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II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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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단원의 꼬렛이 쓰러졌다. 이걸로 대체 몇 명째와 싸운 것인지 세는 것도 귀찮아졌을 정도다. 심향과 실버는 누가 더 많이 상대를 잡나 내기라도 한 듯 번갈아 가며 포켓몬들을 쓰러트렸다. 덕분에 제노와 그의 포켓몬들은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피카츄는 지루한 듯 제노의 후드 속에서 하품했다. 피카츄의 입장에선 나설 차례가 없으니
“목호 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황토마을에서 배지를 따고 슬슬 얼음샛길을 통과했을 거 같아서 말이다. 마중 나왔는데, 타이밍이 좋군.” 망나뇽이 우렁차게 울었다. 목호가 망나뇽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타라, 데려다주지.” * 세 사람은 순식간에 금빛시티에 도착했다. 솔직히 제노는 이번 일엔 끼고 싶지 않았으나, 목호의 망나뇽을 탈 수 있는
메리프가 하나, 메리프가 둘, 메리프가- 아니, 너는 우르잖아. 넌 가라르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포켓몬이라고. 다시 메리프가 셋, 메리프가 넷…. 그렇게 머릿속으로 메리프를 이백오십 네 마리 세고 도망친 한 마리를 잡아 오기까지 한 뒤에야 제노는 잠에 빠져들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잔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불편함에 제노는 그다지 오래 잠들지
“포푸니, 연속자르기!” 실버의 명령에 높은 울음소리로 대답한 포푸니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를 베었다. 그 공격에 야생 우츠동이 나가떨어졌다. 기절한 상대를 뒤로하고 포푸니가 종종걸음으로 실버에게 다가갔다. 잘했어, 그 짧은 한마디에 포푸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어제저녁, 제노는 실버에게 ‘당신은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고 실컷 혼났
두 사람은 포켓몬 센터의 바깥에 설치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지하에 있던 시간이 제법 되었는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실버의 붉은 머리가 더욱 진한 빛을 띠었다. 실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챔피언과 아는 사이야?” 그가 챔피언이 그린인지, 레드인지, 목호인지 알 수 없었다. 제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혼자 결론을 내린 것인지 실버가 말을 이
세 사람과 망나뇽, 그리고 피카츄는 괴전파의 근원지를 찾아 기지 안을 수색했다. 실버의 포켓몬은 여기로 들어설 때, 복도가 좁으니 잽싸게 움직일 수 있는 피카츄와 함께 다니자는 제노의 설득에 전부 볼 안에 있는 상태였다. 목호와 합류하자마자 실버가 ‘왜 저 사람의 망나뇽은 되고 내 엘리게이는 안 되느냐’는 불만을 담은 눈빛을 쏘아 보냈기에 중요한 전력은 숨
황토마을. 절구산 동굴을 통과하자마자 포켓기어가 울렸다. [ 규리에게 들었어요. 진청시티와 담청시티에서 배지를 땄다면서요? ] 오전 09:23 [ 이걸로 배지 4개째네요. 축하해요! 제노 씨라면 손쉽게 딸 거라고 생각했어요. ] 오전 09:24 [ 그럼 지금은 인주시티인가요? ╰(°▽°)╯ ] 오전 09:24 지금은 막 열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제노
늦은 시간, 담청시티에서 인주시티로 향하는 38번도로. 체육관 시합에 이어 기싸움까지 마친 실버와 심향은 산길을 좀 걷더니 조용해졌다. 초행길에서도 내내 투닥거리더니, 이제야 좀 지친 모양이었다. 마그케인의 도움을 받아 손쉽게 피운 불로 냄비 밥을 지었다. 밥이 익는 동안 담청시티에서 구한 대쓰여너 고기를 소금과 설탕을 넣은 물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다.
“마그케인, 지금이야, 화염자동차!” “강철톤, 아이언테일로 날려버려!” 돌떨구기를 피해낸 마그케인이 온몸에 불꽃을 둘렀다. 휘둘러지는 커다란 꼬리를 높게 뛰어 피한 마그케인이, 전력을 다해 강철톤에게 달려들었다. 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강철톤의 거대한 몸이 뒤로 넘어갔다. “강철톤 시합 불가능! 승자, 심향!” “됐다! 잘했어, 마그케인!” 온몸에
아직 승리가 실감 나지 않는지, 신이나 폴짝거리는 엘리게이를 눈앞에 두고도 실버는 얼떨떨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심향은 한쪽 무릎을 꿇고 마그케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쓰러진 그의 포켓몬을 쓰다듬었다. 수고했어, 마그케인. “멋진 경기였어, 실버.” “… 흐, 흥. 저런 약한 녀석,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입꼬리 단속이나 하고 말해. 꼴에 폼을
“가라, 너로 정했다!” 높고 위협적인 울음소리. 던져진 몬스터볼에서 튀어나온 건 피죤투였다. 위풍당당한 커다란 날개. 멋들어지게 기른 머리깃. 얼굴에 둘린 새카만 깃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한 제노가 잠시 말을 잃었다. 가까이서 유일하게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딥상어동이 제노의 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노가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에도 시
다음날 심향과 실버 두 사람의 체육관전이 이루어졌다. 제노는 두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지켜보았다. 둘 다 승리하긴 했지만, 그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먼저, 심향의 경우, 포켓몬과의 유대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센스가 돋보였다. 강챙이의 최면술에 당하자, 스스로에게 기술을 사용해 통증으로 잠들지 않게 하라는 심향과 그 지시에 망설임 없
쇼크배지를 손에 쥔 제노가 두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어땠어?” “누나, 정말 굉장해요! 경기를 보는 내내 정말 우와- 였어요!” “결국 압도적인 승리라는 건 변함이 없잖아.” 그래서 공격 한 대 맞아줬잖아. 제노가 그렇게 말하니 실버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세상에 그렇게 무식하게 힘껏펀치를 정면으로 맞게 하는 트레이너가 어딨어? 당신, 피카츄를
