천이 빌려뒀다는 토게키스를 이용해 설산으로 향했다. 사용할 수 있는 포켓몬 중 비행 타입이 없었기 때문에 제노는 그의 뒤에 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난천의 한카리아스를 날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눈이 내린 공간이란 한카리아스에게 악조건. 미리부터 고생시킬 필요는 없었다. 누구의 포켓몬을 빌린 걸
눈을 뜬 제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그럼에도 편하게 잘 수 있었던 이유는 방안에 겹겹이 쳐진 커튼 덕분이었다. 제노가 황급히 제 몸을 더듬었다. 느껴지는 부드러운 천의 감촉. 잠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난천이 하이볼을 세 잔째 말아주던 것이 마지막 기억인 제노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일단 방 밖으로 나가자
예정에 따라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차량. 길고 지루한 이동길에 난천은 울리는 알림을 확인했다. 화면에 뜬 것은 카드 사용 내역. 상세 내용에는 장막시티 내 한 마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가격이면 뭘 산 걸까, 식재료? 난천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뒤이어 문자가 전해졌다. ‘나무 열매가 할인을 해서 포핀을 잔뜩 만들었어요.’ 그런 내용과 함께 전해진 것
여전히 꼭대기 층에 위치한 태홍은 웬일로 갤럭시단의 복장이 아닌 멀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제노가 빤히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연구 시설 증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오는 길이다.” 아 맞다, 얘 대기업 회장이었지. 갤럭시단의 겉모습은 신오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업이었다. 도서관이며 연구소, 역사박물관 등 여러 시설이 태홍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도시에
쿠르릉, 하늘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구름이 모이고 사위가 어두워진다. 제노를 노리던 아그놈과 유크시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어마어마한 크기의 광선이 호수를 향해 쏘아졌다.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얘기처럼 호수의 물이 갈라지고, 그대로 커다란 파도가 되어 호수 주변을 덮쳤다. 영향권에 있던 제노가 물살에 밀려나 다시
“—.”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 제노는 기묘한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포켓몬들도 마찬가지로 달라진 기운을 느꼈는지 이미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아직 진화하지 않은 이브이만이 몬스터볼에 들어있었다. 나가자. 옷을 갖춰 입은 제노가 그렇게 말하며 나서자 포켓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서늘한 새벽. 호수 주변은 물안개로 사위가 가려져 있었다. 허나 커
- 정말 혼자서도 괜찮나? “괜찮으니까 너희 조무래기들 보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방해만 돼.” 정작 제노의 답을 들은 태홍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데 옆의 새턴이 길길이 화를 냈다. 제노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무시했다. 새턴에게 하도 욕을 듣다 보니 터득한 기술이었다. 태홍과의 통화를 마친 제노가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진실호수를 조사하기 위한 간이건물.
태홍이 제노를 연구실로 이끌었다. 뒤로는 마스와 주피터가 따라왔다. 그곳에서 제노를 맞이한 것은 새턴과 플루토, 그리고 붙잡힌 전설의 포켓몬- 유크시, 엠라이트, 아그놈이었다. 제노가 초록색 액체가 담긴 실험관에 죽은 듯이 갇혀있는 세 마리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부글부글, 간간이 올라오는 거품 사이로 자신의 얼굴이 유리에 비쳐 보였다. 문득 갤럭시단과
난천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1년. 제노는 연구는 물론 챔피언의 일로 바쁜 난천을 대신해 장막시티에 머물며 플레이트의 수집에 열중했다. 모은 플레이트는 모두 19개. 각각의 플레이트에 이름을 붙인 난천은 제노가 가져온 레전드플레이트를 조사하며 이것이 마지막 플레이트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제노는 그것에 동의했다. 딱히 난천만큼의 지식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
거세게 쏘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허공에 붕 뜬 한카리아스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한카리아스가 난천의 발치까지 날아왔다. “… 수고했어, 한카리아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투 불능 상태를 확인한 난천이 한카리아스를 볼로 돌려보냈다. 한카리아스가 들어간 몬스터볼을 쥔 난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겪는 패
회상을 마친 대엽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전진은 끝까지 제노를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게 도우려 했으나, 끈질기게 달라붙는 대엽에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지막 행적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천관산이라니, 그런 데에 뭐 재밌는 게 있다고. “하아, 우리 아가씨, 어째서 안 오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당신이 싫어서입니다.” “내가 너무
“정말 강하구나, 너의 이상해꽃! 하지만 이걸로 교체야!” 제노가 다음 몬스터볼을 꺼냈다. 안에서 나온 루카리오가 발끝으로 가볍게 뛰며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제노가 웃으며 말했다. “설마 단지 빛의장막만을 위해 이상해꽃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에레키블이 몸을 휘청였다. 전진이 놀란 눈을 하고 에레키블의 상태를 살폈다.
전진의 취향에 맞게 개조된 넓은 체육관 안. 관중석에는 단 한 명, 대엽이 앉아 있었다. “… 후우. 나는 체육관 관장 전진. 신오 제일의 체육관 관장이라고도 불리지만… 뭐, 딱히 상관없어.” “제노입니다.”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기계 음성이 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포켓몬을 꺼냈다. 전진은 쥬피썬더, 제노는 이상해꽃이었다. “전기 타입 공격이 반감
천관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유적지, 창기둥. 신오지방의 챔피언, 난천은 창처럼 깎인 기둥들 사이로 서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난천을 등지고 창기둥에 오르는 계단의 반대편 끝에서 설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기를 품은 바람이 불 때마다 그가 쓴 후드에 달린 털이 흔들렸다. “당신이지? 배지 8개를 모두 모았다는 트레이너가.” 난천의 목소리에 그가 조금
· 심향 루트. 하지만 로맨스는 거의 없습니다…. 포켓몬 센터 앞.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심향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 심향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누나!!” “나는 보이지도 않냐?” “실버도 안녕!” 히죽 웃은 심향이 곧장 제노의 앞으로 달려왔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부쩍 자란 키. 성도에 있을
거하게 뒤통수를 맞은 목호가 시원하게 웃었다. 가디안을 제외하더라도 결국 남은 것은 제노의 포켓몬이었으므로, 제노와 실버의 승리였다. “너희들의 콤비, 훌륭했다.” “거의 제노가 혼자 다 했지만 말이야.”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가 불퉁하게 답했다. 그러자 목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실버가 목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계
“가라, 이번엔 너다!” 리자몽의 울음소리가 동굴 전체를 울렸다. 그 진동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포푸니.” 실버의 몬스터볼에서 나온 포푸니가 높은 소리로 울었다. 리자몽에 비해 그 기세는 약했지만, 전혀 겁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버가 바닥을 축축하게 적신 바닥을 한번 보곤, 포푸니에게 작게 신호를 보냈다. 실버를 슬쩍 돌아본 포푸니가 고개를
다행히도 붐볼 실버가 터지기 전에 심판이 다가와 용의 굴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향은 자존심이 세니 지금은 그가 말하는 대로 따라주는 편이 좋을 거란 말도. 어찌저찌 실버를 달랜 제노는 센터에서 포켓몬들의 치료를 마친 뒤, 용의 굴 중앙에 있다는 사당으로 향했다. “장크로다일, 괜찮아?” 제노의 물음에 두 사람을 등에 태운 장크로다일이 울음소리로 답했다
순식간에 시합이 재개되었다. “장크로다일, 신뇽에게 붙어!” “그렇게 둘 순 없지! 신뇽, 전기자석파!” 물 타입인 장크로다일에겐 효과가 좋은 전기 공격. 허나 내리장크로다일이 내리꽂히는 전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뇽을 향해 달려들었다. “폭포오르기!” 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때였다. 세찬 물살과 함께 장크로다일이 돌진했다. 거센 기세에 밀쳐 올려진
검은먹시티 외곽의 호수. 실버는 그날 하루를 이향과의 시합에 대비하여 포켓몬들을 훈련시키는 데에 썼다. “장크로다일, 폭포오르기!” 장크로다일이 굉장한 기세로 폭포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얼음샛길에서 획득한 비전머신으로 폭포오르기를 배운 뒤, 능숙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맹연습 중이었다. 폭포를 중간쯤 오르던 장크로다일이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미친, 대체 어떤 놈이 방안에 이따위로 옷을 널브려놓은 거야. 바로 나다. 제노는 어제의 자신을 원망하며 침대에서 기어 나와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샤워를 마치고 평소와 같은 민소매에 조거팬츠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포켓기어로 메시지를 보낸다. ‘저번에 주신 알이 부화했어요.’ 수신인은 난천이었다. 포켓기어를 침대에 던져놓고 거울 앞에서 완전히 말
“으으, 너무 창피해요. 현 챔피언 앞에서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느니 하는 말을 떠들었다니….” “부끄러워할 이유 있나? 나는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만.” “그래도요….” 양 뺨을 붉히며 제 머리를 부여잡는 심향에게 제노가 새 젓가락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심향이 작게 인사하며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잠시 말없이 밥만 퍼먹던 심향은 금세 기운을