“누나 정말 너무해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미안, 정말 미안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무지 걱정했다고요! 전화하고 싶어도 연락처도 모르지….” 마구 따지고 드는 심향의 기세에 못 이겨 제노는 결국 연락처를 교환했다. 뭔가 계략에 넘어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심향은 두 사람이 없는 사이 전설의 포켓몬과 마주쳤다던가, 수
실버가 손에 든 몬스터볼을 강하게 쥐었다. 실버의 포켓몬 구성을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물리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엘리게이가 나온다면 세비퍼를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제노가 물었다. “교체할 거야?” “…….” 실버가 두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실버의 시선을 느낀 주뱃이 아직 할 수 있다는 듯 더욱 힘차게 날아올랐다. 고오스도 눈빛이
심향 덕분에 편하게 진청시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은 오후. 사람들로 해변은 북적거렸다. 포켓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있었고, 저 멀리서는 어부들이 배에서 물건을 내리고 있었다. 심향이 곧장 약국으로 향한 사이 제노와 실버는 포켓몬 센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실버가 ‘왜 그런 녀석을 기다려줘야 하느냐’하고 투덜거리던 중, 누군가 벌벌
식당은 유빈에게 없는 상품도 만들어 내줄 만큼 훌륭했다. 맛도 맛이지만, 뱃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곳이라더니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먹어도 먹어도 회의 축복이 끊이질 않았다. 두툼한 회에 채소를 곁들여 한 뭉텅이, 거기에 상큼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의 조화가 가히 예술이었다. 채소는 아삭아삭하지, 회는 쫄깃하니 입안 가득 넣어 씹는 맛이 있지. 물에 젖은 날고
아침. 각종 새 포켓몬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노가 기지개를 켜자 품에 안겨있던 이브이가 함께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했다. 이브이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자, 밤 동안 베개 역할 겸 불침번을 서주었던 이상해꽃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수고했어, 이상해꽃.” 이상해꽃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준 제노가 포켓몬볼로 그를 돌려보냈다. 이른 아침이라
사박, 사박, 나뭇잎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둘. 앞장서서 걸어가는 제노의 조금 뒤에서, 실버가 따라 걷고 있었다. 배틀의 결과는 당연히 실버의 대참패였다. 실버가 가진 포켓몬 네 마리는 전부 제노의 피카츄에게 당했다. 나머지 포켓몬이 뭔지 보니 마니 했던 것은 별로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제노와의 배틀은 심향이나 체육관 관장들과 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
두 번째 포켓몬인 고우스트도 눈 깜짝할 새에 해치운 피카츄가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저 삐뚜름한 입꼬리. ‘더 강한 녀석은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포켓몬볼을 꺼낸 유빈이 말했다. “이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을 겁니다.” 볼에서 튀어나온 마지막 포켓몬이 눈으로 형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피카츄를 공격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세 번이나
“그럼 지금부터 체육관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제노가 인주체육관에 도전한 것은 실버를 구해준 날로부터 이틀 뒤였다. 도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엔 늦은 시간에 실버가 배틀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제노의 순서는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포켓몬들과 방울탑도 구경하고, 전통무용 공연도 보면서 푹 쉴 수 있었지만… 아니, 아니지. 저
텅, 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판기의 바닥에 음료 캔 두 개가 떨어졌다. 허리를 숙여 그것을 꺼낸 제노가 바로 근처의 벤치로 다가갔다. 가로등이 벤치를 비추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는 실버가 있었다. 그에게선 소독약 냄새가 묻어났다. 하나를 실버에게 건넨 제노는 그와 거리를 조금 두고 벤치에 앉았다. 침묵 속에 캔을 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오렌지
“맛있었다, 그치?” “피카!” 흥흥,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제노를 따라 피카츄도 피피, 하고 리듬에 맞춰 울었다. 쓰러진 실버와 그의 포켓몬을 몽땅 포켓몬 센터에 맡긴 뒤, 제노는 곧장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그의 뒤에 대고 간호순이 ‘깨어나는 걸 보지 않을 거냐’고 물었으나, 제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행도
“크윽, 너처럼 나약한 놈에게 또 당하다니…!” 한껏 인상을 찌푸린 소년, 실버는 분에 찬 눈빛으로 자신의 포켓몬을 바라보았다. 그가 꺼낸 마지막 포켓몬인 엘리게이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어째서, 강하게 키웠는데, 어째서 저런 놈에게 번번이 지는 거야! 잔뜩 힘을 준 그의 주먹이 잘게 떨렸다. 그런 실버의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 얼굴도 못 보고 떠난다니 무척 아쉽네. ] 오후 02:43 [ 지금쯤이면 성도지방에 도착했겠구나. 부탁했던 자료는 네 컴퓨터로 보내놓았어. ] 오후 02:44 [ 다시 만나기를 기대할게. 유적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 오후 02:44 [ 물론 배틀도 언제나 환영이야. ^^ ] 오후 02:45 통화권