그 말을 남기고 아폴로는 사라졌다. 아니, 해산도 해산인데 경찰한테 가라고. 그때 다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이번에는 심향과 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 심향이 달려와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무사한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실버 너도.” “흥. 내가 이런 겁쟁이들한테 질 리가 없잖아.” 실버의 말에 동의하듯 장크로다일이 크르릉 울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길. “거기 서요! … 어라? 당신은, 3년 전에 우리를 방해했던…!” 로켓단의 간부, 랜스와 마주쳤다. 얘들은 왜 이렇게 기억력이 좋은 거야. … 아니지. 나라도 누가 오 박사님의 프로젝트며 연구실을 박살 낸다면 3년은 무슨, 죽기 직전까지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긴 하다. 제노가 딴생각을 빠르게 배틀이 시작되고, 랜스의 포켓몬 두 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단원의 꼬렛이 쓰러졌다. 이걸로 대체 몇 명째와 싸운 것인지 세는 것도 귀찮아졌을 정도다. 심향과 실버는 누가 더 많이 상대를 잡나 내기라도 한 듯 번갈아 가며 포켓몬들을 쓰러트렸다. 덕분에 제노와 그의 포켓몬들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피카츄는 지루한 듯 제노의 후드 속에서 하품했다. 피카츄의 입장에선 나설 차례가 없으니
“목호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황토마을에서 배지를 따고 슬슬 얼음샛길을 통과했을 거 같아서 말이다. 마중 나왔는데, 타이밍이 좋군.” 망나뇽이 우렁차게 울었다. 목호가 망나뇽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타라, 데려다주지.” * 세 사람은 순식간에 금빛시티에 도착했다. 솔직히 제노는 이번 일엔 끼고 싶지 않았으나, 목호의 망나뇽을 탈 수 있는
메리프가 하나, 메리프가 둘, 메리프가- 아니, 너는 우르잖아. 넌 가라르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포켓몬이라고. 다시 메리프가 셋, 메리프가 넷…. 그렇게 머릿속으로 메리프를 이백오십 네 마리 세고 도망친 한 마리를 잡아 오기까지 한 뒤에야 제노는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불편함에 제노는 그다지 오래 잠들지
“포푸니, 연속자르기!” 실버의 명령에 높은 울음소리로 대답한 포푸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를 베었다. 그 공격에 야생 우츠동이 나가떨어졌다. 기절한 상대를 뒤로하고 포푸니가 종종걸음으로 실버에게 다가갔다. 잘했어, 그 짧은 한마디에 포푸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어제저녁, 제노는 실버에게 ‘당신은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고 실컷 혼났
두 사람은 포켓몬 센터의 바깥에 설치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지하에 있던 시간이 제법 되었는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실버의 붉은 머리가 더욱 진한 빛을 띠었다. 실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챔피언과 아는 사이야?” 그가 챔피언이 그린인지, 레드인지, 목호인지 알 수 없었다. 제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혼자 결론을 내린 것인지 실버가 말을 이
세 사람과 망나뇽, 그리고 피카츄는 괴전파의 근원지를 찾아 기지 안을 수색했다. 실버의 포켓몬은 여기로 들어설 때, 복도가 좁으니 잽싸게 움직일 수 있는 피카츄와 함께 다니자는 제노의 설득에 전부 볼 안에 있는 상태였다. 목호와 합류하자마자 실버가 ‘왜 저 사람의 망나뇽은 되고 내 엘리게이는 안 되느냐’는 불만을 담은 눈빛을 쏘아 보냈기에 중요한 전력은 숨
황토마을. 절구산 동굴을 통과하자마자 포켓기어가 울렸다. [ 규리에게 들었어요. 진청시티와 담청시티에서 배지를 땄다면서요? ] 오전 09:23 [ 이걸로 배지 4개째네요. 축하해요! 제노 씨라면 손쉽게 딸 거라고 생각했어요. ] 오전 09:24 [ 그럼 지금은 인주시티인가요? ╰(°▽°)╯ ] 오전 09:24 지금은 막 열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제노
늦은 시간, 담청시티에서 인주시티로 향하는 38번도로. 체육관 시합에 이어 기싸움까지 마친 실버와 심향은 산길을 좀 걷더니 조용해졌다. 초행길에서도 내내 투닥거리더니, 이제야 좀 지친 모양이었다. 마그케인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피운 불로 냄비 밥을 지었다. 밥이 익는 동안 담청시티에서 구한 대쓰여너 고기를 소금과 설탕을 넣은 물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다.
“마그케인, 지금이야, 화염자동차!” “강철톤, 아이언테일로 날려버려!” 돌떨구기를 피해낸 마그케인이 온몸에 불꽃을 둘렀다. 휘둘러지는 커다란 꼬리를 높게 뛰어 피한 마그케인이, 전력을 다해 강철톤에게 달려들었다. 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강철톤의 거대한 몸이 뒤로 넘어갔다. “강철톤 시합 불가능! 승자, 심향!” “됐다! 잘했어, 마그케인!” 온몸에
아직 승리가 실감 나지 않는지, 신이나 폴짝거리는 엘리게이를 눈앞에 두고도 실버는 얼떨떨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심향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마그케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그의 포켓몬을 쓰다듬었다. 수고했어, 마그케인. “멋진 경기였어, 실버.” “… 흐, 흥. 저런 약한 녀석,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입꼬리 단속이나 하고 말해. 꼴에 폼을
“가라, 너로 정했다!” 높고 위협적인 울음소리. 던져진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건 피죤투였다. 위풍당당한 커다란 날개. 멋들어지게 기른 머리깃. 얼굴에 둘린 새카만 깃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한 제노가 잠시 말을 잃었다. 가까이서 유일하게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딥상어동이 제노의 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노가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에도 시
다음날 심향과 실버 두 사람의 체육관전이 이루어졌다. 제노는 두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지켜보았다. 둘 다 승리하긴 했지만, 그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심향의 경우, 포켓몬과의 유대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센스가 돋보였다. 강챙이의 최면술에 당하자, 스스로에게 기술을 사용해 통증으로 잠들지 않게 하라는 심향과 그 지시에 망설임 없
쇼크배지를 손에 쥔 제노가 두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어땠어?” “누나, 정말 굉장해요! 경기를 보는 내내 정말 우와- 였어요!” “결국 압도적인 승리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그래서 공격 한 대 맞아줬잖아. 제노가 그렇게 말하니 실버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세상에 그렇게 무식하게 힘껏펀치를 정면으로 맞게 하는 트레이너가 어딨어? 당신, 피카츄를
“누나 정말 너무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미안, 정말 미안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무지 걱정했다고요! 전화하고 싶어도 연락처도 모르지….” 마구 따지고 드는 심향의 기세에 못 이겨 제노는 결국 연락처를 교환했다. 뭔가 계략에 넘어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심향은 두 사람이 없는 사이 전설의 포켓몬과 마주쳤다던가, 수
실버가 손에 든 몬스터볼을 강하게 쥐었다. 실버의 포켓몬 구성을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물리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엘리게이가 나온다면 세비퍼를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제노가 물었다. “교체할 거야?” “…….” 실버가 두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실버의 시선을 느낀 주뱃이 아직 할 수 있다는 듯 더욱 힘차게 날아올랐다. 고오스도 눈빛이
심향 덕분에 편하게 진청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은 오후. 사람들로 해변은 북적거렸다. 포켓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있었고, 저 멀리서는 어부들이 배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심향이 곧장 약국으로 향한 사이 제노와 실버는 포켓몬 센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실버가 ‘왜 그런 녀석을 기다려줘야 하느냐’하고 투덜거리던 중, 누군가 벌벌
식당은 유빈에게 없는 상품도 만들어 내줄 만큼 훌륭했다. 맛도 맛이지만, 뱃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곳이라더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먹어도 먹어도 회의 축복이 끊이질 않았다. 두툼한 회에 채소를 곁들여 한 뭉텅이, 거기에 상큼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의 조화가 가히 예술이었다. 채소는 아삭아삭하지, 회는 쫄깃하니 입안 가득 넣어 씹는 맛이 있지. 물에 젖은 날고
아침. 각종 새 포켓몬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노가 기지개를 켜자 품에 안겨있던 이브이가 함께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했다. 이브이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자, 밤 동안 베개 역할 겸 불침번을 서주었던 이상해꽃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수고했어, 이상해꽃.” 이상해꽃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준 제노가 포켓몬볼로 그를 돌려보냈다. 이른 아침이라
사박, 사박, 나뭇잎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둘.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노의 조금 뒤에서, 실버가 따라 걷고 있었다. 배틀의 결과는 당연히 실버의 대참패였다. 실버가 가진 포켓몬 네 마리는 전부 제노의 피카츄에게 당했다. 나머지 포켓몬이 뭔지 보니 마니 했던 것은 별로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제노와의 배틀은 심향이나 체육관 관장들과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
두 번째 포켓몬인 고우스트도 눈 깜짝할 새에 해치운 피카츄가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저 삐뚜름한 입꼬리. ‘더 강한 녀석은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포켓몬볼을 꺼낸 유빈이 말했다. “이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을 겁니다.” 볼에서 튀어나온 마지막 포켓몬이 눈으로 형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피카츄를 공격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세 번이나
“그럼 지금부터 체육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노가 인주체육관에 도전한 것은 실버를 구해준 날로부터 이틀 뒤였다. 도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엔 늦은 시간에 실버가 배틀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제노의 순서는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포켓몬들과 방울탑도 구경하고, 전통무용 공연도 보면서 푹 쉴 수 있었지만… 아니, 아니지. 저
텅, 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판기의 바닥에 음료 캔 두 개가 떨어졌다. 허리를 숙여 그것을 꺼낸 제노가 바로 근처의 벤치로 다가갔다. 가로등이 벤치를 비추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는 실버가 있었다. 그에게선 소독약 냄새가 묻어났다. 하나를 실버에게 건넨 제노는 그와 거리를 조금 두고 벤치에 앉았다. 침묵 속에 캔을 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오렌지
“맛있었다, 그치?” “피카!” 흥흥,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제노를 따라 피카츄도 피피, 하고 리듬에 맞춰 울었다. 쓰러진 실버와 그의 포켓몬을 몽땅 포켓몬 센터에 맡긴 뒤, 제노는 곧장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그의 뒤에 대고 간호순이 ‘깨어나는 걸 보지 않을 거냐’고 물었으나, 제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행도
“크윽, 너처럼 나약한 놈에게 또 당하다니…!” 한껏 인상을 찌푸린 소년, 실버는 분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그가 꺼낸 마지막 포켓몬인 엘리게이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어째서, 강하게 키웠는데, 어째서 저런 놈에게 번번이 지는 거야! 잔뜩 힘을 준 그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그런 실버의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 얼굴도 못 보고 떠난다니 무척 아쉽네. ] 오후 02:43 [ 지금쯤이면 성도지방에 도착했겠구나. 부탁했던 자료는 네 컴퓨터로 보내놓았어. ] 오후 02:44 [ 다시 만나기를 기대할게. 유적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 오후 02:44 [ 물론 배틀도 언제나 환영이야. ^^ ] 오후 02:45 통화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